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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eme [Pornograffitti], 발표 25주년을 맞이하는 익스트림의 최고작

CONER'S MUSIC LIFE/LINER NOTES (OVERSEAS)

by coner 2015. 6. 20.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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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트림(Extreme)의 두 번째 앨범 [Pornograffitti]가 발표된 지도 벌써 2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동안 익스트림은 네 번째 앨범 [Waiting For The Punchline]을 발매한 후 1996년에 해산했다가 2004년에 재결성되어 2008년에는 다섯 번째 정규앨범 [Saudades De Rock]을 발표한 바 있으며, 현재도 공연을 중심으로 꾸준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익스트림이라는 밴드의 이름 때문에 그들의 음악을 듣지 못했던 이들은 블랙메탈이나 데쓰메탈처럼 극한의 헤비메탈을 연상할 수도 있지만, 이들의 음악은 클래식 하드록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서 펑크(funk)와 헤비메탈의 접목한 독특한 형태의 것이었다. 익스트림이라는 밴드의 이름은 그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익스트림으로 활동하기 전 보컬리스트인 게리 셰론(Gary Cherone)과 드럼 폴 기어리(Paul Geary)가 함께 했던 드림(The Dream)이라는 밴드와 연관이 있다. 이후 기타리스트 누노 베텐코트(Nuno Nettencourt)와 베이시스트 폴 뱃저(Paul Badger)를 영입시켜 초기 라인업을 구축한 밴드가 ‘예전의 드림’이란 의미로 ‘Ex-Dream’이란 이름을 떠 올렸고, 그 이름이 현재의 익스트림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라인업을 확정한 익스트림은 1989년 A&M 레코드와 계약을 맺고 셀프 타이틀의 첫 번째 앨범을 발표하게 된다. 퀸(Queen), 빌리 스콰이어(Billy Squire)와 함께 했던 작업으로 잘 알려진 맥(Mack)이 프로듀싱을 담당한 이 앨범은 싱글 ‘Kid Ego’를 싱글차트 39위에 랭크시켰고, 앨범 역시 30만장 이상을 판매하며 록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국내에서도 뒤늦게 이 앨범에 수록된 ‘Rock A Bye Bye’가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데뷔앨범의 발매와 함께 가장 크게 주목받은 건 바로 포르투갈 태생의 기타리스트 누노 베텐코트의 기타 플레이였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는 화려한 테크닉을 자랑하는 소위 기타 비르투오소들이 명멸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누노의 플레이는 그 가운데서도 단연 독보적인 것이었다. 물론 기타리스트들의 역량은 자로 재듯 어떤 확실한 기준에 의해 측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여기서 독보적이라고 한 것은 솔로 기타리스트들이 새로운 테크닉과 속도에 탐닉할 때, 누노 베텐코트는 기본적으로 정통 하드록에 뿌리를 둔 펑키한 프레이즈를 구사했다는 확실한 차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타일은 당연하게도 앞서 얘기했던 익스트림의 음악 스타일과 겹친다. 즉 철저하게 밴드 중심의 기타 연주를 했단 얘기다. 그러면서도 필요한 순간에 전광석화 같은 하이테크 솔로를 삽입하는 순발력도 발군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기타리스트들 가운데 슬래쉬(Slash), 제이크 이 리(Jake E Lee) 등 정통 하드록에 그 뿌리를 두고 철저하게 밴드 중심의 연주를 하는 플레이어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과도 명확한 구분이 가능한 누노 특유의 플레이는 이미 데뷔앨범부터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두 번째 음반 발매에 즈음해서는 긴 생머리와 마치 순정만화의 주인공으로 나올 것과 같은 섹시한 외모로 여성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게 된다. 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익스트림의 성공적인 활동에 있어서 누노 베텐코드의 꿈틀거리는 그루브가 살아 퍼득거리는 기타 프레이즈와 외모가 커다란 부분을 차지했다는 데에 이의를 재기할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1990년 공개되어 익스트림의 최고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두 번째 앨범 [Pornograffitti]는 소년 프란시스(Francis)의 야심과 욕망, 그리고 실연 등을 소재로 만들어진 콘셉트 앨범이다. 주인공 프란시스는 밴드의 보컬리스트 게리 셰론(Gary Francis Caine Cherone)의 미들 네임이다. 멜빵 반바지, 입에는 담배를 물고 있고 어깨에는 권투 글러브를 멘 소년 같지 않은, 어쩌면 ‘애 늙은이’처럼 보이는 소년이 바로 음반의 자켓에 등장하는 프란시스의 모습이다. 잠시 음반이 담고 있는 내용을 살펴보자.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리는 날, 조심하라는 어머니의 말을 뒤로 한 채 프란시스는 세상을 향해 나간다(‘Decadence Dance’). 그리고 한 곡 한 곡 지나는 과정은 그가 몸으로 부딪쳐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 가운데 여자 친구와 문제를 만들고 (‘Li'l Jack Horny’), 쓸데없는 야망에 눈이 어두워 일을 그르치기도 하며(‘When I'm President’) 세상은 결코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 다는 걸 알게 된다(‘Get The Funk Out’). 현실 도피를 위해 잠을 청해, 꿈속에서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의 노래를 들으며 쉽게 만났다가 쉽게 헤어지는 1990년대식 사랑보다 복고풍의 사랑을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When I First Kissed You’). 결국 자신을 피곤하게 만드는 한 여인(‘Suzi (Wants Her All Day What)’)에 의해 프란시스는 여자 기피증에 걸리게 되고, 진실한 사랑을 찾으려 애쓴다(‘He Man Woman Hater’, ‘Song For Love’). 그리고 마음의 구멍을 메울 수 있는 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뿐이란 걸 깨닫고 그러한 사람을 찾기로 한다. 그러한 노력이 바로 행복을 찾는 노력이란 걸 생각하며(‘Hole Hearted’).





