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히트곡 컴필레이션 음반을 듣는 듯한 주크박스 뮤지컬 ‘록 오브 에이지’

‘Rock Of Ages’는 데프 레파드(Def Leppard)의 출세작 [Pyromania](1983)에 수록된 곡이며, 이에 모티브를 얻어 2006년 크리스 다리엔조(Chris D'Arienzo)가 무대에 올린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타이틀이다. 극장 개봉 영화 ‘록 오브 에이지’는 바로 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은막으로 옮긴 영화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1980년대 중후반이며, 주요 공간적 배경이 LA의 ‘버번룸’이라는 클럽인 만큼 상영시간 내내 흘러나오는 음악들은 198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팝록/팝메탈 넘버들이다. 그 도입부만 잠깐 보더라도 전체의 스토리라인이 떠오를 만큼 뻔한 해피엔딩의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록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마치 당시 히트곡을 모아놓은 컴필레이션 음반을 듣고 있는 듯 하달까.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직접 부른 노래들은 크게 편곡되지 않고 대부분 오리지널에 근접한 연주로 이루어져, 낯선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삽입곡들은 대사와 비슷한 비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극 중에서 상황이 교차되거나 다른 장소에서 움직이는 캐릭터가 대등한 위치에서 행동할 때 음악 역시도 각각의 상황이 겹치며 메들리 혹은 돌림노래로 흐른다. 그리고 그러한 설정은 어색하지 않다. 예를 들어 주인공들인 드루(디에고 보네타 분)와 셰리(줄리안 허프 분) 커플이 타워레코드에서 음반을 고르는 장면에 흐르는 ‘Juke Box Hero’는 가사에 감긴 주크박스란 단어를 매개로 로니(러셀 브랜드 분)와 데니스(알렉 볼드윈 분) 커플(?)이 함께 TV를 보는 버번룸 클럽의 사무실의 ‘I Love Rock'N'Roll’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또 중계차를 사이에 두고 설전을 벌이는 시위대와 록팬들이 주고받는 ‘We Built This City’와 ‘We're Not Gonna Take It’의 발상도 재미있다. 그런가하면 한 곡으로 여러 등장인물의 심경을 돌아가며 표현하는 ‘Every Rose Has It's Thorn’의 삽입은 충분히 감동적이다.

 

 

영화를 보며 재미있었던 몇 가지를 정리하자면,

  1. 노래할 때 탐 크루즈의 목소리는 무척 가늘다. 예상 외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록에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 때문인지 그가 보컬을 담당한 ‘Paradise City’를 들으면 액슬 로즈(W Axl Rose)보다는 빌리 스콰이어(Billy Squire)의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린다.
  2. 영화에는 배경음악으로 삽입되었지만, OST에 노래 ‘Rock Of Ages’는 등장하지 않는다. 듣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데프 레파드의 음반을 살 것을 권한다.
  3. 알이오 스피드웨건(REO Speedwagon)의 ‘Can't Fight This Feeling’이 등장하는 영화의 장면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강한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이야기는 하지 못하겠지만, 앞으로 이 곡을 들을 때마다 계속해서 그 장면이 떠오를 것 같다.
  4. OST에 수록된 ‘Undercover Love’는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유일한 오리지널 곡이며, 유일한 댄스넘버다. 굳이 영화 속의 장면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1990년대 초반 국내에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비슷한 부류의 댄싱팀들의 노래와 안무가 생각난다. 그런데, 노래는 이상하게 계속 끌린다.
  5. 영화에는 누노 베텐커드(Nuno Bettencourt), 세바스찬 바흐(Sebastian Bach), 데비 깁슨(Debbie Gibson)은 물론 알이오 스피드웨건의 보컬리스트 케빈 크로닌(Kevin Cronin)까지 많은 까메오들이 등장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몇몇은 찾았고, 몇몇은 놓쳤다.

영화의 전체적 스토리보다 장면 장면에 관심을 기울이면 실사와 카툰의 이미지가 겹치며 아하(A-ha)의 ‘Take On Me’ PV가 생각나는 엔딩크레디트까지 철저하게 1980년대를 재현하는 깨알 같은 재미로 가득하며, 영화의 흐름을 그대로 재현하는 OST의 곡 배치는 영화에서 느꼈던 짙은 여운을 집에 돌아와 재현하는데 적절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기사를 위해 OST를 들으며 생각한 것은 우리의 1980년대는 무척 풍요로웠다는 점이다. 앞서 ‘198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팝록/팝메탈 넘버들’이라고 얘기했지만, ‘팝록/팝메탈 넘버들’이라는 단어를 ‘음악들’이라는 단어로 바꿔도 의미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땐 그런 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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