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수경이와 원스를 봤다. 시종 뮤직 비디오(물론, 총 들고 뛰어다니며 피가 난무해 누군가를 꼭 죽이고 억지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특정 뮤직 비디오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음악과 그에 어울리는 영상이 예뻤던 영화. 커다란 자본이 투자되어 매끈하게 다듬어진 영화가 아니라, 그들의 생활 그 자체를 보여주는 듯 거친 느낌이 오히려 따스한 느낌이랄까.
영화의 개봉에 맞춰 음반사에서 제공했지만, 아쉽게도 책에 싣지 못했던 글렌 한사드와 가진 인터뷰 내용을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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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한사드는 인디락 팬들에게는 플레임즈(The Frames)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도 수입되면서 소개가 됐던 플레임즈는 페드로 더 라이온(Pedro The Lion)이나 데미안 라이스(Demian Rice)를 비롯한 인디포크 애호가들에게 사랑 받았다. 글렌 한사드의 경우에는 이미 이전에 영화에 출연한 경력도 있다. 바로 알란 파커의 유명한 음악영화 커미트먼츠(The Commitments)였는데 글렌은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출연했다.
영화 <Once>의 두 주인공인 글렌 한사드와 체코 출신의 피아니스트 마케타 잉글로바(Marketa Irglova)는 영화 작업 이전에 같이 앨범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바로 2006년, 미국의 인디펜던트 레이블 오버코트(Overcoat)에서 발매한 콜라보레이션 시리즈의 세 번째 앨범 [The Swell Season]이 그것인데 아름다운 노래들로 가득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앨범 발매 이후 이들은 미국 투어를 돌기도 했다. 투어 직후 글렌과 마케타는 영화 <Once>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면서 현재 전세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영화/음악 애호가들에게 널리 사랑 받고있다. 다음은 영화에 관한 글렌 한사드의 인터뷰 내용이다.
<Once>는 정말 멋진 영화이고, 사운드트랙도 정말 기막힐 정도로 아름다워요! 처음 영화를 접해 그 분위기나 톤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 감독인 존 카니(John Carney)가 20페이지 분량의 스크립트를 저에게 주었는데, 전 그 영화 속 캐릭터들이 참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존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는 나누었는데, 바로 영화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처음 그가 이야기한 것은 Cilian Murtphy라는 이 배우가 이 파트를 연기하고 싶어하며 내가 괜찮다면 거리 악사들의 영화를 만들어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오랫동안 거리의 음악가였던 걸로 알고 있다며 영화를 위해 멋진 곡들을 만들어 달라고 했죠. 당연히 저는 작곡가로서 그리고 밴드에 한 멤버로서 누군가 영화를 위해 곡을 만들어달라는 것은 정말 대단한 멋진 일이었고 기회이기 때문에 좋다고 했죠.
아, 처음부터 당신이 남자 주인공으로 발탁된 것이 아니었군요! 감독인 존 카니와의 작업은 어땠나요?
: 한 사람은 뮤지션, 또 한 사람은 영화제작자로서 아주 멋진 작업이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다른 작곡가와 한 곡을 같이 쓴다거나, 영화를 같이 제작한다거나 그런다면 힘들었겠지만, 우리는 각자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우리 둘 중 그 누구도 서로를 이기려 한다거나 하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Once>를 통해 어떤 내용을 전달하려 했나요?
: 제 생각에는 다문화를 넘나드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따뜻한 모습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존 카니는 이런 것들을 말라프로피즘(Malapropism)이라 칭했죠.
말라프로피즘이 뭐죠?
: 말라프로피즘은 그들이 서로 의사소통을 할 때 어려움을 가지는 것을 이야기해요. 하지만 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이 있었는데, 그들은 음악을 사랑했고 둘 다 음악을 연주할 줄 알았다는거죠. 그녀는 피아노를 연주했고 그 남자는 음악을 만들 줄 알았습니다. 그녀는 그의 삶에 크나큰 무언가를 선물한 셈이죠.
여배우 마르케타 이르글로바(Marketa Irglova)를 당신이 추천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 맞아요. 제가 바로 Mara(*Marketa를 줄여 부른 말)를 추천했습니다. 왜냐면 영화에서 동유럽 쪽 여배우를 필요로 했거든요. Mara가 캐스팅이 되고 이 영화는 점차 진행이 되기 시작했죠. Mara도 영화를 위해 음악을 만들었어요. 우리 모두 이 영화를 시작한 것이죠. 그곳의 제작자 존은 점차 확실한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지만 그리고 나서 Cillian은 영화를 그만뒀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파국에 이르렀죠.
훌륭한 영화가 탄생하기까지 믿을 수 없는 얘기네요.
: 하하. 영화는 정말 힘든 촬영이었어요. 감독인 존은 정말 기본적인 영화 제작의 구조들만 가지고 있었고, 여러 제작자들과 남자 주연 배우까지 중도에 그만 두었거든요.
그리고 나서 당신이 남자 주연으로 낙점된 건가요?
