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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LINER NOTES (OVERSEAS)

Mike Oldfield [Light + Shade], 뉴에이지와 앰비언트의 요소를 수용한 미래지향적 사운드




한때 ‘음악의 천재’, ‘당대 최고의 가장 위대한 대중음악가’로 불렸지만, 2000년대 이후 그 활동이 주춤했던 마이크 올드필드가 새로운 음반을 발표했다. 아프로-아프리칸 리듬에 켈틱, 이슬람 멜로디가 융합된 이번 음반은 각각 뉴에이지와 앰비언트의 느낌이 나는 두장의 음반으로 구성된 음반이다.

1999년 12월 31일, 베를린에서는 ‘Art In Heaven’이라는 타이틀의 공연이 벌어졌다. 수만의 관객들 앞에서 빛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피라미드 사이로 ‘Millenium Bell’을 연주한 인물은 다름 아닌 영국의 천재 음악가 마이크 올드필드였다. 프로그레시브락 뮤지션이긴 하지만, 자신의 음악이 결코 현학적인 자기만의 세계에만 빠져있지 않고 대중들과의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해낼 수 있는 음악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인 샘이다. 실제로 1973년에 발표된 그의 데뷔앨범 [Tubular Bells]는 이렇다할 히트싱글 없이도 현재까지 1600만장 이상이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1991년, 영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영국의 300대 부자를 발표했다. 그 가운데에는 음악계 종사자가 총 13명이 있었는데, 그중 최고는 전체 순위 가운데에서는 9위에 해당하는 리차드 브렌슨(Richard Brenson)이었다(두 번째는 13위를 차지했던 폴 매카트니). 10대를 위한 잡지 ‘스튜던트(Student)’의 발행인이며, ‘디스카운트 레코드 샵(Discount Record Shops)’의 전국 체인점을 가지고 있던 리차드 브렌슨이 일약 음악계의 갑부로 등극한 데에는 마이크 올드필드의 영향이 컸다. 그가 설립한 버진(Virgin) 레코드의 첫 번째 작품이 바로 마이크 올드필드의 데뷔앨범이었고, 앞서 이야기 한 듯 이 음반의 예상하지 못했던 대 히트는 신생 레이블이었던 버진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하나의 이정표와도 같은 역할을 했다.

1953년 5월 15일 영국의 서해안 레딩(Reading)에서 태어난 마이크 올드필드는 5세에 피아노를 익혔으며 10살에 각종 현악기를 익혀 15살이 되던 1968년에는 20가지가 넘는 악기를 다루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었다. 자신의 누이 샐리 올드필드(Sally Oldfield)와 함께 포크 듀오 샐리앤지(Sallyangie)를 결성해 음반을 발표한 것도 바로 그 해의 일이다. 샐리의 결혼으로 해산한 샐리앤지 이후 베어핏(Barefeet)을 결성했지만, 그렇게 오래가지는 못했고, 본격적인 프로뮤지션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은 1970년, 소프트 머신(Soft Machine)의 멤버인 케빈 에이어스(Kevin Ayers)가 결성한 그룹 홀 월드(The Whole World)에 베이시스트로 가입하면서부터다. 두 장의 음반에 참여하면서 발군의 음악적 재능을 보인 그는 주 종목인 베이스 기타 이외에도 때로 리드 기타를 맡기도 했으며, 음악적 견해차이로 그룹을 탈퇴한 그는 50분 짜리 데모 테이프 한 개를 제작한다. 20개 이상의 어쿠스틱과 일렉트릭 악기를 혼자 연주하며 천번이 넘는 오버더빙을 거듭하며 만들어낸 이 데모 테이프가 바로 버진 레코드사의 1호 음반인 [Tubular Bells]이다. 음반이 발표된 것은 1973년의 일로 그의 나이 20세가 되던 해였다.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도입부 피아노 연주의 인상적인 멜로디 라인은 윌리엄 프리드킨(William Friedkin) 감독의 눈에 띄여 그의 영화 ‘엑소시스트’의 메인 테마로 삽입되었으며, 이후 공포영화 음악의 교과서로 자리를 잡는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또(Dario Argento)는 그의 영화음악을 맡은 고블린(Goblin)에게 ‘Tubular Bells’와 유사한 분위기의 음악을 주문한 바 있다. 한 곡이나 두 곡이 음반 전체를 차지할 정도로 대곡지향의 음악적인 성향을 지녔던 그의 음악에 짧은 곡들이 등장한 것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이다. LP시대 두 장의 음반 한 곡만을 수록했던 여섯 번째 음반 [Incantations]를 발표하며 행한 공연은 10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와 스텝을 동원한 성공적인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50만 파운드라는 적자를 기록한다. 이후 발매되는 음반들은 기존의 대곡 지향적인 곡들과 중.단편들이 조화를 이루게 되며, 앨범뿐만이 아니라 싱글히트의 가능성까지도 타진할 수 있는 음반으로 기획되었다. 우리의 귀에도 너무나 친숙한 ‘Moonlight Shadow’나, 블루 아이드 소울 듀오 홀 앤 오츠(Hall & Oats)의 리메이크로 잘 알려진 ‘Family Man’과 같은 곡들은 이때 발표된 곡들이다.

