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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LINER NOTES (OVERSEAS)

The Rolling Stones [Sticky Fingers], ‘악동’의 이미지를 벗고 뮤지션으로 우뚝 선 롤링 스톤스의 금싸라기 같은 명반

by coner 2016. 2. 12.

 

 

[Sticky Fingers]는 1970년대 들어 처음 발표한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의 정규앨범으로, 미국에서는 11번째, 영국에서는 8번째 앨범에 해당한다. 영국의 데카(Decca)와 미국의 런던(London) 레이블이 아닌 ‘Rolling Stones’라는 자신의 레이블을 만들어 발표하는 첫 번째 앨범이며, 창단멤버 브라이언 존스(Brian Jones)의 흔적이 하나도 남지 않은 최초의 음반. 그리고 이전까지 세션으로 간간히 참여했던 믹 테일러(Mick Taylor)가 정식 멤버로 참여한 첫 번째 음반이다. 또 소위 ‘악마의 혓바닥’으로 불리는 롤링 스톤스의 로고 ‘혀와 입술(Tongue & Lips)’이 처음 등장한 음반이기도 하다. 존 패슈(John Pasche)가 디자인한 이 로고는 보컬리스트 믹 재거(Mick Jagger)의 외모에서 착안한 것으로, 영국의 온라인 뉴스 사이트인 <긱와이즈(Gigwise)>의 2008년 온라인 폴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최고의 밴드 로고 디자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1965년을 넘어서며 롤링 스톤스는 단순히 비틀스(The Beatles)의 성격에 반대되는 ‘악동’으로서의 이미지를 넘어 확실한 음악적 성과물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1966년 발표한 [Aftermath]에서는 처음으로 음반에 수록된 모든 곡을 자작곡으로 채워 믹 재거와 키쓰 리처즈(Keith Richards)의 창작 능력이 본 궤도에 올랐음을 증명했으며, 사이키델릭 성향의 [Their Satanic Majesties Request](1967)는 여러모로 같은 해 비틀스가 발표한 명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에 비견될 만큼 그간의 밴드 성장을 대변했다. 명곡 ‘Sympathy For The Devil’, ‘Street Fighting Man’을 수록한 [Beggars Banquet](1968), 그랜드 펑크 레일로드(Grand Funk Railroad)에 의해 리메이크되기도 했던 세련된 대표곡 ‘Gimme Shelter’를 담은 [Let It Breed](1969)에 이르기까지 롤링 스톤스는 외형적으로 볼 때 말 그대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1960년대를 마감했다. 하지만 밴드의 내부 사정은 좀 달랐다.

 

같은 시기 밴드의 창단 멤버이자 다양한 악기를 다루며 롤링 스톤스의 사운드를 보다 윤택하게 만들었던 실질적인 밴드의 리더 브라이언 존스(Brian Jones)가 약물에 의해 거의 폐인이 되었다. 그가 이렇게 약물 중독에 빠지게 된 것은 롤링 스톤스가 믹 재거와 키쓰 리처즈 중심 체제로 돌아가게 된 점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고, 그 배경에는 밴드의 매니저 앤드류 올드험(Andrew Loog Oldham)의 의도가 있었다. 비틀스의 레논(Lennon)-매카트니(McCartney) 체제를 그대로 롤링 스톤스에 이식하려 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의도는 음악적으로 좋은 결과물을 낳긴 했지만, 브라이언 존스라는 밴드의 일등공신을 낙오자로 만들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브라이언 존스가 재활을 받기 위해 요양소에 입원한 동안 그의 약혼녀 아니타 팔렌버그(Anita Pallenberg)는 키쓰 리처즈와 바람이 났다. 그 광경을 목격하고 화를 낸 브라이언에게 아니타는 자신을 폭행했다고 일방적으로 결혼을 취소했고 브라이언 존스는 얼마 가지 않아 밴드에서 해고됐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달 뒤인 1969년 7월 3일, 브라이언은 27살의 나이에 자신의 집 수영장에서 익사체로 발견된다. 당시 밴드의 상황에 대해서는 스테픈 울리(Stephen Woolley) 감독의 영화 ‘스톤드(Stoned)’(2005)에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악재는 또 있었다. 브라이언이 세상을 떠난 해인 1969년 12월 6일. 30만명의 관객이 몰린 캘리포니아의 알타몬트 고속도로 무료 콘서트(The Altamont Speedway Free Festival)에서 경호를 맡았던 폭주족 헬스 앤젤스(Hell's Angels)의 알란 파사로(Alan Passaro)가 공연을 보던 18살의 흑인 청년 메레디스 헌터(Meredith Hunter)를 칼로 찔러 죽인 사건이 벌어졌다. 몬트레이와 우드스탁의 여세를 몰고 가려던 또 하나의 대형 페스티벌은 이렇게 사회의 맹비난과 함께 끝났다. 그리고 알타몬트의 비극은 단순히 한 공연의 파행을 넘어 당시 사회의 전반적 분위기였던 히피 무브먼트의 종언 선언과도 같았다. 이러한 상황들은 앞만 보고 달려 나가던 롤링 스톤스에게도 어쩌면 무언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걸 암시했다. 그렇게 생각할 때, 글의 첫머리에 [Sticky Fingers]에 대해 언급한 여러 가지 ‘최초’의 의미는 당시 롤링 스톤스가 염두에 뒀던 고민들을 대변할 수도 있다.

