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NER'S MUSIC LIFE/LINER NOTES (OVERSEAS)

James Walsh Gypsy Band, 1970년대 치열한 프로그레시브 사운드, 도회적 분위기의 백인소울로 재탄생하다.

by coner 2013. 9. 25.



프로그레시브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심야방송에서 흘러나왔던 집시(Gypsy)라는 미국 출신 밴드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디스코그래피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유럽의 그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미국 프로그레시브락의 특징은 그 광활한 주변 장르와의 결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집시 역시도 그런 밴드 가운데 하나였다. 1960년대 미네소타에서 언더비츠(The Underbeats)라는 이름으로 결성되어 로컬 씬에서 활동하며 발표한 두 곡의 싱글이 어느 정도 방송 전파를 타며 인지도를 모았던 밴드. 이후, 보다 큰 시장을 위해 활동 지역을 L.A.로 옮기며 개명을 했던 밴드가 바로 집시다. 1970년과 1973년 사이 넉장의 음반을 남기고 해산한 이들의 사운드는 현란한 퍼커션을 동반한 라틴 리듬의 향연, 그리고 넘실대는 오르간 소리와 선이 뚜렷한 기타연주로 산타나(Santana)의 음악과 곧잘 비교되곤 했다. 클럽 위스키 어 고고(Whisky A Go Go)의 하우스 밴드로 활동하며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게스 후(The Guess Who) 혹은 스테픈울프(Steppenwolf)와 같은 밴드들의 오프닝 액트를 담당하는 한편 시카고(Chicago)와 유대관계를 쌓아갔고, 이러한 시카고와의 친분은 밴드의 사운드에 혼 섹션을 본격적으로 가미하게 되는 밴드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음반이었던 [Unlock The Gates](1973)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 음반에 참여한 세 명의 브라스 섹션은 바로 시카고의 멤버들이다.


사실 집시가 발표한 넉 장의 음반을 살펴보면 프로그레시브한 성향을 보였던 메트로미디어(Metromedia) 레이블 시절 두 장의 앨범 [Gypsy](1970)와 [In The Garden](1971)에 비해 RCA로 이적한 후 발표한 두 장의 앨범 [Antithesis](1972)와 [Unlock The Gates](1973)는 그 음악성에 있어 많은 차이를 보인다. 후기 두 장의 음반에서 검은 색이 도드라진다는 점이다. 여기서 검은 색이란 끈끈한 블루스가 아니고, 상큼하고 도회적인 소울 음악을 의미한다. 이번에 국내에 정식 공개되는 제임스 월시 집시 밴드(James Walsh Gypsy Band)는 바로 집시를 모태로 결성되었던 밴드다. 제임스 월시는 집시에서 키보드를 담당했던 인물이고, 그를 제외한 모든 멤버는 새롭게 합류한 뮤지션들이다. 제임스 월시 집시 밴드가 전신이었던 집시의 음악과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집시의 초기 음악과 비교할 때 그렇다는 이야기고 RCA시절 음악을 들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락킹한 트랙 ‘Facing Time’이나 ‘Young Gypsy’ 혹은 ‘Money’와 같은 곡이 수록되긴 했지만, 세 번째 음반 [Antithesis]의 타이틀곡 ‘Antithesis(Keep Your Faith)’을 들어보면 이미 이들의 음악이 싱글 위주의 수록곡들로 변모해가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리고 그 스타일은 초기 집시의 음악과 소울 음악의 중간 정도에 해당해, 산타나와 시카고가 결합된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것 역시 사실이다. 발표한 대부분의 음악에서 작곡을 담당했던 보컬리스트 엔리코 로젠바움(Enrico Rosenbaum)의 역할 역시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보컬파트에 있어서는 하모니 보컬의 비중이 높아진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향은 네 번째 음반 [Unlock The Gates]를 발표하며 더욱 심화된다.


