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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Sabbath [13]

CONER'S MUSIC LIFE/LINER NOTES (OVERSEAS)

by coner 2021. 9. 2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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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만에 뭉친 ‘원조’ 블랙 새버쓰 멤버들이 발표하는, 우리와 동시대의 명반

블랙 새버쓰(Black Sabbath)에 대해 다른 설명이 필요할까. 1968년 영국의 버밍햄에서 결성, 1970년 2월 ‘13일의 금요일’에 데뷔앨범을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그들의 음악은 정통 메탈은 물론, 스래쉬메탈, 둠메탈, 블랙메탈, 스토너메탈, 슬럿지메탈 등 다양하게 분화된 헤비메탈의 서브장르의 태생을 가능케 했던 매뉴얼이 되었다. 데뷔앨범의 타이틀트랙이자 밴드의 타이틀곡이라고 할 수 있는 ‘Black Sabbath’의 사악하고 불길하며 섬뜩한 기운은 날카로운 비명이나 극단적인 스피드를 동반하지 않더라도 최면과 같이 순식간에 청자들을 자신들의 광신도로 흡수할 수 있는 주술과도 같았다. 이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음악의 탄생이었다. 화려한 테크닉이나 청자를 자극하는 고음의 진행이 아니라, 육중한 저음의 세기말적 분위기는 이후 블랙 새버쓰를 상징하는 가장 커다란 특징이 되었다. 블랙 새버쓰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대부분의 팬들이 생각하는 사운드는 바로 이렇게 초기 블랙 새버쓰, 즉 오지 오스본이 함께 했던 시기의 밴드 사운드를 의미할 것이다. 그리고 그 정서는 소위 ‘악마주의’에 맞닿아 있었다. 물론 블랙 위도우(Black Widow), 핑크 페어리스(Pink Fairies) 등도 같은 시기 이러한 정서를 표현하기도 했지만, 블랙 새버쓰만이 유일한 생존자로 지금까지 남았다.

잠깐 샘 던(Sam Dunn)의 다큐멘터리 영화 ‘메탈: 헤드뱅어스 저니(Metal: Headbanger's Journey)’(2005)를 살펴보자.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부분은 바로 헤비메탈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다. 이에 대해서 “블랙 새버쓰가 바로 헤비메탈의 원조다. 모든 리프가 멋지다. 모두 블랙 새버쓰가 만들었다. 누가 무엇을 시도했던지 그건 블랙 새버쓰의 음악을 표절한 것이다. 빠르게 하건 느리게 하건 뒤집어하건 모두 블랙 새버쓰에게서 나온 것이다.”라는 롭 좀비(Rob Zombie)의 이야기처럼 등장하는 뮤지션들이나 프로듀서들은 블랙 새버쓰를 바로 헤비메탈의 기원에 놓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이유로는 블랙 새버쓰의 독특한 리프를 꼽는다. 토니 아이오미(Tony Iommi)는 “모든 이가 좋아할만한 음악을 만들려고 하다가 생긴 일이었다. 처음엔 리프 몇 개로 시작했는데 그 이후 ‘Black Sabbath’는 완전히 다르게 들렸다. 그 몇 개의 음이 모든 걸 말해준 거다. 정말 굉장하다고 생각했고, 곡 분위기가 좋았다. 소름이 돋도록 느낌이 좋았고, 이게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음악이라고 직감했다. 사운드가 악마적(Demonic)이긴 하지만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한 음악이 좋았다. 리프에 실린 악마적인 관념이 마음에 들었다.”라며 블랙 새버쓰 사운드의 기원을 설명했다. 

 

이렇게 블랙 새버쓰 이후 록밴드의 사운드는 악마적으로 변했고, 헤비메탈의 전형적인 특징이 됐다. 그렇다면 블랙 새버쓰의 사운드, 즉 토이 아이오미의 리프는 어떤 이유로 그러한 느낌을 우리에게 주는 걸까. 카니발 콥스(Cannibal Corpse)의 알렉스 웹스터(Alex Webster)는 “블루스 스케일에서 나온 B-Flat, 3온음(Tritone)이 악마의 음색을 낸다. 오래 전부터 연주가 금기시 되어왔지만 블랙 새버쓰가 한 거다. 특히 ‘Black Sabbath’는 감 5도, 3온음이 멋지게 사용된 곡이다.”라고 이야기했고, 프로듀서 밥 에즈린(Bob Ezrin)은 “중세시대에는 3온음이 악마의 음악으로 알려졌다. 짐승을 부르는 데 쓰였다며.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섹시한 음색이다. 당시 사람들은 무지했고 그걸 두려워했다고 한다. 뭔가 야릇한 소리를 들었을 때 악마가 온다고 생각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블랙 새버쓰는 당시까지 대중음악에서 거의 쓰이지 않았던 코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앞에서 얘기했던 사악하고 불길하며 섬뜩한 블랙 새버쓰의 음악은 그 가사나 사상이 아니라 사운드, 그것도 토니 아이오미가 만들어낸 리프에 의한 것이었다. 

