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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LINER NOTES (OVERSEAS)

Alabama Shakes, 소울과 록, 그 사이를 넘나드는 날것의 아름다움.


알라바마 셰이크스(Alabama Shakes)는 인구 22,000의 소도시인 미국 알라바마 아테네에서 결성된 혼성 4인조 밴드다. 리드 보컬을 맡고 있는 브리타니 하워드(Brittany Howard)가 고등학교 때 심리학 수업을 같이 듣던 잭 코크렐(Zac Cockrell)에게 함께 음악을 만들자고 이야기하며 시작된 밴드. 당시 브리타니 하워드는 몇 년 전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고, 잭이 단지 베이스 기타를 연주한다는 이야기만 듣고 접근을 한 것이었지만 방과 후 함께 하는 음악 작업들 사이에서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루츠록(roots rock)에 대한 관심이다. 밴드 결성 이전에 가졌던 이러한 관심은 결국 이후 이어질 이들의 스타일 확립에 확고한 뿌리가 된다. 그러던 중 드러머 스티브 존슨(Steve Johnson)이 가세하며 이들은 완전한 밴드로서의 틀을 갖춘다. 그는 동네에서 유일한 음반샵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잭과 마찬가지로 브리타니는 그가 드럼을 연주한다는 것만 알고 자신들의 파티에 초대해서 함께 하기를 권유한 것. 스티브는 펑크-메탈 밴드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었는데, 이러한 그의 성향도 결국 밴드 사운드에는 또 다른 특징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 라인업으로 밴드는 셰이크스(The Shakes)라는 이름으로 알라바마의 스튜디오 디케이터에서 데모 녹음을 하게 되고, 이 음원을 듣고 기타리스트 히쓰 포그(Heath Fogg)가 밴드에 합류하게 된다. 그 역시 잭 코크렐, 브리타니 하워드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몇 해 선배였다.

이렇게 조직된 밴드는 2009년 4월에 첫 번째 공연을 펼친다. 45분간 펼쳐졌던 공연의 레퍼토리들은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척 베리(Chuck Berry), 오티스 레딩(Otis Redding), AC/DC의 커버곡들. 당시까지 활동하던 이름이었던 셰이크스가 밴드명으로 이미 사용되었던 까닭에 자신들의 지역 이름을 붙여 알라바마 셰이크스로 개명한 것도 이 때 즈음이다. 그리고 약 2년간 방치된 트레일러와 브리타니의 증조할아버지가 지은 집에서 연습을 계속하는 한편 아테네 주변을 돌며 공연을 계속해 나가며 창작곡을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곡들을 추려 2011년 9월 ‘Hold On’과 ‘You Ain't Alone’ 을 비롯한 4곡이 들어있는 셀프 타이틀의 EP를 발매한다. 알라바마 셰이크스의 팬 가운데는 인터넷 방송 블로그인 아쿠아리움 드렁커드 블로그(Aquarium Drunkard Blog)의 운영자 저스틴 게이지(Justine Gage)가 있었는데, 그가 포스팅한 ‘You Ain't Alone’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조금씩 미디어의 관심이 이들에게 쏠리게 되고, 이들은 처음으로 자신들의 터전인 아테네를 떠나 뉴욕의 CMJ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 이 무대에서 브리타니의 목소리와 밴드의 연주를 눈여겨봤던 뉴욕 타임즈의 한 저널리스트의 기사는 무명이었던 한 밴드의 이름을 더욱 널리 알리는 데 촉매가 되었다. 같은 해 말 음반에 수록되었던 ‘You Ain't Alone’이 주얼리샵인 제일스(Zales)의 광고음악으로 쓰이게 되며 MTV ‘11 Artists To Watch In 2012’에 선정되기도 했고, 2012년 2월 mtvU의 ‘Best Live Performance’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이번에 뒤늦게 국내에 정식 공개되는 [Boys & Girls]는 2012년 4월, 영국의 러프 트레이드 레크드와 미국의 ATO레코드를 통해 발매된 이들의 데뷔앨범이다. 본국인 미국보다 오히려 영국에서 더 커다란 반응을 보이며 영국 레코드 스토어 차트에서 1위, 앨범차트에선 3위에 올랐으며 미국에서도 앨범차트 8위에 오르는 성과를 얻었으며, 최근에는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잭 화이트(Jack White)가 설립한 써드 맨 레코드를 통해 ‘You Ain't Alone’의 라이브버전이 싱글로 발매되기도 했다. 갓 데뷔한 밴드. 그것도 최근의 트렌드라고는 전혀 고려치 않고 고집스러운 활동을 펼치는 이들의 음악이 이렇게 빠른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우선 첫 번째로 브리타니 하워드의 보컬을 들 수 있다. 나이를 분간하기 어려운 그녀의 목소리는 많은 사람들이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과 비교할 만큼 날 것에 가까워,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오티스 레딩(Otis Redding) 아니 오히려 그 이전의 소울 분위기를 가지고 쉽사리 청자의 마음을 파고든다. 실제 브리타니의 나이는 올해 23살로, 또 한 명의 걸출한 신인 보컬리스트의 탄생이다. 그리고 이러한 브리타니의 목소리가 최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네오 소울, 혹은 R&B 리바이벌을 주창하는 솔로 여가수들과 달리 밴드편성의 록과 결합하고 있다는 점이 두 번째 이유다. 하지만 알라바마 셰이크스의 록 음악은 우리가 쉽게 접해왔던 그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우린 많은 개러지 록 밴드들의 음악에서 MC5나 후(The Who)의 음악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앞서의 밴드들은 물론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나 레드 제플린(Led Zeppelin)과 같은 밴드의 시대가 존재하지 않았던 냥 그 이전의 감성과 록이 결합한 형태의 음악을 하는 팀은 거의 없었다. 알라바마 셰이크스의 음악은 그들의 출신을 짐작하게 만드는 컨트리와 서던 록, 블루스와 개러지 록이 소울 주위로 공전한다. 