시카고의 멤버들로 구성된 3인조 브라스 파트, 이전에 비해 확연하게 증가한 코러스의 하모니 보컬과 기타의 커팅 사운드로 곡의 전체적인 무게는 줄인 반면 그루비한 리듬감은 더욱 팽창시켰다. 이러한 경향은 스티브 월시가 작곡을 담당한 ‘One Step Away’와 같은 곡에서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이 음반을 마지막으로 집시는 해산한다. 그리고 5년 뒤인 1978년 역시 RCA 레이블을 통해 제임스 월시 집시 밴드가 앨범을 발표한다. 비록 집시에서 활동했던 오리지널 멤버는 한 명 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들의 유작이었던 [Unlock The Gates]의 노선은 어느 정도 유지된다. 이는 집시의 사운드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멤버는 아니었지만, 그 틀을 만들어가는 데 가장 커다란 기여를 한 인물 가운데 하나였던 제임스 월시의 의지 혹은 ‘뚝심’의 발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시카고의 멤버는 아니지만 브라스 파트에 배치된 세 명의 멤버 역시 당시의 편성과 동일하다. 또 1978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면 전 세계를 강타한 디스코의 열풍과 함께 디스코, 펑키, 소울, R&B 등 흑인 음악들이 차트를 점령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어쩌면 제임스 월시 집시 밴드의 음악은 집시가 앞서 시도했던 음악들에 이러한 요소들을 양념으로 사용하여 또 다른 음악적 성과를 이룩한 음악이라고도 볼 수 있다.


호쾌한 사운드와 상큼한 고음의 코러스로 포문을 여는 ‘You Make Me Feel Like Livin'’은 물론 현악파트가 가미된 감미로운 발라드 넘버 ‘Love Is For The Best In Us’, ‘Lookin' Up I See’를 들어보면 과도기와도 같이 거쳐 왔던 집시의 후반기 음반 두 장에 어느 정도 잔류하던 산타나를 필두로 한 1970년대 초기 락 사운드의 굴레에서 확연히 벗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오히려 노던 소울(Northern Soul)의 영향권 아래에 있으면서도 앞서 언급했던 시카고 혹은 앰브로시아(Ambrosia)나 잉글랜드 댄 앤 존 포드 콜리(England Dan & John Ford Coley), 플레이어(Player)와 같은 밴드들의 고급스런 팝퓰러함을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집시의 음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였던 제임스 월시의 오르간 연주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었고, ‘Gray Tears’처럼 폭발적인 기타 연주가 삽입된 곡에서도 그 배경에는 날렵한 현악과 관악파트가 사운드의 균형을 맞춘다. 그런가 하면 시대적인 영향이 컸겠지만, 어쨌거나 ‘You Make Me Feel Like Livin'’과 ‘Cuz It's You, Girl’는 방송을 통해 어느 정도 인기를 얻었으며, 펑키한 사운드의 ‘Cuz It's You, Girl’는 빌보드 싱글차트 71위에 랭크되며 집시의 데뷔앨범에 실렸던 ‘Gypsy Queen Part I / Dead And Gone’(1970, 64위)에 이어 두 번째로 차트상에서 밴드의 존재를 알렸다. ‘Whole Lotta Givin' To Do’, ‘Someday’의 세련된 편곡과 팝퓰러한 감성은 이들의 이름을 모르고 듣더라도 전혀 이물감이 없다.


하지만 제임스 월시 집시 밴드의 활동 역시 그리 오래 지속되진 못했다. 1979년에 녹음만 마치고 공개하지 못했던 [Muscle Shoals 1979]가 2007년 뒤늦게 발매되기도 했지만, 어쨌든 활동은 한 장의 음반과 함께 막을 내린다. 밴드의 해산 후 제임스 월시는 점프스트리트(Jumpstreet)를 결성하여 더욱 AOR성향이 짙은 음반을 발표한 바 있으며, 1996년에는 점프스트리트의 베이시스트 바비 존스(Bobby Jones)와 함께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여 집시의 이름으로 예전의 곡들을 다시 연주한 [20 Years Ago]를 발표하기도 했다.


글 송명하 (월간 파라노이드 편집장)

반응형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