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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PRIVATE LIFE/PRIVATE LIFE

제주 환상종주를 다녀와서 (1)

해마다 연말이면 다이어리를 새로 산다. 다이어리에 남기는 첫 흔적은 표지 뒷면에 쓰는 새해에 이루고 싶은 목표다.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다이어리 한 권을 샀고, 습관처럼 한 해의 목표를 적었다. 물론 지금까지 이룬 건 거의 없다. 그런데 이것만은 꼭 하고 싶었다. ‘제주 환상종주’. 종주를 위해 봄에 자전거도 새로 샀고 틈날 때마다 관련된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며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결국 10월 연휴 다음 주로 날짜를 잡았다. 연휴엔 아무래도 이동이 많을테고, 한 주 뒤면 연휴가 지났기 때문에 오히려 보통 때보다도 한가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여튼 여행을 위해 모든 방송 스케줄을 녹음으로 돌려 한 주를 완전히 비웠다. 물론 한 주 내내 여행을 하려는 건 아니었지만, 세부적인 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고 떠나는 거였기  때문에 한 주를 완전히 비우는 게 안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전거로 떠나는 장거리 여행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일전에 금강종주를 한 번 떠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중주 중 태풍이 올라오는 바람에 중단해야했지만, 그땐 종주에 대한 욕심도 없었다. 그냥 힘 닿는대로 가는데 까지만 가자는 생각을 가지고 떠났으니까.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첫 번째 목표가 ‘종주’였다. 내 체력으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꼭 완주해서 인증 스티커를 받고 싶었다. 몸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어깨든 허리든 몸에 착용하는 가방은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고, 모든 짐을 간소화해 자전거의 프론트백에 담았다. 조그만 핸들바 가방에는 휴대전화와 연결할 수 있도록 보조 배터리와 간단한 수선 키트를 챙겼다. 그리고 출발하는 날을 맞았다. 자전거를 옮기기 편한 철도와 배편을 통해 제주로 들어갈 계획이다.

 

집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자전거로 서대전역으로 이동했다. 집에서는 대전역과 서대전역 모두 가까워서 좋다. 목포까지는 KTX가 아닌 ITX마음 열차를 이용했다. 프로모션 기간이라 할인가 19,000원에 예매할 수 있었다. 사실 목포까지는 KTX나 ITX나 그렇게 시간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1번 좌석을 끊은 덕에 자전거 바로 옆에서 갈 수 있었다. 예상대로 열차 안에 승객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목포역에서 목포국제여객터미널까지는 다시 자전거로 이동했다. 이동 시간은 채 10분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까웠다.

 


자전거를 싣는 데는 3,000원이 추가된다. 인터넷으로 예매할 때 계산하지 않아서 여객 터미널에서 따로 티켓을 끊었다. 자전거는 접지 않고 차량 선적하는 곳의 구석에 나란히 실을 수 있다. 자전거를 먼저 싣고 나와서 대기하다가 화장실에서 결전의 의지(?)를 다지며 기념샷 한 장 찍고 승선했다.

 

객실은 이코노미. 가장 싼 선실을 예매했다. 어차피 5시간 걸리는 데 잠도 자야하고 여기저기 구경도 하려면 굳이 비싼 선실 필요 없었다. 짐을 풀고 컵라면과 맥주도 한 캔 사서 먹고 구석구석 구경했다. 예전과 달리 배가 참 좋았다.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 배가 출발하니 식당이건 안마의자건 잠든 분들의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배는 새벽 6시가 조금 되기 전 목포에 도착했다. 걱정인 건 배를 타고 오는 동안 정말 한 숨도 못 잤다는 거였다. 내리자마자 자전거를 타야하는데 과연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 여튼 배가 도착하기 전 자전거와 차량을 실은 사람들은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내리는데, 아무래도 자전거는 금방 내릴 수 있으니 누구보다 빨리 내려 제주 땅을 밟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제주항에 내리자마자 첫 번째 인증도장을 찍을 수 있는 용두암 인증센터로 라이딩을 시작했다. 용두암은 제주 시내에 있어 그리 멀지 않다.

 

용두암 인증센터까지는 전조등을 켜고 이동해야할 정도로 어두웠지만, 스탬프를 찍고 나니 날이 조금씩 밝아오기 시작했다. 이제 본격적인 라이딩 시작이다.

 

나의 제주 환상종주를 책임져준 브레인 콘돌이다. 제주에선 어디에서 카메라를 들어도 모두 예쁜 사진이 나오는 것 같다. 

 

종주 길은 도로의 파란색 선을 따라가면 되는데, 중간 중간 끊긴 곳도 있어 카카오맵의 자전거 내비게이션을 켜고 따라갔다. 내비게이션 역시 길이 바뀐 곳이 있어 가끔 틀린 곳을 안내해주기도 하는데, 어차피 자전거 도로와 만나게 되어 있다. 시작부터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이었지만 예전 자전거 길로 가게 되었는데, 살짝 오르막을 올라가니 공항 옆길이었다. 마침 해가 뜨기 시작할 무렵이라서 비행기 하나 쯤 찍을 수 있을까 하고 기다렸는데, 아쉽게도 비행기는 보지 못했고 세팅한 김에 셀피 한 장 남겼다. 뒤에 한라산이 보인다. 여긴 제주도다.

