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까지는 되지 못하지만, 어쨌거나 개인적으로는 음반수집을 하고 있다. 모든 콜렉팅이 그렇겠지만, 음반수집에 있어서 중요한 몇가지 덕목(?)이 있다.
첫째는 금전적인 부분이다. 내가 원하는 음반이 보일때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총알'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두번째로는 부지런함이다. 중고음반은 흐르는 물과 같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날 기다리고 있지 않다. '떴다!' 싶으면 얼른 출동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미 그 땐 늦었을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선수들에 의해 '눈깔' 다 빠진 평범한 레퍼토리들에서 '이삭줍기'나 하다가 돌아오기 일쑤다. 선수들 오기 전에 가장 먼저 털기 위해선 음반 들어왔다는 정보를 듣기 전에 내 눈 앞에서 들어오는 음반을 확인하는 방법 밖엔 없다.
세번째로는 정보망이다. 물론, 앞서 얘기한 것 같이 '나까마'들이 주워온 음반들이 매장(중고 음반샵, 헌책방 혹은 고물상)들에 입고(?) 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건 무척 어렵다. 그럴땐 어쨌거나 '레이다'가 좋아야 한다. 전국 곳곳에서 들어오는 음반 흐름에 관련된 정보를 꿰 차고 있어야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네번째로 그 정보에 의해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기동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이 모든 덕목 가운데 으뜸은 과연 음반 자체에 대한 정보다. 이 음반이 어떤 음반이며, 얼마나 구하기 어려운 음반인가.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음반인가 그렇지 않은가... 등 기본적인 정보가 있어야 수많은 음반들 가운데서 정말 '눈깔'을 뽑아낼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덕목들 가운데 내가 가진 건 거의 없다 ㅠ 금전적인 부분, 부지런함, 정보망, 기동력... 그나마 그 가운데 가장 나은(?) 부분은 음반에 대한 정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것만으로는 음반 구하는 게 녹록치 않은 건 당연하다.
어쨌든 서론이 길었는데... 몇 해 전 헌책방을 돌아다니다가 애드포의 연주 음반 한장이 눈에 띄었다. 자켓은 없고, 알맹이만 말 그대로 널려있던;; 음반. 아마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걸 보니 다른 음반들 사면서 덤으로 얻어온 것 같다.
집에 가져와 플레이 시켜보니, 그렇게 함부로 굴러다니는 음반치고는 상태가 좋은 편이었다. 깨끗하게 닦아, 일단 집에 있던 벌크 자켓에 넣어두고... 아 물론 1668년 발매 음반은 아니고, 1968의 오타다;;; 그런데... 오늘 그냥 자전거나 탈 겸... 겸사겸사 들렀던 헌책방에서 알맹이 없는 자켓들만 따로 모아놓은 걸 뒤적거리다가 자켓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살짝 습기자국이 있긴 하지만... 이정도면 쓸만 하다. 이정도는 사실 가장자리에 테이핑 되어있는 음반에 비교하면 정말 양반이다. 음반의 뒷면도 찰칵~
초기 신중현 선생님의 애드포 사진이 정겹다. 아... 물론, 이 자켓이 내가 가지고 있던 알맹이와 완벽하게 쌍을 이루는 자켓은 아니다.
음반의 일련번호는 DG 2008, 자켓의 일련번호는 DG 2007이다. 그리고 수록곡의 순서는 동일하지만 A면과 B면이 바뀌었다. 그리고...
음반은 신향, 자켓은 성음제작소다. 하지만, 거의 비슷한 짝을 찾았다는 즐거움이 요런 아쉬움들보다는 더 크다. 거창하게 '콜렉팅의 즐거움'이라는 타이틀을 적어놓긴 했지만, 정말 앞서 얘기한 것 같은 덕목을 모두 갖추고 필요한 음반들을 척척 손에 넣는 즐거움도 있지만, 몇년에 걸쳐 불완전했던 한 장의 음반이 완전체에 가까워 지는 것. 요것도 바로 해보지 않은 사람은 누리지 못할 즐거움이 아닐까.
한가지 안타까웠던 점은... 예전에 알맹이는 그냥 얻어온 거 같은데, 오늘 자켓은 1,000원을 받으셨다는... 아, 물론 알맹이와 자켓은 서로 다른 곳에서 구한 거지만, 이젠 자켓이나 알맹이 등 따로 돌아다니는 불완전체(?)들도 가격 책정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쨌거나 이렇게 1,000원짜리 애드포의 음반 한 장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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