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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LINER NOTES (DOMESTIC)

김목경 [김목경 2 Blues]

블루스의 대중화를 선언한 김목경의 문제작


국내 블루스의 독보적인 존재 김목경의 두 번째 음반 [Blues]는 그의 음반 가운데 가장 구하기 어려웠던 음반 가운데 하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은 음반을 발표한 회사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케이블TV 채널을 중심으로 음반제작 참여 열기가 활기를 띤 적이 있다. 진로그룹을 모기업으로 하는 여성 전문채널인 GTV 역시 ‘글로벌 미디어’라는 레이블을 설립하고 발라드 듀오 오츠, 애니메이션과 영화음악 앨범 [아마게돈], [나에게 오라]에 이어 김목경의 두 번째 음반을 발매했다. 하지만 다른 대기업에서 만들었던 레이블처럼, 아니 그보다도 글로벌 미디어의 생명은 짧았다. 1990년 데뷔앨범을 발표한 김목경이 6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음반은 그렇게 발매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희귀음반’이 되고 말았다.

데뷔앨범 발매 후 김목경은 1992년 TV 탤런트 겸 뮤지컬/가스펠 가수 김선경의 CCM 음반 [슬픔이 없는 시간 속으로]에 자신이 작곡한 ‘그 빛은 내 앞을 비추네’를 수록하며 연주자로도 참여했으며, 1993년에는 신촌 블루스의 엄인호, 정경화 그리고 11월의 조준형과 함께 라이브 음반 [Super Stage]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인터뷰를 통해 “국내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블루스 대중화는 미디어의 책임이 가장 크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블루스를 모르는데, 그들에게 제대로 된 음악의 뿌리를 알려주는 가장 큰 힘을 발휘해야만 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알고 있는 또 열광하는 블루스가 우리나라에서만 그렇지 못한 가장 이유가 미디어 특히 공중파에서 전혀 국민에게 소개가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몇몇 블루스 뮤지션들만의 힘으론 그 폭과 넓이가 너무 미약하다.”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다른 뮤지션들의 세션 의뢰가 있어도 스타일이 달라서 잘 하지 않는 편이라고 밝히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당시에는 블루스의 대중화를 위해 꾸준한 활동을 해 나가던 시기였음을 증명하는 활동이었다. 

김목경의 두 번째 음반 [Blues (No Artificial Added)]는 이러한 ‘블루스의 대중화’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음반 발매 당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이번 음반 출시를 계기로 우리 정서에 잘 맞는 블루스를 대중화하는 데 더욱 노력 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아마도 영국에서 몸으로 익힌 블루스 음악을 국내에서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음악으로 표현하겠다는 의지였을 것이다. 이미 데뷔앨범에 수록했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로 그 가능성은 충분히 검증과정을 거친 터였으니 말이다. 그 때문인지 음반에 첫 곡으로 담긴 트랙은 ‘처음 그리고 그 다음에’다. 나른한 보틀넥 기타로 시작하는 델타 블루스 스타일로, ‘그 노래 그 모습’과 마찬가지로 어쩌면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이 아니고 가수로서의 김목경을 부각시킨 곡이라고 하겠다. 비슷한 델타 블루스 스타일의 곡이지만 끈적이는 본연의 뿌리를 보여주는 ‘이대로 가면’과도 여러모로 비교된다.

델타 블루스는 미국 남부 미시시피 강 유역과 테네시 주 멤피스 등의 지역에서 발생한 초기 블루스 음악 중 하나로, 연주 악기로 특히 기타와 하모니카가 가장 많이 사용되며 컨트리나 포크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음반 발매와 함께 한겨레신문과 가졌던 인터뷰에서 “블루스 자체가 생소한 장르인데 델타 블루스라면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하겠죠. 하지만 그저 컨트리풍의 담백하고 수수한 블루스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요. 재즈나 솔 음악이 그렇듯 델타 블루스도 흑인의 삶을 그린 음악이고 느낌의 음악입니다. 굉장히 본능적인 데가 있죠”라고 했던 이야기처럼 김목경의 두 번째 음반엔 그가 가장 자신 있게 연주하는 음악을 통해 보다 대중들에게 가깝게 접근하려는 의도가 그대로 반영됐다.

물론 김목경의 음악은 국내 정서에 맞는 블루스를 추구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기본기를 흐트러트리는 우를 범하는 법이 없다. “기본적으로 그들만큼은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사람이 장구연주를 한다고 생각할 때 무작정 재즈의 느낌대로 연주를 한다고 생각해 보라. 정말 국악인들이 본다면 웃음거리 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일단은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간 다음 기교가 필요한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들’을 향한 김목경의 뿌리는 늘 확고하다. ‘아침에 깨어보니’는 신촌 블루스의 엄인호가 게스트로 참여한 트랙으로 국내를 대표하지만 스타일은 많은 차이를 보이는 두 기타리스트의 연주 경합이 펼쳐진다. ‘추억의 광안리’는 변형된 레게 리듬을 가진 트랙이고, 초기 로큰롤 스타일로의 접근인 ‘웃고 있네’의 살아 펄떡이는 중반부 기타 솔로 역시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외에 데뷔앨범에 수록된 곡 가운데에서는 ‘Mr. Clapton’, ‘내 인생’ 그리고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가 다시 수록됐다. 

음반이 발표된 뒤 12월에 열렸던 신촌 블루스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하기도 했지만, 단독 공연을 통해 김목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이는 앞서 이야기했듯 ‘블루스의 대중화’에 대한 그의 확고한 신념을 행동으로 옮긴 결과였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김목경이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렸던 “블루스는 악마의 음악입니다. 왜냐하면 그 매력에 한 번 빠져들면 결코 헤어 나올 수 없기 때문이죠. 블루스는 그 어떤 음악보다도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음악입니다. 그것이 담고 있는 흑인특유의 솔(soul)은 우리 한국 사람의 한에 해당됩니다. 그러므로 블루스는 우리들에게 잘 맞는 음악입니다. 현재 세계를 지배하는 대중음악이 미국의 것이라고 볼 때, 그 뿌리는 브루스와 컨트리음악 일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블루스에 매달리는 이유는 음악의 뿌리를 알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기도 합니다.”라는 글 역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집이 나오고 2년 뒤인 1998년 공개된 [Living With The Blues](1998)에는 이 음반과 대칭을 이루는 본격 블루스 넘버들이 빼곡하게 담겼다. 아마도 그저 가요를 듣는 청자들이 듣더라도 이물감 없이 어우러질 수 있는 두 번째 음반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작업이었을지도 모른다. 블루스의 대중화, 아니 전문적인 장르 음악의 대중화라는 면에서도 꼼꼼하게 곰씹어볼 필요가 있는 김목경의 문제작이다. (20180716)

글 송명하 (파라노이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