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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BEHIND THE SCENES

김광한 선배 유품 복원 프로젝트 #1

김광한 선배가 돌아가신지도 2년째 되어간다. 제목엔 거창하게 '유품 복원 프로젝트'라고 썼지만, 어차피 나 혼자 해 낼 수는 없는 작업일 것 같다. 발단은 그랬다. 선배가 돌아가신 뒤에도 계속해서 사무실을 관리하고 있는 현준이에게 얘기해서, 사무실에 과연 어떤 자료가 있는지 확인해보자고 얘기했고, 그렇게 김광한 선배의 빈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마포의 뮤직 코리아 사무실을 찾았다.

 

 

김광한 선배의 빈 자리. 지금도 열심히 선곡하고, 방송대본을 쓰고 계실 것 같지만, 자리의 주인공은 이제 이 세상에 안 계시다. 비좁은 공간 사이 여기 저기 꽂힌 자료들을 뒤적였다. 자칫 어지럽게 보관되었으면 엉망진창이 되었을텐데, 그래도 공간활용을 잘 하셔서 꼼꼼하게 자료들은 정리된 편이었다. 그리고 이 카세트테이프 하나를 발견했다.

 

 

카세트테이프 녹음을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어지간히 꼼꼼한 성격이 아니면 저 인덱스 라벨을 잘 붙이지 않는다. 하지만, 김광한 선배의 사무실에 있는 테이프들 가운데 상당 부분이 저렇게 인덱스 라벨이 붙어있다. 지금부터 25년 전 테이프, 그리고 소스도 메탈테이프에 담겼다. 떨리는 마음으로 현준이와 데크를 연결해 내용을 확인해봤다. 그리고 굳은 듯 제자리에서 한참동안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에 얼어붙었다. 

 

 

결국 이 카세트테이프 하나는 "무언가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을 현실로 만들어줬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 한 번 더 현준이를 만나 사무실에 들렀다. 그 때 시간이 없어 보지 못했던 다른 방의 자료들을 또 하나씩 살펴봤다. 일단 카세트테이프 가운데 디지털로 복원할 수 있는 것들을 작업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또 놀라운 테이프를 하나 발견했다. 그리고 복원을 위해 집으로 가져왔다. 우선 카세트테이프의 첫 부분에 맞추기 위해 되감기를 했는데, 끝없이 돌아갔다. 꺼내보니, 끝부분 연결이 빠져있었다. 

 

 

이렇게 고정하는 플라스틱이 아예 부러져있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지하실에 꽃혀있다보니 내부에서 곰팡이가 슬었다. 본격적으로 수술을 할 시간이다.

 

 

집에 있던 테이프 가운데 '요술 글자들'을 분해했다. 원래 이 카세트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 지는 모른다. 보이자마자 저렇게 탭에 투명 테이프를 붙여 다른 음악을 녹음했으니까;;

 

 

그렇게 곰팡이 슨 부분을 교체하고, 녹슨 함석 부분도 교체했다.

 

 

부러졌던 고정 플라스틱 부분도 교체하고.... (보기엔 별 거 아닌데, 시간 정말 많이 걸렸다. 손에 잘 잡히지도 않고, 또 정교하게 잘 맞춰지지도 않고 ㅠ) 어쨌든 조립은 분해의 역순.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또 하나의 역사를 기록했다.

 

 

1980년, 레이프 가렛과 함께 내한했던 무당의 TBC 탑튠쇼 스튜디오 라이브와 인터뷰가 담긴 테이프다. 아쉽게도 H2O의 테이프처럼 메탈 포지션 테이프가 아니라 노멀 포지션, 그리고 시간도 훨씬 오래되었기에 음질은 좋지 않다. 하지만, 현재 카세트의 음질에서 더이상 열화되지 않도록 정성스럽게 컴퓨터로 옮겼다.

 

 

컴퓨터에 옮긴 결과를 어떻게 사용할 지는 지금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일단 최대한 복원 가능한 소스들을 될 수 있는 한 손상되지 않게 보존하는 게 중요할 테니까. 이제 첫 삽은 떴고, 앞으로 더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정말정말 기대해도 좋다. 내가 게을러지지만 않는다면... ㅠ


 

김광한 선배님. 이제 편히 쉬세요.

1. 사실 ‘김광한’이란 이름은 그냥 책이나 소문에서만 접할 수 있었다. 피세영, 최동욱, 이종환, 박원웅, 김기덕 혹은 백형두처럼. 어떻게 생각하면 손에 잡을 수 없는 연예인과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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