빌보드 싱글차트 넘버원을 차지한 ‘More Than Words’, 또 이색적인 발라드 ‘When I First Kissed You’의 국내 히트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은 발매 당시 국내에 정식 발매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 음반 수록곡 가운데 타이틀 트랙인 ‘Pornograffitti’와 ‘Suzi (Wants Her All Day What)’ 두 곡이 심의에 통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 곡이 빠진 채 음반이 발매된다는 소식을 들은 익스트림 측에서는 한국 발매를 거부했다. 콘셉트 앨범의 특성상 한 곡이라도 빠진다면 제작자의 의도가 청자들에게 전달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이후 CD로 정식발매가 이뤄지긴 했지만, 해외의 히트와 동시대에 음반을 구하려 했던 마니아들은 비싼 가격에 수입 CD를 구매하거나 청계천을 뒤져 앞쪽만 컬러 자켓으로 인쇄된 복사판을 구했다. 그도 저도 아니면 남녀 한 쌍이 다소 느끼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자켓으로 등장한 [All My Loving]이라는 옴니버스 음반에 수록된 ‘More Than Words’ 한 곡으로 만족하는 수밖엔 없었다. 물론 이렇게 정식 음반에 팬들이 목말라했던 이유는 바로 이 음반이 담고 있는 양질의 음원들 때문이다. 어느 한 곡 베스트 트랙이 아닌 곡이 없을 정도로 수록곡들은 두 번째 밖에는 되지 않았지만 가장 물 오른 시기 밴드의 자신감과 능력을 그대로 담고 있다. 설명이 필요 없는 명곡 ‘More Than Words’ 외에도 ‘Decadence Dance’, ‘Hole Hearted’, ‘Get The Funk Out’이 계속해서 빌보드 싱글차트와 메인스트림 록 차트에 오르내렸으며, ‘Song For Love’까지 총 다섯 곡이 싱글 커트되며 음반은 미국 내에서 2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발매 25주년을 기념해 디럭스 에디션으로 발매되는 이번 음반에는 정규 2집과 함께 또 한 장의 일종의 보너스 음반이 제공된다. 라디오 방송을 위해 뒷부분의 추가 연주와 마무리가 제거된 라디오 에디트 버전을 비롯해 총 5개의 버전이 담긴 대표곡 ‘More Than Words’을 들을 수 있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며, 특히 콩가 반주에 아카펠라 버전으로 수록된 ‘More Than Words - A Cappella With Congas’는 색다른 느낌이다. 이 음반이 나올 무렵, 클럽에서는 LP와 같은 사이즈의 12인치 싱글로 음악을 틀었다. 때문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음악이지만 클럽의 분위기에 맞도록 새롭게 믹스된 음원들이 정식 음반에는 수록되지 않고 12인치 싱글로 발매되는 경우가 많았다. 원곡의 두 배에 가까운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Get The Funk Out’의 12인치 리믹스 버전에서는 당시 클럽에서의 현란한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이 외에도 천둥소리 등 효과음 없이 바로 음악으로 진입하는 ‘Decadence Dance’나 ‘Money (In God We Trust)’와 같이 콘셉트 앨범의 일부분이 아니라 싱글 그 자체로 만날 수 있는 익숙한 트랙들도 체크 포인트. 정규음반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Nice Place To Visit’는 [Pornograffitti]의 성공 이후 같은 해에 일본에서만 발매된 EP [Extragraffitti]에 수록되었던 곡이고, ‘Sex N' Love’ 역시 [Extragraffitti]가 나중에 석장짜리 에디션으로 재발매될 때 수록됐던 소위 B-사이드 싱글이다. [Pornograffitti]를 위해 함께 녹음됐지만, 콘셉트 앨범의 특성상 누락되었던 트랙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같은 앨범에 수록되었어도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 역시 전성기 익스트림의 기록들이다.


[Pornograffitti]가 발표된 1990년은 그 시기상으로 무척 중요한 위치를 가진다. 그 전까지 득세했던 헤비메탈의 시대가 저물며, 너바나(Nirvana)를 필두로 한 얼터너티브/그런지가 록계를 평정하기 위한 준비를 하던 단계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 두 음악을 칼로 베듯 확실하게 구분하곤 하지만, 익스트림의 이 앨범을 비롯해서 비슷한 시기 건즈 앤 로지즈(Guns N' Roses), 미스터 빅(Mr. Big)과 같은 밴드들이 클래식 하드록의 자양분을 충분히 흡수해 발표했던 음반들을 소위 시애틀 신(Scene)으로 불리며 역시 클래식 하드록의 영향력 아래 있던 밴드들의 음악들과 비교해보는 것도 무척 흥미롭다. 한 시대의 종언을 선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화려하고 커다란 불꽃을 만들어냈던 문제작이며, 당시 음악적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대표 음반이다. (20150129)


글 송명하 (파라노이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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