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만 사악하고, 불친절한 듯 매력적인 광대극, Imaginaerum / Nightwish


사실, 나이트위시의 전작 [Dark Passion Play]는 보컬리스트가 타르야 투루넨(Tarja Turunen)에서 아네트 올슨(Anette Olzon)으로 바뀌긴 했지만, 타르야가 마지막으로 참여한 앨범 [Once]에서 보여줬던 팝퓰러한 변모의 연장선, 혹은 새로운 보컬의 정착을 위한 과도기라는 의미를 둘 수 있는 음반이었다. 결과적으로 하는 얘기지만 어쩌면 인터넷 상의 공개편지라는 초유의 수단을 사용해 타르야를 해고했던 나머지 멤버들의 의도는 이러한 밴드의 변모하는 음악성을 표현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 아래 시행되었던, 의도적인 각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타르야 시절의 나이트위시는 성악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그녀의 독특한 창법 때문에 언제나 밴드 나이트위시보다 타르야가 부각되었다. 때문에 밴드가 파퓰러한 스타일로 변모하건 그렇지 않고 더욱 복잡한 음악을 표현하건 그녀의 목소리 뒤에 묻히기 십상이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햇수로 4년 만에 공개된 밴드의 통산 7번째 스튜디오 앨범 [Imaginaerum]은 나이트위시에 완벽하게 적응한 아네트가 밴드의 사운드에 완전히 흡수된 음반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작곡을 담당한 키보디스트 투오마스 홀로파이넨(Tuomas Holopainen)의 구상이 완고하게 음악으로 표현된 결과다. 


  

 
그렇게 보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타르야가 참여했던 [Once] 수록곡인 ‘Nemo’는 물론 아네트의 나이트위시 정착에 힘을 더해주었던 ‘Amaranth’, ‘Eva’, ‘Bye Bye Beautiful’과 같이 단번에 청자의 감성을 사로잡는 수려한 멜로디의 보컬라인이 일찌감치 배제되었다는 점이다. 전작의 첫 번째 싱글 커트곡 ‘Eva’와 이번 음반의 첫 싱글 ‘Storytime’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확실하다. 혹시 그래도 의심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두 번째 싱글 ‘The Crow, the Owl and the Dove’를 들어보라. 이 음반은 기획단계에서부터 철저히 싱글 위주가 아니고 음반 전체의 흐름을 중시한 컵셉트 앨범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컨셉트는 영상과 함께 어우러지는 필름 스코어로서의 성향이 강하다. 



실제로 한 늙은 작곡가가 임종시에 자신의 유년시절을 회상하는 내용을 담은 음반의 컨셉트는 지난 음반의 싱글 커트곡 ‘The Island’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던 스토베 하르후(Stobe Harju)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고, 이 앨범의 음악과 컨셉트를 공유하고 있다. 팀 버튼(Tim Burton)의 영화, 닐 게이먼(Neil Gaiman)의 소설 그리고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그림에 그 모티브를 두고 있는 이 영화는 앨범 발매에 앞서 선 공개된 첫 번째 싱글 ‘Storytime’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살짝 그 맛배기를 감상할 수 있다. 중세 분위기가 켈틱 포크음악에 실려 표현된 ‘Islander’의 뮤직비디오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어 보이지만, 과거와 현재의 공존 또 무채색에 가까운 검푸른 분위기가 이번 음반과 영화에 커다란 밑그림이 되었음은 분명하게 확인이 가능하다.



보이 소프라노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시작했던 전작의 인트로 ‘White Lands Of Empathica’와는 그 분위가 확실히 다른 이번 음반의 인트로 ‘Taikatalvi’는 도입부 불협의 오르골 소리에 이어지는 모노로그와 음습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이탈리아 출신 프로그레시브록 밴드 데빌돌(Devil Doll)의 사악한 그림자를 재현한다. 또 복잡한 구성이 겹겹이 쌓인 콜라주와도 같은 ‘Storytime’은 앞서 언급했던 나이트위시의 변화 혹은 의도를 확인시킨다. 아이리시 백파이프 연주의 ‘I Want My Tears Back’가 있는가 하면,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가 [Wall]에서 표현한 연극적 요소를 떠오르게 만드는 ‘Scaretale’은 동유럽 집시들의 씩씩하고 절도 넘친 무곡으로 발전된다. ‘Turn Loose the Mermaids’ 아름다운 아이리시 포크넘버이며, 언뜻 전작의 ‘Bye Bye Beautiful’을 떠오르게 만들지만 ‘Ghost River’는 더해지는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코러스로 긴장감을 유도한다.


앞서 ‘Storytime’을 설명할 때 했던 이야기처럼 이번 음반은 전체적으로 ‘콜라주’로서의 느낌이 강하다. 그 콜라주의 소재는 프로그레시브록에서부터 재즈, 아이리시 포크, 중세의 세속음악, 집시음악 등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작에 매료되었던 팬에서부터 타르야 시절 나이트위시의 팬들이 듣기에도 그다지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심포닉메탈이라는 이들의 음악적 뿌리에서는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아름답지만 사악하고, 불친절한 듯 매력적인 광대극과도 같은 이번 음반을 통해 나이트위시는 분명 성큼 앞으로 진보했다. 한번에 청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키치한 멜로디라인을 부각시키거나, 보컬의 탁월한 아우라를 내세우지 않고서도 또 한차례의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성장을 주도한 인물은 이 음반의 컨셉트에서부터 작곡과 프로듀스를 담당한 키보디스트 투오마스 홀로파이넨이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에 옷을 입힌 멤버들은 창단멤버들이 아니라 이후 영입되었던 베이시스트 겸 보컬리스트 마르코 히에탈라(Marco Hietala)다. 언제부턴가 보도사진에도 유독 이 세 명의 멤버, 혹은 투오마스와 아네트 이렇게 두 명의 멤버가 부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나이트위시의 다음 행보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한 멤버를 공개적으로 해고한 경력이 있는 밴드의 이력을 살펴볼 때, 아이디어 뱅크 투오마스의 의도가 융합을 통해 이상적으로 표출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청자로서는 이러한 밴드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결과로 [Imaginaerum]와 같은 걸출한 음반을 또 기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글 송명하 (20120310)

* 밀러 공식 블로그(http://blog.naver.com/blogmiller)에 기고한 글입니다. 


2007/10/17 - [음반해설지/해외뮤지션] - NIGHTWISH [Dark Passion 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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