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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LINER NOTES (OVERSEAS)

The Pretty Reckless [Going To Hell], 가십 걸의 제니는 잊어라. 이제 본격적인 록 스타 테일러 맘슨이다!



TAYLOR MOMSEN

테일러 맘슨(Taylor Momsen)은 1993년 7월 26일 미국 미주리, 세인트루이스 출생으로, <그린치(Dr. Seuss' 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 <가십 걸(Gossip Girl)>, <스파이 키드 2(Spy Kids 2: The Island of Lost Dreams)>, <파라노이드 파크(Paranoid Park)> 등 12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겸 모델이다. 두 살 때 부모에 의해 모델 에이전시인 ‘포드 모델스’에 등록했고, 3살부터 공익광고에 출연하면서 연기를 시작했다고 하니, 활동은 그보다 훨씬 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2006년엔 <한나 몬타나(Hannah Montana)>오디션에 참여해 마지막 세 명에 남기도 했지만, 타이틀은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가 거머쥐었다. 이후 테일러 맘슨은 오히려 자신이 뽑히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물론 우리에겐 <가십 걸>의 제니 험프리(Jenny Humphrey) 역으로 머릿속에 가장 많이 남아있다. 전형적인 가톨릭 집안에서 가톨릭학교를 다녔지만 이렇게 일찌감치 보통의 또래들과 다른 삶을 살다 보니 주변에 친구도 없었고 진정한 생활을 할 수 없었다고 밝힌 것처럼, 자신이 의식하기 전부터 그녀는 직업과 생활이 공존하는 삶을 살아왔다. 어쩌면 가십 걸의 제니 험프리의 이미지와 밴드 프리티 레클리스(The Pretty Reckless)의 테일러 맘슨의 이미지 사이 간극은 그러한 그녀의 삶을 반영하는 듯 보인다. 2007년 14세의 테일러 맘슨은 쿠스 반 산트(Gus Van Sant) 감독의 <파라노이드 파크>에서 살인사건 용의자의 여자 친구 제니퍼(Jennifer)역을 맡았다. 나일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녀가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정말 다른 경험이었다.”고 밝힌 것처럼 영화에서의 섹스 씬은 그녀의 순수하기만 했던 이미지를 벗어나게 해주었다. 


“나에겐 두 가지 다른 모드가 있다. 연기 모드, 그리고 테일러 모드다. 내가 테일러 모드에 있을 때도 사람들이 날 여전히 제니로 본다는 걸 종종 잊는다. 그걸 깨닫기에는 시간이 좀 걸린다.” - The New York Observer 인터뷰 중



THE PRETTY RECKLESS

프리티 레클리스는 2007년 테일러 맘슨이 결성한 밴드다. 몇몇 프로듀서와 작업을 했지만, 카토 칸드왈라(Kato Khandwala)의 록 성향이 그녀의 마음을 끌었고, 그가 소개한 기타리스트 벤 필립스(Ben Phillips)와 함께 곡 작업을 시작했다. 이 세 명은 지금까지 확고하게 이어지는 프리티 레클리스의 중심축이다. 여기에 나머지 밴드의 포지션이 채워지며 밴드의 이름을 레클리스(The Reckless)로 정했지만, 이미 등록된 이름이 있어 현재의 이름으로 바꾸게 된다. 2009년 뉴욕을 시작으로 몇 차례 공연을 가진 후 멤버교체가 이루어졌다. 당시 새로 영입된 멤버들은 기타에 존 세콜로(John Secolo), 베이스에 매트 치아렐리(Matt Chiarelli) 그리고 드럼에 닉 카본(Nick Carbone)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머지않아 밴드에서 하차했고, 현재 멤버는 보컬과 리듬기타에 테일러 맘슨, 리드 기타에 벤 필립스, 베이스에 마크 데이먼(Mark Damon) 그리고 드럼에 제이미 퍼킨스(Jamie Perkins)다. 같은 해 프리티 레클리스는 인터스코프(interscope)와 계약을 맺었다는 발표를 한 후 자신들의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He Loves You’와 ‘Zombie’의 데모트랙을 공개했고, 12월에는 ‘Make Me Wanna Die’를 소속사인 인터스코프 레코드의 웹사이트를 통해 일시적으로 무료 다운로드 서비스했다. 밴드의 첫 번째 싱글이 된 이 곡은 롤링스톤지에서 ‘일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록 차트 1위에 올랐으며, 이듬해 개봉한 영화 <킥 애스>의 엔딩 크레디트에 사용되기도 했다. 