이렇게 초기 블랙 새버쓰의 곡을 전체적으로 조율한 건 토니 아이오미고, 대부분의 곡에서 보컬의 멜로디는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 그리고 가사는 기저 버틀러(Geezer Butler)가 담당했다. 1979년, 계속되는 마약 문제로 오지 오스본이 밴드에서 이탈하고 로니 제임스 디오(Ronnie James Dio)가 밴드에 가입하며 블랙 새버쓰는 명반 [Heaven And Hell](1980)을 필두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지만 초기 사운드와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 것은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로니 제임스 디오와 오지 오스본이 가진 보컬 스타일과 음색의 문제를 들 수 있지만, 로니 제임스 디오가 적극적으로 작곡과 작사에 가담한 것이 더욱 커다란 이유였다. 

 

알려져 있다시피 로니 제임스 디오는 딥 퍼플(Deep Purple)의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가 결성한 레인보우(Rainbow)의 초대 보컬리스트로, 중세의 양식미와 ‘용’, ‘기사’, ‘흑마술’, ‘점성술사’, ‘마녀’ 들이 등장하는 판타지 스타일의 가사로 초기 레인보우의 스타일을 구축했던 일등공신이다. 그런 그가 레인보우와 결별하게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러한 스타일을 벗어나 현대적인 레인보우를 만들려고 했던 리치 블랙모어의 의도 때문이었다. 그러한 로니 제임스 디오의 스타일이 이번엔 블랙 새버쓰와 만나며 화학적 결합을 일으킨 것이다. 이전까지의 블랙 새버쓰의 음악도, 그렇다고 레인보우의 음악도 아니지만 대단히 멋진 음악이었다. 물론 이러한 이유가 블랙 새버쓰 골수팬들의 발길을 돌려놓게 하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로니 제임스 이후에도 블랙 새버쓰에는 이언 길런(Ian Gillan)을 비롯해서 글렌 휴즈(Glen Hughes), 레이 길런(Ray Gillen), 토니 마틴(Tony Martin) 등 유수의 걸출한 보컬리스트가 들락거렸다. 하지만 블랙 새버쓰는 그 이름만으로 명맥을 유지했을 뿐, 이미 오지 오스본 재적시의 사운드와는 상당부분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줬다. 그 음악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그렇게 초기 블랙 새버쓰의 팬들은 언제나 오지 오스본이 함께 하는 밴드의 모습을 그려왔고 결국 그 바람은 현실로 이어졌다.

[13]은 블랙 새버쓰의 19번째 정규앨범이다. 블랙 새버쓰로서는 [Forbidden](1995) 이후 첫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며 원년 보컬리스트 오지 오스본이 [Never Say Die!](1978)에서 마이크를 잡은 뒤 35년 만에 참여한 스튜디오 앨범이다. 기저 버틀러 역시 [Cross Purposes](1994) 참가 이후 밴드를 이적했으니, 실로 오랜만에 불러보는 오리지널 라인업의 이름들이다. 블랙 새버쓰라는 이름으로 이들 라인업이 재결합 했던 것은 1997년에서 1999년 사이 펼쳐진 ‘오즈페스트(Ozzfest)’를 비롯한 ‘리유니온 투어(Reunion Tour)’ 동안이다. 당시의 실황은 라이브 앨범 [Reunion](1998)과 DVD [The Last Supper]로 발매되기도 했다. 오랜만에 함께 한 동료들과의 작업에 고무된 블랙 새버쓰는 2001년 릭 루빈의 프로듀스로 새 앨범 작업에 돌입한다. 

하지만 앨범작업은 진행되지 못하고 계속해서 늦춰졌다. 당시 오지 오스본은 자신의 솔로 앨범 [Down To Earth]의 중반 작업을 하고 있었고, 기저 버틀러는 자신의 밴드 GZR활동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로니 제임스 디오, 토니 아이오미, 기저 버틀러, 비니 어피스(Vinny Appice)의 또 다른 블랙 새버쓰 프로젝트인 헤븐 앤 헬(Heaven & Hell)이 출범했다. 원년 멤버의 블랙 새버쓰는 2001년과 2005년 오즈페스트에서 헤드라이너로 공연을 펼치고, 2005년과 2006년에는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며 함께 등장하기도 했지만, 결국 오리지널 라인업의 블랙 새버쓰의 새 앨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는 듯 보였다. 이러한 블랙 새버쓰가 재결합을 선포한 것은 2011년 11월이다. 밴드가 다시 릭 루빈과 함께 새 앨범 작업을 시작 했다는 발표를 한 것이다. 그 시기에 대해서 토니 아이오미는 “지금이 아니면 결코 불가능”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렇게 2012년 8월에서 2013년 1월에 이르는 작업 끝에 새 음반의 녹음이 마무리되었다. 계약상의 문제로 밴드를 이탈한 빌 워드(Bill Ward)의 자리는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과 오디오슬레이브(Audioslave)를 거친 브래드 윌크(Brad Wilk)가 세션으로 참여했다. 

