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데블스. 그들의 이야기, 고고 70


10월 중순부터 충주 MBC에 패널로 출연하고 있는데, '즐거운 오후 3시'라는 프로그램 중에 내가 맡은 꼭지의 제목은 '고고 7080'으로, 우리나라의 예전 음악들을 소개하고 음악을 듣는 시간이다. 때 마침 영화 '고고 70'이 개봉되어, 첫 방송은 이 영화와 밴드 데블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사실, 소위 '한국 락 바로 세우기'란 명제 아래서 실력은 있었지만, 제대로 소개될 기회가 없던 밴드들이 다시 거론되었던 일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일변 생각할 때 '한국 락 바로세우기'의 수혜를 입은 뮤지션은 너무나 한정적이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신중현, 산울림 등이 대단한 뮤지션들임에는 분명하지만, 우리나라의 6~70년대 락음악에 있어서 이들 역시도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야하며, 아직도 발굴해야 할 뮤지션과 음악들은 부지기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얘기다.

데블스 역시 그들 가운데 하나다. '그리운 건 너'라는 스매쉬 히트곡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주류에서 벗어난 음악을 했던 이유에선지, 아니면 출신 성분이 다른 밴드와 달라서인지 아직까지도 홀대를 받고 있는 밴드라는 생각이다. 때문에 이러한 밴드를 주인공으로 정한 최호 감독의 선택은 어떤 면에서 '통쾌'하다. 신민아가 맡은 미미라는 인물은 물론 영화의 재미를 위해 등장한 가상의 캐릭터다. 그러나, 희화되긴 했지만 서병후와 같이 국내 대중음악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다시금 부각되었다는 점, 또 락음악의 황금기를 함께 살았던 피닉스, 템페스트의 등장과 플레이보이컵 전국 그룹사운드 경연대회의 재현은 영화에 또다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 출연하는 배우들이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반 실제로 활동했던 뮤지션들의 2세라는 점도 또 하나의 재미. 조승우는 조경수의 아들이고, 차승우는 차중락의 조카이며, 피닉스의 기타리스트로 까메오 출연하는 신윤철은 신중현의 둘째 아들이다.

아쉽게도 '고고 70'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많은 국내 영화들과 함께 흥행에 있어서는 그다지 만족스런 반응을 보이진 못했다. 하지만, 국내 락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후 발매될 DVD를 꼭 한번쯤 볼 필요가 있다. 반.드.시.

* 이 영화는 사실에 바탕을 둔 가상의 영화다. 실제의 이야기와 가공의 이야기가 섞여있다는 얘기. 앞서 이야기했듯 미미는 가상의 인물이고, 극중 미미가 부르는 '밤차'는 원래 데블스의 편곡과 반주로 이은하가 부른 곡이긴 하지만, 시기상으로 영화에 등장한 때 보다 이후인 1970년대 후반 히트곡이다. 또 영화에서 조승우가 맡았던 데블스의 보컬은 원래 연석원인데, 연석원은 플레이보이컵 전국 그룹사운드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이후 데뷔앨범에만 참여하고 밴드를 탈퇴했다. 대연각 호텔 화재로 세상을 떠난 뮤지션은 데블스의 트럼페터가 아니고, 신중현의 애드포에서 보컬을 맡았던 서정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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