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현실에서 벗어난 이야기들은 그렇게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좋아하지만 게임이나 판타지 소설들을 읽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영화로도 개봉될 정도로 유명하지만 <비밀(秘密)>을 뒤늦게 읽게 된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느슨하게 시작하는 듯 싶더니 역시 타고난 ‘이야기꾼’답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독자를 순식간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 들어간다. 딸과 아내가 당한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 세상을 떠난 건 아내 나오코였지만 그 영혼은 외상이 전혀 없던 모나미의 몸 속에서 살아 남았다. 그리고 이야기는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딸 모나미(나오코의 영혼으로 살고 있는)가 자라나 결혼하게 될 때 까지의 과정이다. 추리소설의 대가 답게 마지막에 자리하고 있는 대 반전은 머리 속에 여러 생각들을 만들며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에도 개운하지 않는 ‘뒤끝’을 남긴다. 여러 해석들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에 관련된 한 마디 한 마디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관계로 따로 이야기하진 않겠지만... 어쨌든, 히가시노 게이고가 대단한 작가임은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작품이다. 그래도 난 이런 류의 소설보단 그의 추리소설이 더욱 당긴다.
... 유일한 오락거리는 음악이었다. 레드 제플린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왠지 수학 문제가 잘 풀린 다고 했다. 영어 공부에는 모차르트, 사회는 카시오페아, 국어는 퀸, 물리는 차이코프스키가 좋다고 했다. 덕분에 그녀의 방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따라 지금 무슨 공부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모나미는 헤이스케의 생각과는 조금씩 다르게 자라난다. 때문에 헤이스케가 모나미를 몰래 관찰하기도 하지만, 음악을 통해 그는 모나미가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과연 레드 제플린을 듣고 있으면 수학 문제가 정말 잘 풀릴 수 있을까. 주변에 있는 학생들 한테 한 번 물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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