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보헤미안 랩소디’, ‘스타 이즈 본’과 같은 음악영화들이 개봉해서 개인적으로는 무척 기쁘다. 특히 이런 영화들은 극장의 시원시원한 오디오 시스템으로 즐기는 게 집에서 블루레이로 감상하는 것보다 훨씬 큰 감동을 준다. 2019년에 들어서자마자 또 한 편의 음악영화가 개봉했다. 구 소련의 록 영웅 빅토르 최를 다룬 영화 ‘레토’다. 앞서 언급한 ‘보헤미안 랩소디’, ‘스타 이즈 본’과는 그 스케일부터 다르지만, 영웅 혹은 전설이 되기 전 빅토르 최를 담기에는 오히려 소박한 느낌의 접근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현재 상영 중인 관계로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고, 간단하게 영화를 보며 느낀 점을 들자면 이렇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임을 미리 밝힌다.
- 전체적으로 흑백의 영상이 회상, 혹은 추억으로의 접근을 유도한다. 클로즈업 샷도 핸드헬드 카메라로 찍어 미세하게 흔들리며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한다.
- 극중 핸드헬드 필름 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간간히 컬러로 삽입되는데, 아날로그 특유의 폴라로이드와 같은 색감과 두개로 분할된 영상은 기록영화 ‘우드스탁’을 연상시킨다. 억압된 사회 속에서 그들만의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은 어쩌면 당시 소련 젊은이들의 또 다른 우드스탁이 아니었을까.
- 빅토르 최에 대해선 그저 구 소련 젊은이들의 생각을 대변했던 투사가 아니었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영화를 통해 보이는 그의 모습은 그렇지 않아 인간적이고 따뜻했다.
- 티 렉스, 벨벳 언더그라운드, 루 리드, 블론디, 데이빗 보위... 영화의 중간에 언급되거나 삽입된 음악들은 어느 곡 하나 할 것 없이 명곡들이다. 특히 루 리드의 ‘Perfect Day’가 나오는 장면은 이전의 영화 ‘트레인스포팅’에서 이완 맥그리거의 모습과 또 다른 상황을 만들며 영화에 빠져들게 만든다.
- 뮤직비디오와도 같은 다소 쇼킹한 장면, 주크박스 뮤지컬을 보는 것과 같은 장면들도 흥미로웠다.
- 조연을 맡은 이리나 스타르센바움. 정말 예쁘고 매력있다;;;
- 빅토르 최의 비극적인 결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마음 조이며 봤지만, 영화는 끝까지 흑백의 따뜻함으로 그를 감싼다. 전반적으로 빅토르 최에 대한 전기영화라기 보다 당시 소련 젊은이들의 청춘과 세 주역의 예쁜 삼각관계를 다룬 영화.
영화의 음악들이 마음에 들어 OST를 주문하려 했는데, 국내 쇼핑몰엔 올라와 있질 않다. 아마존에 들어갔더니 영국 아마존에 재고가 하나 있어 주문했지만, 한국배송이 되지 않는다 ㅠ 영화가 러시아와 프랑스 합작 영화라서 프랑스 아마존에 접속해서 처음 보는 단어를 클릭해가며 힘들게 주문을 마쳤다. OST가 도착하면 나만의 음악실에서 다시 한 번 ‘레토’의 감동을 느끼고 싶다. ‘여름’이 되기 전엔 도착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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