 

1970년대로 접어들고 앞서 얘기한 것처럼 롤링 스톤스는 자신의 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발표하게 되며 ‘자유’를 얻었다. 우선 이 자유는 음반 수록곡은 물론 음악을 듣기 전 접하게 되는 음반의 자켓을 통해 시각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다분히 불손해 보이는, 또 피부색 한 부분 드러나지 않았어도 오히려 벌거벗은 여인이 등장하는 것보다 훨씬 외설스럽게 보이는 자켓은 지금까지도 롤링 스톤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가 됐다. 실제로 자켓에 개폐가 가능한 지퍼를 달고 출시된 아트워크의 아이디어는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의 소위 ‘바나나’음반으로 불리는 [The Velvet Underground & Nico](1967)의 아트워크를 담당했던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Andy Warhol)에게서 나왔다. 역시 기믹스 커버로 제작되어 바나나의 껍질을 벗기게 되어있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앨범 자켓과 [Sticky Fingers]의 자켓은 성적인 느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연관성을 부여할 수 있다. 음악 전문 채널 VH1은 2003년 이 자켓을 시대를 초월한 최고의 앨범 커버로 선정했다.

 

음반의 녹음 역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1969년 12월 4일에서 6일까지 앨라배마 셰필드의 머슬 숄스 사운드 스튜디오(Muscle Shoals Sound Studio)에서 음반의 대표곡인 ‘Brown Sugar’와 ‘Wild Horses’를 녹음한 게 시작이었지만, 수록곡 대부분은 롤링 스톤스 이동식 스튜디오(Rolling Stones Mobile Studio)에서 녹음됐다. 이 이동식 스튜디오에서는 이미 이 음반 이전에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세 번째 정규음반 [Led Zeppelin III]가 녹음됐으며, 우리에겐 ‘Smoke On The Water’의 가사로도 잘 알려진 딥 퍼플(Deep Purple)의 명반 [Machine Head]도 탄생했다. 이 이동식 스튜디오는 1970년 여름에서 가을 사이 믹 재거가 새로 구입한 저택인 스타그로브스(Stargroves)으로 옮겨졌고, 밴드는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로운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은 이미 완숙기에 들어간 재거-리처즈 콤비의 창작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 청신호로 작용했으며, 이미 10대에 존 메이올스 블루스 브레이커스(John Mayall's Blues Breakers)에서 활동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던 기타 신동 믹 테일러의 연주와 함께 뛰어난 결과물로 기록되었다.

