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영, 김태곤 등 전문 작곡가가 참여한 트리퍼스의 후신, 김선민과 자이언트 / 동그란 얼굴, 너를



Side A

1. 동그란 얼굴

2. 가을 비

3. 사랑스런 그대

4. 기다리는 님

5. 망향객

6. 너와 나 (건전가요)


Side B

1. 너를

2. 어쩔 줄 모를걸

3. 회상의 바닷가

4. 에헤야 좋을시고

5. 슬픈 미소 (경음악)


1976 / 유니버어살

1970년대 초반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트리퍼스는 멤버 전원이 노래를 잘 불러, 보컬의 하모니를 중시한 음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점차 그 가운데 탁성의 매력을 살린 김훈이 부른 <나를 두고 아리랑>, <세월만 가네>와 같은 곡들이 연속해서 히트하며 그의 입지가 커짐에 따라 밴드는 보컬리스트 김훈의 ‘김훈과 트리퍼스’, 드러머 신시봉의 ‘신시봉과 트리퍼스’ 그리고 기타와 보컬을 맡은 김선민의 ‘김선민과 자이언트’ 이렇게 세 밴드로 분열된다. 김선민과 자이언트는 김선민(보컬), 고중서(드럼), 이재원(오르간), 임준택(기타), 주훈(색소폰)의 멤버로 1976년, 유일한 앨범 「동그란 얼굴 / 너를」을 발표한다. 이들의 유일작인 이 앨범은 이후 작곡가와 가수로 이름을 알리게 되는 오준영과, <송학사>, <망부석> 등 ‘국악가요’ 스타일의 곡을 히트시킨 김태곤의 곡들로 꾸며진 이색작이다.

전반적으로 오준영과 김태곤이라는 포크 성향의 작곡가들이 담당한 음악을 록밴드가 연주하면서 자연스러운 교류를 보여주는 음반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록밴드의 묵직한 사운드를 들려주기보다는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와, 편안한 연주들이 주를 이룬다. 때문에 색소폰 주자가 있긴 하지만, 김선민이 이전에 재적했던 트리퍼스보다는 오히려 장계현이 몸담았던 템페스트에 근접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러한 성향은 오준영이 작곡한 <동그란 얼굴>이나, <가을 비>와 같은 곡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김태곤의 <망향객>은 아쉽게도 특유의 국악가요가 아니라 노골적인 트로트 넘버지만, 러닝타임 5분대의 연주곡 <슬픈 미소>는 알토 색소폰의 매력을 십분 살린 연주로 가사가 있는 어떤 음악보다도 여운이 깊게 남기는 곡이다. 원래 김태곤의 제목을 붙이지 않은 작품들 가운데 ‘18’과 ‘24’를 합쳐 만든 곡으로, <18+24>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으며, 김태곤의 첫 음반 데뷔작인 「아름다운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를」(1972)에 수록되었다가 이후 그의 데뷔앨범에 연주곡으로 수록되는 <하루 이틀 사흘>과 비교해 듣는 것도 흥미롭다.

결과적으로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1970년대 후반 주를 이루게 되는 디스코/훵키 사운드의 밴드들과는 확실한 경계를 이루며 1970년대 중반을 대표했던 특유의 고고 사운드를 보여준다는 점, 또 오준영과 김태곤의 초기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흥미로운 요소를 간직한 음반이다. 밴드 편성으로 되어있긴 하지만, 김선민이라는 보컬리스트의 이름을 밴드 이름의 앞에 내세우고 있다는 외형적인 면은 물론, 수록된 곡의 특성 모두 록밴드의 모습보다는 한 명의 가수와 그의 백밴드의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이들의 활동 배경이 되었던 1976년이라는 시대상황을 볼때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질 만한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소위 ‘긴급조치 9호’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뮤지션들에게 어떻게 해야 음악판에서 계속해서 활동을 할 수 있을 지를 알려주는 가이드 역할을 해 주었으니 말이다.

트리퍼스 초창기의 하모니 보컬 위주의 사운드나, 브라스록 스타일에서 탈피해 1970년대 중반을 대표하는 가볍고 흥겨운 고고 사운드에 소위 ‘건전가요’에서나 들을 법한 밝은 가사가 이들 이후에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는 캠퍼스 밴드들의 음악과 커다란 차이가 없다는 점은 전문 송라이터들이 참여했다는 점을 빼고 생각하더라도 충분히 흥미롭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었고, 김선민과 자이언트 아니 ‘긴급조치 9호’를 비켜 자립하고자 했던 뮤지션들에게 냉담했다. 기존 밴드들의 모습들은 곧 이어 출범하게 되는 ‘대학가요제’ 출신의 풋풋한 젊은 밴드들과 비교할 때 쿨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결국 김선민과 자이언트는 유일한 음반만을 남기고 트리퍼스보다도 짧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트리퍼스에서 독립한 김훈이 승승장구하며 꾸준한 히트곡을 발표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글 송명하 (20120527)

* 월간 핫트랙스 매거진(http://info.hottracks.co.kr/company/main)에 기고한 글입니다.

  Comments,   0  Trackbacks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