 

갈 길은 먼데 길이 예뻐서 자꾸 멈추게 된다. 어영공원과 이호태우 해변 가는 길에 만난 알록달록한 길에서 한 장. 해가 뜨고 있다. 

 

종주길에 이호테우 해안은 포함되지 않는다. 저 멀리 랜드마크와 같은 조랑말 등대가 보여 사진으로만 남겼다.

 

내도와 중광길. 이번 여행에 따로 카메라나 액션캠은 가져가지 않았다. 모든 사진과 영상은 아이폰13 프로로 촬영했고, 거의 모든 사진은 샤오미 셀피스틱 겸 트라이포드로 짝었다. 사진에서 어정쩡한 손 모양은 블루투스 리모콘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휴대폰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내비로 사용해서, 사진을 찍으려면 마운트에서 분리해 사진을 찍고 다시 끼워야한다. 이럴까봐 오기 전에 예전에 썼던 아이폰7을 함께 챙기려고 충전까지 해 두었는데, 깜빡 잊고 놓고 온 게 내내 아쉬웠다. 당연히 사진도 많이 못 찍게 됐고...

 

용두암 인증센터 다음 인증센터인 다락쉼터에 도착했다. 사진은 위에 비행장 옆에서 잠깐 이야기 나눴던 분이 찍어 주셨다. 이렇게 종주 길은 함께 달리지 않더라도 만났던 분을 다시 만나거나 또 새로운 분을 만나며 인증센터에서 스탬프 찍고 쉬는 동안 잠깐씩 이야기하는 재미 역시 쏠쏠했다.

 

세 번째 인증센터로 가기 전 편의점에 들러 아침식사로 컵라면을 먹었다. 평소 같았으면 육개장이나 김치 사발면을 먹었을 텐데, 그래도 제주까지 왔고 체력 보충도 많이 필요할 것 같아 특별히 신라면 블랙으로;;; 제주 종주길엔 편의점이 계속 있어서 특별히 보급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온통 빨간색의 건물과 콜라. 내가 좋아하는 걸 모두 갖춘 카페 콜라는 지나칠 수 없어 사진 한 장 남겼고, 지나는 길에 보이던 역시 빨간색 등대에서도 한 장.

 

세 번째 인증센터인 해거름마을 인증센터의 명물인 전망대 카페다. 물론 들어가진 않았다. 멀리 풍력발전기들이 보인다.

 

서귀포 동일리에 있는 돌고래 스팟에서 만난 조형물이다. 운이 좋으면 돌고래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물론 보지 못했다;;

 

송악산 인증센터 가는 길에 있는 형제해안로. 멀리 산방산이 보이고, 바다를 보면 형제섬을 볼 수 있다. 형제섬 사진은 왜 안 찍었나 모르겠다;

 

그.리.고. 법환포구에서 찍은 해녀상이다. 송악산 인증센터를 거쳐 산방산을 지나 법환바당 인증센터로 가는 길에 말 그대로 탈탈 털렸다 ㅠ 잠을 자지 못하고 라이딩하며 무리한 것도 있지만, 계속해서 만나는 업힐과 이어지는 낙타등에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당연히 사진도 없다. 법환바당 인증센터에서 스탬프를 찍고 나니 얼른 숙소를 구해서 샤워하고 쉬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이번 여행은 특별히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다. 그냥 제주에 와서 일주를 하겠다는 계획만 있었지 일정을 세세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가까운 서귀포시의 숙소를 아고다에서 검색해 그렇게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서귀포JS호텔을 예약할 수 있었다. 예약과 함께 곧바로 체크인, 샤워하고 나와 가까운 식당에 들러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아침은 컵라면, 점심은 삼각 김밥을 먹고 체력이 떨어질 땐 에너지바를 먹으며 달린 하루, 제대로 된 식사를 처음 해서 그런지 정말 맛있었다.

 

종주 첫 날의 기록이다. 제주항에서 용두암까지는 깜빡하고 기록을 하지 못했지만 어쨌거나 104.11km 당연히 지금까지 최장거리 라이딩이고, 890m의 획고 역시 기록이다. 평속도 내 기준에선 준수한 편이고… 암튼 내일의 라이딩을 위해 일찌감치 잠에 들어 시체처럼 잤다. (계속)

 

 

 

제주 환상종주를 다녀와서 (2)

종주 이틀째. 일찍 일어나서 1층에 있는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컵라면 하나를 사서 올라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체크아웃. 다시 자전거에 오르기 전에 체인에 오일을 도포하고 타이어의 공기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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