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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EXTERNAL CONTRIBUTIONS

비둘기 그룹, 브라스록, 라틴팝이 융합된 ‘건전’한 록 사운드



비둘기 그룹은 음악 감상실을 비롯한 다운타운에서 DJ와 MC로 활동하던 김태웅(지미)이 1975년 결성한 지미 김 그룹을 모체로 결성된 밴드다. 지미 김 그룹은 비스의 김현배(기타), 손정택(베이스, 보컬)과 트리퍼스의 최태원(드럼) 등 각 밴드들의 리더급 인물들을 차출해 결성한 밴드로, 명동의 ‘오라오라’ 등에 출연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비둘기 그룹 혹은 비둘기 가족(음반 내에서도 비둘기 가족과 비둘기 그룹이라는 이름이 혼용되고 있다)으로 개명한 후, 1978년 데뷔앨범 「하얀 비둘기」를 발표했는데, 발표 당시의 멤버는 딕 패밀리 출신의 이천행(기타, 보컬), 김지성(베이스, 보컬)을 위시해 주홍식(키보드, 보컬), 윤봉환(드럼, 봉고), 손정택(트럼펫, 보컬), 도융(알토 색소폰, 플루트), 한진동(트롬본)이다. 1978년 4월, 히트곡 <하얀 비둘기>가 수록된 데뷔앨범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밴드의 멤버는 곧바로 교체되었는데, 자켓의 뒷면 사진이 초판과 재판이 다른 것은 물론, 밴드 멤버의 크레디트가 차이를 보이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재판에 수록된 멤버들은 이천행과 김지성을 포함해, 윤승칠(기타, 보컬), 손정택(베이스, 보컬), 윤준환(키보드, 보컬), 배광석(드럼, 봉고), 김태웅(트럼펫, 보컬), 조상길(알토 색소폰, 플루트)이다. 


손정택이 앞서 제적했던 밴드인 연석원과 까치소리의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편곡자로 연석원이 참여한 이유인지 흥겨운 셔플 리듬의 대표곡 <하얀 비둘기>를 비롯한 많은 곡의 봉고 연주와 브라스파트에서는 가벼우나마 라틴 팝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다. 시대적 상황 때문이었는지, 피해갈 수 없었던 노골적인 트로트 넘버 <찾아온 당신>이 수록되기도 했지만 음반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가사는 건전하고 밝다. 그런 이유도 밴드 활동이 쉽지 않았던 당시, 외부의 압력을 그다지 크게 받지 않으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는 데 일조했다. 이천행, 손정택, 그리고 김지성이라는 세 명의 보컬리스트가 존재했던 까닭에 음반에는 곡의 제목 옆에 보컬리스트의 이름을 따로 표기해 주는 친절을 베풀고 있고, 곡의 키와 리듬을 함께 써 둔 점도 재미있다. 잦은 이합집산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팀워크를 보여주는 연주파트는 세 명의 개성 있는 보컬리스트로 자칫 뒤편으로 밀려버릴 수 있는 자신의 위치를 확실하게 할 만큼의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하얀 비둘기> 외에도 김지성이 딕 패밀리 시절 발표했던 곡을 스스로 리메이크한 <흰구름 먹구름>이 대중적인 히트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비둘기 그룹은 데뷔앨범 이후 리더를 제외한 모든 멤버가 교체되는 아픔을 겪는다. 


1979년 두 번째 앨범 「변함없네 / 진실 / 너가 좋아」는 리더인 김태웅을 제외한 모든 멤버가 김복철(기타), 이병갑(베이스), 천동근(오르간, 보컬), 강정대(드럼), 김은수(트럼펫), 김진영(테너 색소폰, 보컬)로 재편되었고, 김지성은 작곡과 객원보컬로 참여하며 길옥윤 사단으로 이적하여 발표한 앨범이다. 대폭적인 수술과 함께 “지나간 추억보다 더 화려한 그룹사운드의 전성기를 우리 힘으로 만들어 보일 것입니다.”라는 말을 남긴 1979년 주간경향의 인터뷰 내용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앨범은 첫 번째 앨범만큼의 반응을 보이지 못했고, 쥐(딕 패밀리, 서생원 가족)와 까치(아웃사이더즈, 까치 소리)의 동거는 오래지 않아 깨지고 만다.


비둘기 가족

하얀 비둘기 (히트, HC-200 017, 1978)

Side A

1. 하얀 비둘기 - 비둘기 그룹

2. 그리움 - 김지성

3. 그리운 시절 - 비둘기 그룹

4. 난 꿈이 있다고 - 김지성

5. 사연 - 손정택


Side B

1. 당신 곁에 - 손정택

2. 흰구름 먹구름 - 김지성

3. 찾아온 당신 - 손정택

4. 뭐라고 말할까요 - 이천행

5. 기다리는 마음 - 손정택


글 송명하 (20120625)


* 월간 핫트랙스 매거진(http://info.hottracks.co.kr/company/main)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