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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LINER NOTES (OVERSEAS)

DONALD FAGEN [Morph The Cat]

24년에 걸친 3부작의 완결편
DONALD FAGEN [Morph The Cat]



도날드 페이건은 이번에 세 번째 앨범을 발표하는 뮤지션이다. 하지만, 그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스틸리 댄(Steely Dan)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1967년, 대학 재학시절 만난 도날드 페이건과 월터 베커가 밴드를 결성하여 제이 앤 아메리칸스(Jay & The Americans)의 백밴드를 담당하면서부터 스틸리 댄의 역사는 시작된다. 이들 두 멤버는 1971년까지 그들과 함께 순회공연을 하던 도중 아메리칸스의 케니 밴스(Kenny Vance)의 프로듀스로 저 예산 영화 ‘You Gotta Walk It Like You Talk’의 O.S.T.에 참여한다. 레코딩 이후 기타리스트 데니 디아스(Denny Dias)와 밴드를 결성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프로 작곡가로서의 희망을 가지고 뉴욕으로 입성했다. 하지만 의욕과는 달리 바브라 스트라이센드가 녹음한 ‘I Mean to Shine’ 역시도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그러던 도중 ABC/던힐 레이블에 그들을 작곡 스태프로 고용했던 게리 카츠(Gary Katz)를 만나게 되고, 그의 제안으로 자신의 곡을 스스로 녹음할 밴드를 결성하게 된다.

월터 베커와 도날드 페이건 이외에, 애초에 밴드를 결성하려고 할 때 염두에 두었던 기타리스트 데니 디아스를 비롯해서 역시 기타에 제프 백스터(Jeff Baxter), 드럼에 짐 호더(Jim Hodder), 키보드와 보컬에 데이빗 팔머(David Palmer)로 정식 밴드의 진용을 갖춘 스틸리 댄은 1972년 데뷔앨범 [Can't Buy a Thrill]을 발표해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고 싱글 ‘Do It Again’의 히트와 함께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다. 1973년 발매된 [Countdown to Ecstasy] 역시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긴 했지만 아쉽게도 히트 싱글을 발표하지 못했다.
1974년, 이후 토토에 가입하게 되는 드러머 제프 포카로(Jeff Pocaro)와, 마이클 맥도날드(Michael McDonald)가 정식 멤버로 가입한 세 번째 앨범 [Pretzel Logic]은 탑 10 싱글인 ‘Rikki Don't Lose That Number’을 수록했지만, 이상하게도 밴드의 라이브는 계속해서 실패하게 된다. 결국 월터 베커와 도날드 페이건은 이후 라이브를 포기하고 스틸리 댄을 전문 스튜디오 밴드로 유지하기로 결정한다. 따라서 이후 음반인 [Pretzel Logic]에서부터 스틸리 댄은 월터 베커와 도널드 페이건의 듀오 체제로 재정비되고, 정식 멤버가 아니라 대대적인 전문 연주인들이 등장하게 된다. 특히 1977년에 발표한 [Aja]는 웨더 리포트 출신의 웨인 쇼터나 리 릿나워, 그리고 크루세이더스, 스티브 겟 등의 한층 재즈의 색깔을 강화시킨열연이 빛을 발한 음반이었다. 후속작으로 완성된 [Gaucho]는 소속 레이블인 ABC가 MCA로 흡수되는 과정에서 발매가 연기되었고, 그 사이에 스틸리 댄은 영화 ‘FM’의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다. 히트 싱글 ‘Hey, Nineteen’을 담고있는 [Gaucho]가 발매된 것은 1980년의 일이었다. 앨범 역시도 10위권으로 진입하며 선전했지만, 1981년 밴드는 돌연 해산을 선언한다. 도날드 페이건이 스틸리 댄 음악의 연장선상에 있는 솔로 음반 [The Night Fly]를 발표된 것은 바로 이듬해인 1982년의 일이다. 솔로로 전향한 도날드 페이건의 음반 역시도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지만, 그가 다시 레코딩에 참여한 것은 두 번째 솔로앨범 [Kamakiriad]을 제작하던 1993년이었다. 음반 자체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었지만, 예전의 단짝 월터 베커가 음반의 프로듀스를 맡는 것을 기점으로 스틸리 댄이 재정비 되는 성과를 거둔다. 1994년 발표한 월터 베커의 첫 번째 솔로음반에서는 도날드 페이건이 프로듀스를 담당했으며, 스틸리 댄은 다음해인 1995년 20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투어를 감행하고, 2000년에 들어서 자신들의 20주년을 자축하는 스튜디오 음반 ‘Two Against Nature’을 발표한다. 이러한 스틸리 댄의 활동과 병행하여 도날드 페이건은 미뤄두었던 자신의 솔로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했다. 새롭게 발매되는 [Morph The Cat]은 1981년 발표한 첫 번째 솔로 앨범에서부터 이어지는 3부작의 완결편이다.

“[The Night Fly]는 소년의 관점에서 바라본 음반이었다면, [Kamakiriad]는 중년에 관한 이이기죠. 이번 음반은 마지막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3부작의 마지막이라고 할까요. 석 장을 묶어서 한 장의 박스에 발매할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그가 밝힌 마지막의 의미는 바로 ‘죽음’이다. “저의 어머니는 2003년에 돌아가셨고, 대단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번 앨범의 사운드가 지난 음반과 마찬가지로 생기 있게 들린다고 할 지라도, 실제로는 죽음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의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음반에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한 것은 9/11 테러였다. 본격적으로 음악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함께 했던 뉴욕의 생활, 다른 뉴요커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사건을 통해 자신이 살날이 얼마나 많이 남았으며 또,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물론, 표면상으로 드러나는 음악을 통해서 그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의 음악은 언제나처럼 미드템포의 일정한 박자를 유지하고 있고, 미묘한 화음에 의한 코러스에 의한 효과를 중요시하며, 지속적인 반음 상승이나 하강을 통해 청자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낙차 큰 보컬라인을 선호하는 스타일과, 깔끔한 도회풍의 편곡은 여전하다. 스틸리 댄의 전성시절처럼 화려한 세션집단의 참여는 없지만, 조화를 중요시하는 그의 음악스타일을 표현하는 데에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타이틀 트랙인 ‘Morph The Cat’은 음반의 처음과 마지막에 배치되어 토탈 앨범에 걸맞는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이전 음반들에 비해서는 락적인 성격보다는 소울과 재즈의 요소가 음반 전체의 기본적인 골격을 이룬다. 58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비해 보이스의 차이도 그다지 느껴지지는 않는다.

도널드 페이건의 음악은 사실 그 유사한 음악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개성이 강한 음악이다. 이렇듯 독특한 그의 음악 스타일은 제프 백스터와 마이클 맥도널드가 스틸리 댄에서 두비 브라더스로 이적하면서, 두비 브라더스라는 밴드의 음악에 변화를 일으켰다는 점을 예로 보더라도 그 파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10년이 넘는 시간적인 텀을 가지고 24년에 걸쳐 발매된 3장의 음반.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음악의 유행 역시도 몇차례의 심한 변화의 시기를 지났지만, 그의 신보는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음악성으로 마치 비슷한 시기에 나온 연계작과도 같이 조화를 유지하고 있는 음반이며, 첫 번째 음반인 [The Night Fly]에 필적할 만한 음악적인 성과를 일궈낸 음반이다. (2006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