기저 버틀러는 새로운 음반에 대해서 예전 블랙 새버쓰의 스타일과 사운드를 갖춘 음악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이야기는 음반을 트레이에 거는 순간 곧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첫 번째 트랙 ‘End Of The Beginning’은 조금 템포가 빨라지긴 했지만, 충격적인 데뷔앨범 [Black Sabbath]의 타이틀곡을 통해 블랙 새버쓰의 포로가 되었던 그 누구라도 반가움에 탄성을 지를 만큼 ‘Black Sabbath’를 떠오르게 만드는 트랙이다. 솔로로 독립하며 트랜디한 미국 메탈 사운드와 교류하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던 오지 오스본의 음악도, 그렇다고 많은 보컬리스트들이 거쳐 가며 그들의 음악성과 교차했던 중기 이후 블랙 새버쓰의 음악도 아니다. 바로 블랙 새버쓰의 음악적 황금기로 불리던 1집부터 5집 [Sabbath Bloody Sabbath](1973)까지의 음악에 비견될 만한 사운드와 스타일이다. 원년멤버의 복귀만큼 반가운 초기 사운드로의 복귀인 것이다. 중반부 템포 체인지와 함께 펼쳐지는 그루비한 셔플리듬은 [Master Of Reality](1971)의 ‘Children Of The Grave’가 연상된다. 

 


앨범발매 이전 싱글로 선공개되며 정식 앨범 발매일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들었던 ‘God Is Dead?’의 도입부 반전에서는 자연스럽게 ‘War Pigs’가 떠오르며, ‘Loner’의 메인 리프는 데뷔앨범의 명곡 ‘N.I.B.’를 다시 꺼내 듣게 만든다. 웃음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Zeitgeist’의 퇴폐적이고 환각적인 여행은 [Paranoid]에 수록된 ‘Planet Caravan’만큼 나른한 몰입을 종용한다. ‘Age Od Reason’의 쓰나미와 같이 밀려오는 숨 막히는 그루브, 스트레이트하게 몰아치는 ‘Live Forever’는 블랙 새버쓰가 후배 밴드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었는지를 직접 들려주는 트랙들이다. 최근 발표되는 슬러지/스토너메탈 밴드들의 음악들에서 가장 먼저 감지되는 특징은 바로 블랙 새버쓰의 분위기다. 물론 그 분위기란 초기 블랙 새버쓰의 것을 말한다. 그러한 밴드들, 또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는 청자들에게 원조 사운드의 주인공들이 모여 육중한 사운드의 덩어리를 던져놓은 것이다. 역시 특유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Damaged Soul’을 지나 변화무쌍한 구성을 지닌 ‘Dear Father’로 음반은 모두 마무리 된다. 데뷔앨범의 첫 ‘Black Sabbath’에서 들었던 천둥과 빗소리, 종소리가 이 음반 엔딩 트랙인 ‘Dear Father’의 마지막에 삽입된 점은 ‘End Of The Beginning’의 도입부 가사인 “Is This The End Of The Beginning? Or The Beginning Of The End?”와 함께 무척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원로 밴드들의 재결합은 사실 기존 팬들의 추억이라는 감성에 호소하며 예전의 인기를 갉아먹는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블랙 새버쓰의 이번 음반은 절대 그렇지 않다. 앞서 예전 이들이 전성기 시절 발표했던 곡들과 이번 음반에 수록된 신곡들을 비교하긴 했지만, 이는 새롭게 모인 블랙 새버쓰가 초기의 튠으로 돌아가려 했음을 이야기하려 했던 것이지 그 음악들을 그대로 재현하려 했음이 아니란 얘기다. 오히려 새로운 창작곡들을 통해 자신들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상당부분 전성기를 압도하는 무개와 힘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8곡의 트랙리스트 가운데 5곡이 7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는 점 역시 그들의 나이를 거스르는 왕성한 창작력의 발로인 동시에 예술적 가치보다 휴대전화의 링톤이나 통화 대기음과 같이 배경음악으로 전락해버린 최근의 음악 창작과 소비 행태에 대해 던지는 무언의 메시지와도 같은 것이다. 

보통 여러 잡지들이나 방송들에서 꼽는 ‘명반’들은 과거의 음반들이다. 예전 음악을 들을 때 그러한 명반들을 찾아 들으며 “왜 우리 시대에는 그러한 음반이 발표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초기 블랙 새버쓰의 명반군과 나란히 꽂아두어야 할 명반이 우리와 동시대에 등장했다. 데뷔앨범이 발표된 지 43년이 지난 지금, 바로 데뷔앨범을 녹음했던 그 뮤지션들이 모여 만든 음반이다. 흥분되지 않을 수 없다. (20130609)

글 송명하 (파라노이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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