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오전에 올림픽 공원에서, 그리고 오후엔 광화문에서 각각 한 건씩 심사가 있었다. 마침 올림픽 공원에서 광화문까지는 지하철 5호선을 한 번만 타면 되기 때문에, 심사를 마치고 올림픽 공원 근처에서 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한 뒤 광화문으로 향했다. 그런데, 시간까지 정확하게 맞지는 않아서 결국 심사 시간보다 두 시간 일찍 광화문에 도착했다. 그 덕에 계속해서 마음 속에만 "언젠가는 가야지"라고 생각하던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이 열리는 대림 미술관으로 향했다.
사진전이 열린 건 꽤 오래됐는데도 미술관에 관람객이 생각보다 많았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엔 할인 행사가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의 시선을 담아왔다. 지금이야 휴대전화에도 카메라가 모두 달려있고, 조그만 디지털 카메라에서 부터 커다란 DSLR, 또 미러리스 카메라까지 카메라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지만, 그녀의 작품들에 주로 담긴 1960년대는 그렇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우리나라에도 1980년대 중반 이후까지 그랬다. 어디 놀러가거나 할 때면 카메라를 빌려가던 그 때였으니까.
잘 찍지는 못 하지만, 나 역시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내가 카메라와 인연을 맺은 건 중학교 때였다. 어디 특별한 곳에 갈 때는 집에 있던 캐논 수동형 카메라를 가지고 다녔다. 사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카메라에는 작은 수은전지 하나가 들어가는데 그 전지의 수명이 다 됐드랬다. 그런데 나는 그 카메라는 원래부터 촛점과 노출, 셔터 스피드를 수동으로 맞춰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 대학에 들어간 이후 카메라점에서 전지를 갈아넣으면 노출값을 자동으로 놓을 수 있다는 걸 알려줬다. 하지만, 그 때 노출과 셔터 스피드에 대한 개념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어서 지금 사진찍을 때도 큰 도움이 되었으니 어쩌면 다행이었다고 할까...
사진전을 전체적으로 본 느낌은 정말 부제와 마찬가지로 따뜻했다. 전시된 사진들은 인물사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피사체들이 워낙 유명 인물들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정말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낸 건 린다 매카트니의 탁월한 능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진을 찍은 이도, 또 사진에 찍힌 이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경우가 많지만 그들은 당시 그들의 시선을 이렇게 사진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전설이지만 일상적인 그들, 일상적이지만 전설인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전시가 끝나기 전에 꼭 다시 한 번 가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린다는 셔터를 눌러야 하는 정확한 타이밍을 알고 있다. 특별한 바로 그 순간을..."
폴 매카트니 Paul McCart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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