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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PRIVATE LIFE/BOOKSHELF

미야베 미유키의 ‘형사의 아이’

 

책 읽은지 정말 오래 됐다. 지난번 포스팅을 보니 작년 10월인가 그런데, 그 뒤로 두어권 밖에는 못 읽은 것 같다. 종이책 말고 이북에도 행사때 무료로 내려받는 무료책이 많이 담겨있지만 몇달째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손 대지 못하고 쌓여가는 책은 늘어가고... 그러다가 마음먹고 책 한권을 잡고 단숨에 끝까지 읽어 내려갔다. 미야베 미유키의 초기 소설 <형사의 아이>. 초기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녀의 다른 소설들에 비해 뒤늦게 공개됐다.

 

책의 제목과 마찬가지로 내용은 형사 미치오의 아들 준의 호기심이 아버지의 수사를 도와 숨막히는 결말에 교차점을 이루는 쾌감을 제공한다. 카피 문구에 나온 <솔로몬의 위증>은 아직 읽지 못하고 다음 순서로 미뤄뒀지만, 앞선 그녀의 소설들 가운데 <모방범>, <퍼펙트 블루>, <스나크 사냥>의 부분 부분을 떠오르게 만드는 부분도 있어, 그녀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번쯤 꼭 거쳐가야할 책이라고 생각된다.

 

미야베 미유키는 보통 사회파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책을 모두 읽고 난 다음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들을 남기게 만드는 요소다.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데 있어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설명이 내용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물론 <형사의 아이>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녀의 후기 소설들에 비해서는 사건 자체에 치중하는 편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책을 덮은 후에도 씁쓸한 입맛은 가시지 않는다. 1989년 일본의 사회와 현재 우리 사회가 그렇게 다르지 않은 까닭인지는 몰라도...

 


“이봐.”
말을 붙이자 젊은이는 어딘지 모르게 도마뱀이 생각나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자네도 록 음악을 하나?”
잠시 침묵하더니 업신여기는 투로 대답했다.
“헤비메탈.”
(중략)
저 또래의 딸이 있는 이하라는, 건물 간판을 올려다보지 않아도 그들이 모두 라이브하우스의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임을 알 수 있었다.
“자기주장의 시대야.”
이하라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우리 딸내미도 저러거든. 처음엔 기절초풍했는데 저런 애들은 오히려 건전한 거야. 문제는 저런 형태로도 발산할 수 없는 응어리를 안고 있는 녀석들이지.”
고풍스러운 가터벨트 같은 것을 착용한 소녀가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 사건 범인도 상궤를 벗어난 방법으로 자기주장을 한 셈이야. 아마 살인을 살인으로 생각 안 하는 거겠지.”


그래... 우린 무척이나 건전한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