이번에 새로 공개되는 그의 음반 [Light + Shade]는 음반의 타이틀처럼 ‘Light’와 ‘Shade’로 구성된 두 장의 음반이다. ‘Light’파트는 뉴에이지나 앰비언트의 성향이 강한 차가운 트랙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Shade’파트는 보다 역동적이며 어두운 트랙들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상반된 두 장의 음반이 가진 성격에 대해서 마이크는 자신이 가진 ‘음악적 양면성’이라고 표현한다. 가상현실 게임의 음악이었던 2001년의 [Tres Lunas]와 [Maestro] (2003)를 ‘음악으로부터의 휴식’이라고 이야기하며 순수한 음악을 만들 때가 되었다고 밝힌 바 있듯이 [Light + Shade]는 그의 미래지향적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음반이다. 게임음악을 제작한 이후 3년의 기간은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만들어주었고, 새로운 마음가짐에 걸맞는 장비들과 업그레이드된 소프트웨어들은 그의 창의적 생각을 음악으로 옮기는데 적절한 도구들이 되어주었다.


“저는 그저 평범한 뮤지션입니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그 아이디어를 사운드로 만들 수 있는 기술자라고나 할까요. ‘Go’버튼을 누르고 그 작업이 끝난 것을 보는 것이라고 종종 이야기하곤 했지만, 이런 과정 가운데에서 영감이 생기는 거죠. 어려운 작업들을 통해 꾸준히 일하고 결과를 도출해 냅니다.”


이번 음반 역시도 그의 지난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한 곡 한 곡 떼어 듣는 것보다는 음반을 틀어놓고, 한 호흡으로 듣는 전체적인 감상을 권한다. 특히 단순하게 들리는 녹음인 듯 하지만, 음의 다이나믹 레인지가 넓기 때문에 이어폰으로 감상하는 것보다는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스피커로 감상할 때 그 느낌은 배가된다. 수록된 곡들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무한으로 반복되는 리듬 바탕 위에서 날카롭고 잔뜩 찌그러진 기타음과 맑고 깨끗한 피아노 음색으로 액센트를 주고 있으며, ‘보컬로이드(Vocaloid)’라고 이름 붙여진 이펙트를 통한 보컬이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낸다. 정적인 분위기의 ‘Light’에서 보다는 역동적인 ‘Shade’를 통해 이러한 그의 음악적 성향은 더욱 잘 드러난다. 물론 이러한 데뷔앨범인 [Tubular Bells]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일관된 흐름이긴 하지만, 컴퓨터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발달과 함께 조금씩 변모해 가는 그의 음악성을 느낄 수 있다. 특히 [Tubular Bells III] 이후로 곧잘 그의 실험대 위에 오르는 아프로-아프리칸(Afro-African) 리듬에 입혀지는 켈틱과 이슬람 멜로디는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게 융화되고 있으며, 앰비언트적인 요소 다분한 몽환적인 댄스비트 가운데에서 적재적소에 삽입되고 있는 피아노 연주는 그의 천재적 면모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이미 영화 ‘킬링 필드’에서 타레가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독특한 스타일로 수록한 바 있지만, 이번 음반에는 클래식 기타 지망생의 필수 코스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로망스’가 ‘마이크 올드필드 풍’으로 수록되었다. 원곡과의 비교도 재미있지만, 그가 편곡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비교해서 감상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멀티 플레이어로서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의 음악적인 뿌리가 기타에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나 할까.

앞서 그의 표현처럼 [Light + Shade]는 ‘순수한’ 그의 음악적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음반이다. 컴퓨터의 발달로 인한 필연적인 음악적 환경의 변화들에 언제나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켜나가고 있는 그의 모습은 ‘프로그레시브’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에 가장 잘 부합하는 구도자의 모습이며, 선구자의 모습이다. (2005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