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레이션의 효과적인 삽입으로 더욱 표현의 스펙트럼을 넓힌
멤버의 변동, 레이블의 이적 탓일까. 음반의 자켓에 언제나 등장하던 메틀 버드(Metal Bird)가 새로운 앨범에서는 화염에 휩싸여 있다. 물론, 음반에 담긴 수록곡들은 프라이멀 피어라는 이름을 떠올림과 동시에 기대했던 모든 것을 그대로 담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는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이 가세하여 그 스케일이 더욱 커졌다.
감마 레이(Gamma Ray)출신, 팀 오웬스(Tim Owens)에게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어쨌든 롭 핼포드(Rob Halford)가 탈퇴해 공석이었던 주다스 프리스트의 보컬리스트에 자원한 바 있는 랄프 쉬퍼스(Ralf Scheepers)의 과거를 굳이 다시 꺼내보지 않더라도, 자타가 공인하는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적자, 파워메틀의 진정한 계승자라고 할 수 있는 프라이멀 피어의 신보다. 1998년 데뷔앨범을 발매한 이래 일곱 번째에 해당하는 정규앨범이며, 이태리의 멜로딕락 전문 레이블인 프론티어즈로 이적한 후 처음 발표하는 음반이다. 음반의 프로듀스는 역시 메트 시너(Mat Sinner). 또 랄프 쉬퍼스와 매트 시너의 변함 없는 공조체제에 어나이얼레이터(Annihilator) 등에서 활동한 바 있는 캐나디언 드러머 랜디 블랙(Randy Black)과, 2002년의 [Black Sun] 이후 잠시 밴드를 떠났던 기타리스트 헤니 볼터(Henny Wolter)가 더욱 힘에 넘치고 공격적인 사운드 메이킹에 든든한 협력자로 가세했다.
“[New Religion]은 확실히 프라이멀 피어의 역사에 있어서 새로운 장을 연다고 할 수 있는 음반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새로운 레이블과 계약을 마쳤고, 멋진 친구 헤니가 돌아와 더욱 강력한 에너지를 갖췄죠. 밴드의 분위기 역시 그 어느 때 보다도 좋습니다. 믿어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음반을 들어 보시죠.”는 랄프 쉬퍼스의 이야기나, “1998년 첫 번째 앨범을 발표한 이래로 이렇게 흥분되고 긍정적인 감정이 들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우린 이전에 이 앨범만큼 열심히 작업한 적이 없었습니다. [New Religion]은 이전 프라이멀 피어의 음반에서 들었던 모든 특징에 발전과 독창성이 더해진 음반입니다.”는 매트 시너의 이야기 모두 새로운 음반에 대한 멤버들의 자신감이 어떤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음반을 듣고 나면 이들의 이러한 이야기가 결코 새로운 음반발매에 맞춰 하는 공식적인 이야기만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1집부터 내려오던 주다스 프리스트 풍 전형적인 파워메틀과 저먼메틀 특유의 멜로딕한 감성은 그대로 유지한 채,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표현의 스펙트럼을 더욱 넓혔다고나 할까.
베스트 음반을 제외하고 2년 만에 공개되는 신보 [New Religion]의 포문을 여는 나무랄 데 없는 오프닝 ‘Sign Of Fear’는 ‘Blood On Your Hands’와 함께 거침없이 질주하는 파워메틀의 정의를 그대로 보여주는 트랙으로, 프라이멀 피어라는 이름 안에서 가질 수 있는 청자들의 모든 기대를 충족시키는 확실한 넘버들. 현재 롭 핼포드의 음성보다 오히려 전성기 롭 핼포드스러운 목소리를 자랑하는 ‘Face The Emptiness’는 오케스트레이션을 전격 수용한 사운드로 기존 이들의 곡에 비해서 다소 팝적인 진행을 가진 곡이긴 하지만,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에피카(Epica)의 시모네(Simone Simons)의 메조 소프라노 보이스가 랄프 쉬퍼스와 화음을 맞추는 ‘Everytime It Rains’는 랄프 쉬퍼스가 프라이멀 피어에서 활동하며 처음으로 녹음한 듀엣 곡이다. 다소 이질적일 듯한 두 보컬리스트의 만남은 서정적인 악곡의 전개와 맞물리며 복잡하지 않은 멜로디라인임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 확실한 한 소절을 남긴다. 피아노의 선율과 스트링 오프닝이 아름다운 ‘Fighting The Darkness’는 ‘Fighting the Darkness’, ‘Darkness II’ 그리고 ‘Reprise’로 구성된 일종의 조곡으로, 일순간의 브레이크 이후 이어지는 두 번째 파트 ‘Darkness II’에서 펼쳐지는 심포닉한 연주, 수미쌍관식으로 다시 전반부의 주제로 돌아가 마무리되는 구성미의 극치를 만끽할 수 있는 8분대의 진수성찬 넘버. 음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Man (That I Don’t Know)’역시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이 가세한 미드템포의 곡으로, 다소 통속적인 전개를 가지고있긴 하지만, 그 감동이 주는 무게만큼은 어떤 곡에도 뒤지지 않는다. 곡이 끝나며 음반이 모두 마무리되긴 하지만, 다시 한번 리피트 버튼을 찾게 만들만큼 여운이 길게 남는 트랙.
앞서 계속해서 주다스 프리스트를 언급했지만, 활동 10년이 가까운 밴드의 새 앨범을 들으며 다른 밴드의 그림자를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 그렇게 썩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프라이멀 피어를 그저 주다스 프리스트의 아류밴드 가운데 하나라고 치부하기에는 이들이 걸어온 길이 너무 확고하다. 또 이번에 발표한 또 하나의 궤적은 단순히 한 밴드를 따라온 것이 아니라 정말 멤버 스스로가 추구하는 음악이 그러한 것임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제 프라이멀 피어의 활동을 보고 프로에 접어든 밴드에게는 주다스 프리스트가 아니라 프라이멀 피어의 영향력이 느껴진다는 리뷰가 따를 것이다. 바로 그 점이 이들이 단순한 아류밴드가 아니라 명확한 자신들만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을까. 내년이면 데뷔 10년. 프라이멀 피어의 꺾이지 않는 외골수 집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며, 파워메틀이란 장르가 단지 화려했던 과거를 고증하는 유산에 머물지 않고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진화, 발전하고있으며, 그 중심에는 바로 프라이멀 피어가 있다는 사실을 만방에 선포하는 역작이다. (20070914)
글 송명하 (핫뮤직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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