 

미국차트 정상을 밟았던 싱글 ‘Brown Sugar’는 롤링 스톤스의 음악적 뿌리가 블루스에 있음을 확인 시켜주는 흥겨운 로큰롤 파티다. 시원스런 기타 리프와 호방한 혼 섹션은 초기 이들의 사운드가 1960년대 후반을 지나며 얼마나 정제되었는지를 한 눈에 보여주며, 검은 냄새 물씬 풍기는 믹 재거의 보컬은 새로운 1970년대가 그들의 것이 되리란 걸 확인시켜주듯 자신감으로 넘친다. 그런가하면 ‘Sway’는 다른 곡에 비해 무게는 무겁지만 적재적소에 삽입된 브라스 파트와 스트링 파트가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는 곡. 특히 국내에서 많이 울려 퍼졌던 ‘As Tears Go Bye’, ‘Ruby Tuesday’ 혹은 ‘Angie’와 동일선상에서 사랑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의아한 발라드 트랙 ‘Wild Horses’, 종교적인 숙연함마저 느껴지는 ‘I Got The Blues’, 보틀넥으로 연주하는 느슨한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이 청자를 미시시피 델타지역으로 공간이동 시키는 블루스 넘버 ‘You Gotta Move’는 내슈빌발 컨트리 넘버 ‘Dead Flowers’와 공존한다. 여기에 산타나(Santana)스타일의 라틴 록 스타일의 후주를 가진 ‘Can't You Hear Me Knocking’이나 나른한 사이키델리아로 떠나는 환각 여행 ‘Sister Morphine’ 등 수록곡들의 장르는 이전보다 훨씬 다양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60년대 발표됐던 롤링 스톤스의 음반들과 이 앨범의 가장 큰 차이점은 ‘통일성’을 들 수 있다. 장르는 다르지만 그 결과는 롤링 스톤스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하나의 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매되는 디럭스 에디션에는 또 미발표 트랙과 라이브 음원이 담긴 한 장의 보너스 CD가 더 들어있다. 보너스 CD의 첫 번째 트랙으로 담긴 ‘Brown Sugar’의 또 다른 버전은 여러모로 흥미를 제공한다. 시종 청자를 긴장시키는 슬라이드 기타 연주는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이 담당했고, 또 다른 기타의 명인 알 쿠퍼(Al Cooper) 역시 연주에 참여한 말 그대로 ‘슈퍼 세션’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버전은 오리지널 버전이 녹음되고 1년이 지난 1970년 12월 18일, 런던의 올릭픽 스튜디오에서 키쓰 리처즈의 27살 생일파티에 모인 뮤지션들이 연주한 음원이다. 어쿠스틱 버전으로 담긴 ‘Wild Horses’는 원곡이 발라드인 까닭에 더욱 섬세한 감정 전달이 느껴지고, 그 밖에도 원곡과 비교 감상의 재미를 주기 충분한 버전들이 담겼다. 5곡의 라이브 트랙은 1971년 3월 열렸던 영국 투어 가운데 런던의 라운드하우스 공연실황을 담고 있다. 공연이 열린 시기가 [Sticky Fingers] 발매 이전인 까닭인지 수록곡들은 그 이전까지의 앨범에서 선곡됐다. 미발표 트랙들이지만 음질은 훌륭하며, 특히 11분이 넘도록 자유롭게 연주되는 ‘Midnight Rambler’에서는 공연장의 뜨거운 열기가 그대로 전달된다.

 

 

 

 

영국과 미국 앨범차트 모두 1위를 차지한 [Sticky Fingers]는 1960년대의 끝자락에 롤링 스톤스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많은 악재들을 떨쳐버리기 위한 절박감과, 위에 설명한 것과 같은 주변의 환경이 만들어 준 여유와 자유로움의 맞물림 속에서 탄생한 명반이다. 이어진 [Exile On Main St.](1972)와 함께 음악적인 발전 일변도의 밴드가 통일된 모습으로 정점을 찍은 음반. 이 음반을 필두로 1970년대는 확실하게 롤링 스톤스의 시대가 되었으며 그 에너지는 지금까지도 롤링 스톤스를 계속하게 굴러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롤링 스톤스의 진면목을 알기 위해서, 또 비틀스 해산 이후 로큰롤이 어떻게 발전되어 갔는지를 알기 위해서 반드시 들어야 할 금싸라기 같은 명반이다. (20150520)

 

글 송명하 (파라노이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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