둔탁한 드럼 소리와 맑은 기타 소리가 조화를 이루며 등장하는 ‘Hold On’를 시작으로 표정 없이 단순하지만 풍부한 리버브가 사용된 악기파트, 그와는 대조적으로 바로 갈라져 버릴 것만 같이 건조한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조화는 음반 전체를 아우르는 특성이며, 알라바마 셰이크스의 음악이 가지는 독특한 개성을 대변한다. 이미 이전에 발표되었던 EP에 수록되었으며, 싱글로 발표되기도 했던 ‘You Ain't Alone’의 처절한 절규는 물론 음반의 타이틀곡 ‘Boys & Girls’의 처연한 읊조림에 이르기까지. 이들에 대한 사전 정보가 아무것도 없이 그저 음악만 들었을 때, 과연 보컬을 맡은 브리타니의 나이는 물론 이 음반이 발표된 시기를 비슷하게라도 맞춰낼 수 있는 청자들이 얼마나 될까. 더구나 1950년대 두왑 사운드가 록으로 재현되는 ‘I Found You’나, 이들 식의 발라드 ‘Rise To The Sun’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다시 음악을 들어보자. 분명 이러한 연주가 있던 시대에는 브리타니와 같은 목소리의 보컬리스트가 어우러지지 않았고, 브리타니의 목소리를 가진 보컬리스트가 활동할 무렵 역시 이러한 밴드 사운드가 없었다. 글의 첫 부분에 이야기했던 것과 같이 서로가 공통적으로 가졌던 루츠록에 대한 관심이 2년 동안의 준비와 맞물리며 각자의 개성을 극대화시키며 독특한 결과물로 발전된 까닭이다. 그 때문인지 밴드는 스스로 소울이라는, 아니 어떤 한 장르의 테두리 안에 묶이는 걸 싫어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소울을 부흥시키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저에게 영광이죠. 고전적인 R&B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 가운데 하나니까요. 하지만 멤버들은 모두 그 자신이 영향 받은 게 있습니다. 브리타니는 좀 더 로큰롤 쪽이죠.”라는 잭의 이야기나, “복고풍 소울이 우리 목표는 아니에요. 거기서 영감을 얻긴 하지만, 우리 모두는 블랙 새버쓰도 이해하고 있거든요.”라는 브리타니의 이야기에는 소울과 록, 어느 한 쪽도 놓치지 않으려는 멤버들의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어쨌든 복고적이고 예스럽지만 곰팡이 냄새 나는 구닥다리가 아니라 날것의 신선함 청량함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쫓기며 살고 있는 현대 생활에 쉼표가 되기에도 좋고, 혼자 진득한 사색에 잠기기에도 좋은 음반이다.


글 송명하 (월간 파라노이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