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써뒀던 글이다. 그 때 kUkAHn이 음반샵에서 얻어다 준 포스터 한장을 보고 소회에 젖어 썼던.. 아, 물론 첨부한 사진은 그 때 받은 포스터가 아니다. 그땐 블루레이가 나오지 않았으니까;;; 아무튼, 나도 오랜만에 꺼내 읽은 글인데... 그 때나 지금이나 모범생처럼 살고 있지 않은 건 확실한 것 같다. 물론 그 이유가 '보물섬' 때문인 건 더 아니고 ㅠ
어렸을때 한번 빠져봄직했던 스티븐슨 원작의 보물섬...
언제나 '실버선장'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한쪽다리가 없는 냉혈하고, 차갑고.. 어쩌면 교활한 눈을 가진 무서운 존재였다. 그리고, '악'의 상징이었다.
kUkAHn이 전해준 포스터는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되었던 보물섬의 포스터였다. 국내에서도 TV를 통해 방영이 되었던 이 애니메이션에서의 촛점은 오히려 '실버선장'에 가 있다. 그동안 '악'의 상징으로 보여졌던 그의 이미지가 180도 바뀌어서, 강직하고 오히려 정의로운 캐릭터가 되어있다.
이 애니메이션의 감독은 데자키 오사무가 맡고있다.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아버지로 추앙받고있는 아톰의 원작자 데츠카 오사무의 문하생으로 활동한 적도 있으며, 그에게 헌정하는 애니메이션 '블렉 잭'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 이 애니메이션에는 아래 '천사의 알'에서도 거론된 바가 있는 고바야시 시치로가 역시 미술감독을 맡고있다. 그는 그 이전부터도 물론 간간히 사용되었던 기법이지만, 이후 데자키 오사무의 전매 특허로 불리울 만큼 그의 작품의 중요한 부분들에서 극적인 효과를 배가 시켜주는 스톱모션(동영상이 멈추면서 흑백의 스케치 이미지로 바뀌어 가는 효과)과 반사광(특히 측광)의 효과적인 사용으로 감독의 의도를 그대로 극 중에 수용해 내고 있다. 보물섬에서의 스톱모션기법은 특히 한회의 마지막 부분에 많이 사용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데자키 오사무의 많은 작품들 가운데에는 '영웅'들이 꼭 등장한다. 하지만, '내일의 죠 (국내에서는 허리케인 죠)'에서나, '고르고 13' 등에서 보여지는 '영웅'의 캐릭터들은 우리가 이제까지 생각해 왔던 캐릭터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들은 언제나 바른길로만 가는 '모범생'의 의미로의 '영웅'은 아니다. 그리고, 주위의 많은 사람들로 부터도 추앙받는 존재가 아니며, 그들의 말로는 비참하기까지 하다. 보물섬에서 그가 그려낸 '실버선장'이라는 캐릭터도 그의 다른 작품들에서 보여줬던 그런 '영웅'의 이미지를 담고있다. 물론 원작만큼은 아니지만, 이 일본판 보물섬에서 '실버선장'의 말로도 그렇게 멋지게만은 보여지지 않는다.
포스터 한장에 그려진 '데자키 오자무'특유의 각이 지고, 강직한 얼굴의 캐릭터를 보면서, '모범생'처럼 사는것 만이 정말 바르게 살고, 옳은 일인지를... 한번쯤 생각해 봤다. (200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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