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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MUSIC LIFE

핫뮤직과 나의 첫 인연

윗줄 왼쪽부터 승모, 정미, 코너, 하룡이, 인숙이, 아랫줄 윤중이, 동욱이, 영애 그리고 남정


내가 핫뮤직에 처음 기사를 쓰게 된 것은 1997년 2월호, 책속의 책 '일본락 대 해부' 가운데 '일본의 프로그레시브락'을 쓰면서 부터다. 붉은 색 히데의 모습을 커버로 등장시켜 역대 핫뮤직 판매 부수 가운데 1위를 차지한 호.

사실 일본 프로그레시브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위 사진에 보이는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남대 아마추어 DJ클럽 회원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음악에 관심이 있는 회원들이 모여 조직한 사조직(?) SMP라는 모임이 있었는데, 모임의 이름은 '사도 메조키즘 프로젝트'도, 승모가 주장하듯 '승모 프로젝트'의 약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송명팔'의 이니셜 역시 아니다. 하긴 영애는 86, 89 모임으로 '69회' 내지는 '오랄회'란 이름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 어쨌든 나름 진지하게 음악을 들어보겠다고 'Serious Music Project'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고, 여름방학을 이용해 서클룸에서 혹은 각 회원들의 집을 돌아가며 가졌던 음악모임으로 마치 서클의 위크지를 만들듯이 이 책 저 책 가위로 잘라 복사해 나름대로의 회지를 만들 정도로 열심히 활동했다. 물론 모두 집에서는 공부하러 간다고 학교로 나왔겠지만 말이다.

각자 나름대로 알고 있던 보석같은 곡들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가운데, 인숙이가 가져온 카세트 테이프에서 나온 음악은 지금까지 들어왔던 음악들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 느낌도 생소한 일본의 프로그레시브락 밴드 무겐(Mugen). 결국 무겐의 두 번째 음반 [Leda Et Le Cygne]는 내가 해외에 주문해서 산 첫번째 음반이고, 일본 프로그레시브락 앨범 컬렉팅의 시작이었다.

언젠가 블로그에 썼던 도청 앞의 전문 레코드샵 비트닉. 이곳을 드나들던 매니아들을 설득해 우리끼리 전문지를 하나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했다. 제목은 유길이형이 정했던 '펀진(Funzine)'. 나름 사이키델릭과 연관이 있는 버섯(Fungus)과 잡지(Magazine)의 합성어로 만들어졌지만, 결국 그냥 '뻥찌네'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렸다는... 암튼 잡지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서툴지만 책을 펴 놓고 포토샵을 익히고 편진 레이아웃을 하나씩 공부해 나가는 한편, 무겐으로부터 시작된 내 일본 프로그레시브락 컬렉션을 정리해 나갔다.

하지만, 결국 책은 나오지 못했고 그저 일부분의 원고만 가지고 있을 무렵... 성진이형이 대전으로 놀러와서 함께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고, 난 원고가 아까워서 혹시 핫뮤직에 실어줄 수 있는 자리가 있는지를 물어봤다. 기회가 닿으려고 했는지 그 달이 바로 핫뮤직에서 일본락 특집을 다루는 호였고, 사라질 위기에 있던 일본 프로그레시브락 특집은 그렇게 활자로 바뀌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인연은 벌써 10년을 넘어 지금까지 이렇게 이어오고 있다. ^^

2007/08/19 - [추억에 관한../뮤직 라이프] - 비트닉 레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