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 공연을 앞둔 75세의 거장 톰 존스가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회고담. Long Lost Suitcase


올 초에 놀라운 보도 자료를 받았다. 톰 존스(Tom Jones)가 내한공연을 가질 계획이라는 내용이었다. 1983년 방한한 이후 33년만의 내한공연. 솔직히 이번에 소개할 「Long Lost Suitcase」을 들은 건 내한 소식을 들은 뒤였다. 그만큼 톰 존스는 멀어져 있었나보다. 하지만 음반을 접하고는 보도 자료를 접했을 때보다 더 놀랐다. ‘미스터 다이너마이트’ 혹은 ‘미스터 타이거’라는 전성기 그의 별명을 떠 올리긴 힘들 것이라는 선입견이 플레이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처럼 그의 폭발적인 가창이 필요한 곡을 담진 않았지만, 일반적인 노래에서도 그의 예전 모습은 여지없이 떠오른다. 분명 멋지게 연륜이 쌓인 공연 포스터의 자신 만만한 모습이 목소리에도 그대로 남아있다.


톰 존스는 영국 웨일즈 출신의 가수다. 16세에 정규 교육을 마치자마자 고등학교 시절 여자친구와 결혼을 했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공사장 막노동꾼, 장갑 재단사, 선술집 가수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그러던 중 1963년 그룹 토미 스코트 앤 시네이터스(Tommy Scott and the Senators)의 프론트맨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고든 밀스(Gordon Mills)에 발탁되어 그 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Tom Jones’의 제목을 예명으로 솔로로 독립해, 차트에 들지는 못했지만 1964년 싱글 <Chills And Fever>로 정식 데뷔했다. 행운이었는지 싱글 <It's Not Unusual>은 고든 밀스가 작곡에 참여했지만 여자 가수 샌디 쇼(Sandie Shaw)가 부르기로 정해져 있던 탓에 톰 존스에게 기회가 없어 보였지만, 원 버전이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자 톰 존스가 다시 부르게 됐다. 그리고 톰 존스의 버전은 빌보드 이지 리스닝 차트 3위에 오르며 앞으로 닥칠 톰 존스의 전성기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됐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Green Green Glass Of Home>은 원래 제리 리 루이스(Jerry Lee Lewis)의 히트곡을 톰 존스가 1966년에 다시 녹음한 곡이다. 이후 발표하는 음반들마다 큰 히트를 기록했고, 1969년에서 1971년 사이에는 ‘This Is Tom Jones’라는 TV 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1970년대 중반에 들어 그의 인기는 주춤하는 듯 했지만, 1976년에 발표한 ‘Say You'll Stay Until Tomorrow’는 빌보드 컨트리 차트 넘버원과 팝 차트 15위라는 성적으로 그의 건재함을 알렸다. 1980년대 들어서도 프린스(Prince)의 <Kiss>를 리메이크해 변신에 성공했으며, 1992년에는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록 스타의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1999년에는 후배 뮤지션들과 함께 한 듀엣 앨범 「Reload」로 영국 차트 정상을 차지하고 <Sex Bomb>이 빅 히트를 기록하면서 2000년 브릿 어워즈에서 최우수 남자 가수상을 수상했다. 이러한 음악적 공로를 인정받아 톰 존스는 1999년에는 대영제국 훈장을, 그리고 2006년에는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바 있다. 


「Long Lost Suitcase」는 톰 존스의 통산 41번째 스튜디오 앨범으로, 2010년의 「Praise & Blame」와 「Spirit In The Room」(2012)에서 이어지는 3부작의 마지막에 해당한다. 앞선 두 앨범과 마찬가지로 백신스(The Vaccines), 카이저 치프스(Kaiser Chiefs), 프리실라 안(Priscilla Ahn)과의 작업으로도 우리와 친숙한 에단 존스(Ethan Johns)가 프로듀스를 맡았다. 이미 발표된 곡을 톰 존스 특유의 스타일로 다시 부른 음반이란 점 역시 전작과의 공통점이다. 음악적으로 본다면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가지고 가스펠을 연상시키는 숙연함마저 줬던 「Spirit In The Room」보다는 컨트리와 알 앤 비, 블루스와 록이 공존하는 「Praise & Blame」에 더 가깝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젊은 뮤지션과 함께 콜라보를 이루며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던 모습과는 달리, 이 3부작 음반은 자신의 지나온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해 주듯 회고적인 자기 성찰을 보여준다.