: 네, 거의 영화가 만들어질 법한 시기에 Cillian이 그만두었고요. 존은 거의 한달 동안 고민고민을 하다 저에게 와서 물었죠 “제가 방금 생각이 난건 데, 이 영화는 뮤지컬이에요. 그래서 노래도 할 수 있고 연기도 할 수 있는 연기자와 음악가가 필요할 것 같아요. 당신이 해 주시겠어요?”라고 했어요. 저는 제가 이렇게 까지 참여하게 될 줄은 몰라서 당황했지만 곧 기꺼이 하겠다고 답했어요.
당신이 영화에서 이런 연기를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나요?
: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요, 제 몸에는 그 영화배우의 피가 흐르지 않거든요. 영화배우의 그 야망 또한 있지 않고요. 몇 년 전에 ‘The Commitments’라는 영화에 출연한적이 있었죠. 그런데 별로 즐겁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시는 연기를 안 하겠다고 했죠. 저는 연기도 하고 음악도 그저 그렇게 하는 그런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저는 너는 그냥 너 자체로서 한 분야에 전문가라야 되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뭐 저 자신으로 보자면 음악이 제 분야인 거죠.
연기를 하면서 걱정되었던 점이 있나요?
: 저는 절대 영화 제작 분야 쪽에 또 종사하고 싶지 않았어요. 물론 제 Super 8 카메라로 이것저것 비디오 찍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존과 같이 그런 전문적인 영화제작은 하려 하지 않았어요. 존은 벌써 21살에 용감하게 이 길을 걷기 시작했죠. 그때 High 8 카메라로 그의 첫 영화를 만들었어요. 제가 이런 영화적 소질과 배경을 가지고 있지 않은 반면, 저는 음악가였고 제가 제일 우선으로 그리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음악이었어요. 그래서 존이 "이 파트를 연기해주시겠어요?"라고 물어볼 때, 내가 이 캐릭터에서 그 성격을 잘 파악하지 못해서 그를 실망시킬까 봐 걱정이 되었어요. 하지만 존은 "제가 당신이 연기하게 도울 거에요. 그냥 당신이 연기 할 것은 당신의 이 곡들을 최선을 다해 연주하는 모습들이에요."라고 충고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연히 난 이 곡들을 연주할 수 있고 이건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했죠.
여배우 마케타 이르글로바(Marketa Irglova)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 그녀는 정말 환상적인 배우이자 뮤지션입니다. 우리의 호흡흔 정말 착착 맞았고, 덕분에 영화에 완전히 몰입하여 좋은 장면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지요. 참 사랑스러운 배우입니다.
<Once> O.S.T.의 수록곡 중 딱 어느 한 곡을 고르기 어려울 정도로 곡들이 다 너무 좋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특별히 있나요?
: 영화의 주제가인 'Falling Slowly'도 여자와 남자가 처음 노래를 함께 시작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곡이라고 하겠고요, Mara가 주로 부른 'If You Want Me'도 정말 좋아합니다. 아름다운 곡이니, 꼭 한번 들어보세요.
글렌, 혹시 필름에 수록되지 않은 곡들이 더 있는지요?
: 일종의 B사이드 곡이 하나 있어요. 'Leave'라는 제목의 곡이었는데 사운드트랙에도 실린 곡이에요. 사실 이 곡은 영화 속에서 카세트 테잎을 통해 나오는 설정으로 되어있었는데 필름의 전체를 본 이후에 빼기로 결정했어요. 왜냐하면 그 부분에서는 너무나 음악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었죠.
작업했을 당시 특별히 염두했던 것이 있나요?
: 저는 곡을 쓸 때 저희 할머니를 생각했습니다. 저희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끊임없이 싸웠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두 분은 정말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해서 싸웠던 것 같아요. 그 후 저희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이상하게도 저희 할아버지는 완전히 무기력해지셨어요.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그들이 아직도 사랑하고 있었다는 거죠. 우리는 함께 곡을 쓸 때 '관계'에 대한 것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우리가 함께 작업한 둘 사이의 노래들은 그들이 싸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작업했을 당시 이야기를 해 주세요.
: 우리는 연기하는 동안이나 쉴 곳으로 돌아갔을 때도 기타를 들고 노래를 계속 만들었어요. "우린 아직 이것저것 필요한 게 더 있어" 라고 하면서 우리는 곡 작업을 끝내지 않았어요. 그것은 무척 창조적인 순간이었죠. 저녁쯤 촬영을 끝내고 돌아가서 다시 악기들을 집고 다음 곡들을 바로 만들었죠. 매일 곡을 만들었어야 했으니 많은 집중력을 필요로 했죠.
밴드 음악과 사운드트랙은 어떻게 다른가요?
: 진짜 아름다운 작업이었습니다. 사실 둘은 비슷해요 사실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몇 곡은 플레임즈 시절에 써놓았던 곡들도 있어요. 영화의 곡들에는 저와 마케타의 색깔이 확실히 담겨져 있죠.
존에게 뮤직비디오를 의뢰할 생각이 있나요?
: 그는 이미 찍어준 적이 있어요. 이 영화작업 도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로 존이 나와 마케타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준 것이에요. 제가 쓴 곡들을 담은 다큐멘터리였죠. DVD로 가지고 있어요. 저는 이것을 제 아이들에게 보여줄 예정입니다. 그게 전부에요. 그게 아름다운 거죠. 바로 그 순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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