윌리 넬슨(Willie Nelson)이 1966년 라이브 앨범 「Country Music Concert」를 통해 선보였던 <Opportunity to Cry>는 마치 예전 톰 존스의 히트곡 <Green Green Glass Of Home>(1966)을 듣는 듯 귀에 척척 감기는 트랙이다. 50년이라는 시간적 간극은 ‘여전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너무나 부족한 톰 존스의 목소리로 그 힘을 잃는다. 미국의 인디 포크 듀오 밀크 카튼 키즈(The Milk Carton Kids)의 2013년 앨범 「The Ash & Clay」 수록곡 <Honey, Honey>에서는 톰 존스가 싱어 송 라이터 이멜다 메이(Imelda May)와 혼성 듀오를 이뤘다. 최근 발표된 음악이지만 복고적인 경향을 띤 이 곡을 톰 존스는 벤조, 만돌린 등을 이용해 더욱 본격적인 블루그래스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Bring It On Home>은 윌리 딕슨(Willie Dixon) 작곡했고, 1966년 발표된  소니 보이 윌리엄슨(Sonny Boy Williamson II)의 싱글로 잘 알려진 트랙이다. 소니 보이 윌리엄슨에 대한 오마주가 담긴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두 번째 앨범 「Led Zeppelin II」(1969) 수록 버전은 물론, 호크윈드(Hawkwind), 캔드 히트(Canned Heat)와 같은 클래식 록 밴드들은 물론 2000년대 스토너메탈 밴드 소워드(The Sword) 등에 이르기까지 록 밴드들이 특히 사랑하는 넘버. 톰 존스의 버전은 복고풍의 전형적인 홍키통크 스타일이다. 로스 로보스(Los Lobos>의 「Colossal Head」(1996)에 수록된 이색작 <Everybody Loves A Train>은 톰 존스의 이번 음반 성격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로스 로보스에 대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열적인 멕시칸 리듬에서 벗어난 블루스, 알 앤 비 등 여러 요소가 융합된 컨트리/블루스 리듬은 톰 이번 음반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융합이라는 표현을 했지만, 엄밀하게 본다면 톰 존스의 컨트리는 마치 블루스처럼 들리고, 톰 존스의 블루스는 컨트리처럼 들린다. 이러한 점은 이 음반은 물론 3부작 모두에 해당하는 얘기다. 앞서 톰 존스 스타일이라고 표현한 부분도 이러한 성격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Elvis Presley Blues>는 존 바에즈(Jozn Baez)의 2003년 앨범 「Dark Chords On A Big Guitar」에 수록됐던 곡이다. 데이비드 롤링스(David Rawlings), 그리고 그의 데이비드 롤링스 머신(Dave Rawlings Machine)에서 함께 활동하는 여성 블루그래스 싱어 송 라이터 길리언 웰치(Gillian Welch)가 공동 작곡했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한 때 그의 파트너이자 경쟁자였던 엘비스의 목소리가 톰 존스의 목을 통해 들리는 듯하다. 엘비스에 대한 노래에 이어 등장하는 나른한 트래디셔널 포크넘버 <He Was A Friend Of Mine>의 가사는 여러 생각이 들게 만든다. 초창기에는 <Shorty George>라는 타이틀로도 불렸던 이 곡은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는 노래다. 버즈(The Byrds), 밥 딜런(Bob Dylan). 머큐리 레브(Mercury Rev), 블랙 크로우즈(The Black Crowes) 등 장르에 상관없이 많은 뮤지션들의 버전이 존재한다.


<Factory Girl>은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가 「Beggars Banquet」(1968)에서 발표한 곡이다. 피들을 비롯해 만돌린, 벤조가 동원되며 독특한 톰 존스식 컨트리 넘버가 됐다. 그런가하면 영원한 시카고 블루스의 고전으로 불리는 빌리 보이 아놀드(Billy Boy Arnold)의 <I Wish You Would>(1955)는 원곡의 하모니카 연주를 재현하는 화끈한 일렉트릭 기타 리프의 하드록 넘버로 거듭났다. 에디 플로이드(Eddie Floyd)의 <'Til My Back Ain't Got No Bone>는 앨버트 킹(Abert King)의 1972년 앨범 「I Wanna Get Funky」에 수록된 곡이다. 7분이 넘는 원곡과 달리 톰 존스의 버전은 앞부분의 내레이션과 같은 부분을 걷어내고 곧바로 본론으로 진입한다. 읊조리는 것 같은 앨버트 킹의 버전에 비해 톰 존스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또 다른 매력이다.


<Why Don't You Love Me Like You Used To Do?>는 행크 윌리엄스(Hank Williams)가 1950년에 발표해 빌보드 컨트리 차트 넘버원에 올랐던 <Why Don't You Love Me>가 원곡이다. 원곡의 분위기를 크게 벗어나진 않는 편안한 컨트리 넘버. 이 외에도 1939년 샘 코슬로우(Sam Coslow)와 빌헬름 그로츠(Wilhelm Grosz)가 공동 작곡해 호레이스 헤이트(Horace Heidt)가 히트시켰고, 이후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제리 리 루이스, 밥 딜런(Bob Dylan) 등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하기도 했던 <Tomorrow Night>는 분위기 있는 재즈 스타일로 편곡됐고, 트래디셔널 포크 넘버로 <Raise A Ruckus>는 전체적인 편곡에 마치 기차가 지나가는 것과 같은 조니 캐시(Johnny Cash)의 그림자가 스며있다.


1940년 6월 7일 생. 그의 나이 벌써 일흔 다섯이다. 이번에 내한공연을 펼치긴 하지만 어쩌면 그의 쉼 없는 활동은 1970년대 이후 국내 팝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소위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과 같은 타이틀의 순위에 <Green Green Glass Of Home>이나 <Delilah>와 같은 곡이 어김없이 제목을 올리지만, 어쩌면 그건 온전히 톰 존스의 인기나 그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조영남의 번안곡으로 우리에게 친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톰 존스의 최근작 「Long Lost Suitcase」, 아니 2010년부터 이어진 3부작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겐 더욱 소중한 음반이 될 것이다. 70세에 시작해서 5년간 지속된 그의 회고담은 그의 음악은 몇 곡 알지 못하지만 왜 우리가 그의 이름을 알고 있는지, 또 왜 그가 그렇게 유명한지에 대한 충분한 대답이 될 테니 말이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세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기에도 충분한 음반이다. (20160401)



글 송명하 (파라노이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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