2010년, 셀프 타이틀의 첫 번째 EP와 풀랭쓰의 데뷔앨범 [Light Me Up]이 발표됐다. 데뷔앨범은 영국 록 차트 넘버원에 올랐던 ‘Make Me Wanna Die’를 비롯, CD에만 수록되었던 ‘Zombie’를 제외한 EP의 ‘My Medicine’과 ‘Goin' Down’을 모두 담았고, 두 번째 싱글로 BBC 라디오 1을 통해 선 공개 되었던 두 번째 싱글 ‘Miss Nothing’ 등 인기의 여세를 몰아 영국 록 앨범 차트 1위에 안착했다. 테일러 맘슨의 스모키 화장은 점점 짙어졌고, 망사 스타킹의 입자는 더욱 굵어졌으며 소위 공연 시 ‘가슴 노출’사건을 일으킨 때도 바로 이때였다. 페이퍼 매거진 행사에서 ‘Make Me Wanna Die’를 부르던 도중 관객을 향해 가슴을 드러내 보인 것이다. 당시 17세였던 테일러 맘슨의 이러한 돌출행동에 대해 당시 언론들은 네티즌의 생각을 묻는 폴을 진행할 정도로 그 파장은 대단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달 뒤, 그녀는 2007년부터 출연했던 <가십 걸>에서 하차했다. 이 사건과 맞물려 한때 퇴출됐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테일러 맘슨은 “<가십 걸> 제작자들은 나에게 휴가를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음반 작업과 공연들을 위해 출연을 스스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내가 퇴출당했다는 것은 아주 큰 오해다.”라며 일축했다. 그리고 다시 연기할 생각이 있는가하는 질문엔 “지금 음악을 하느라 굉장히 바쁘고, 다시 두 가지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앨범 준비로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야 하고 24시간 일을 하기 때문에 다른 활동을 더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겠다.”며 가능성을 닫았다.

2011년과 2012년 프리티 레클리스는 에바네센스(Evanescence)를 필두로 건스 앤 로지즈(Guns N' Roses),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의 투어에 오프닝을 담당하는 등 꾸준한 공연활동을 펼치는 한편 두 곡의 라이브 트랙과 세 곡의 스튜디오 작업이 수록된 EP [Hit Me Like a Man](2012)을 발표했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밴드는 두 번째 정규앨범 작업을 위해 뉴저지의 워너뮤직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GOING TO HELL

2012년 10월, 3등급 허리케인 샌디가 자메이카와 쿠바를 거쳐 미국 뉴저지 주 남부해안에 상륙했다. 이렇게 미국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는 폭풍 직경이 최대 1520km로, 종전 기록인 허리케인 이고르의 1480km를 깨고 북대서양 사상 최대 규모의 허리케인으로 기록되었다. 이러한 허리케인은 밴드에게도 예외일 수 없었다. 그들의 공간과 스튜디오를 덮쳤고, 가지고 있던 장비는 고철이 되었다. 두 번째 정규작 [Going To Hell]의 타이틀 트랙에 대한 아이디어는 여기에서 나왔다. 테일러 맘슨은 “우린 무척 황폐해졌고 칠흑 같은 어둠으로 미쳐버린 뉴욕을 봤다. 거리엔 어둠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타이틀 트랙을 쓰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Heaven Knows’ 역시 마찬가지로 이러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곡. 음반에서 이야기하는 ‘지옥’과 ‘천국’은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누구나 직면하게 되는 문제들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뤘던 데뷔앨범과는 달리, 2집에서는 데뷔 후 몇 년 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얻은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담았다는 밴드의 이야기 역시 설득력이 있다.

음반을 듣기 전에 우선 재킷을 살펴보자. 아니, 살펴보지 않아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테일러 맘슨의 ‘숨 막히는 뒤태’다. 전라의 그녀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재킷을 보며 여러 생각이 머리에 드는 것 역시 당연할 터. 이미 17살에 행했던 가슴 노출 퍼포먼스 혹은, 발표되었던 공식 뮤직 비디오에 등장하는 노출 장면 등 전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테일러 맘슨은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E.C. Was Here]의 고전스러움을 원했고 노출의 의도는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기로 하겠다. 나 역시도 에릭 클랩튼의 음반을 가지고 있지만 프리티 레클리스의 재킷을 보고 전혀 그 음반 재킷을 연관 짓지 못했으니까(물론 이 사실을 알고 두 재킷을 비교해보면 상당히 유사하다). 물론 더구나 음반을 트레이에 걸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을 때 오프닝 트랙 ‘Follow Me Down’에서 처음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절정에 이르는 여인의 신음소리-포르노 스타 제나 헤이즈(Jenna Haze)가 피처링(?)한-와 희미하게 들리는 사이렌 소리다.

물론 이 ‘소리’들은 이내 드라이브감 넘치게 치고 들어오는 기타의 리프에 묻힌다. 하드락에 그 뿌리를 둔 얼터너티브락 밴드지만 프리티 레클리스의 음악은 그 사이에 블루스, 컨트리 등 여러 요소들을 짜깁기 한다. 수록곡들의 러닝타임이 긴 것은 아니지만 템포나 비트의 체인지로 구성의 아기자기함을 엿볼 수 있다는 얘기다. ‘Follow Me Down’이 그렇고, ‘Going To Hell’ 역시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수록곡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여기에 곡마다 도입부에 색다른 효과음들의 삽입으로 머릿속에 청자만의 고유한 장면을 연상시킨다는 특징 역시 빠트릴 수 없다. ‘Heaven Knows’는 테일러 맘슨의 목소리와 그녀가 지휘하는 학생 코러스의 콜 앤 리스펀스로 이루어진 곡. 코러스 라인과 편곡은 언뜻 빌리 스콰이어(Billy Squier)의 ‘The Stroke’나 러버보이(Loverboy)의 ‘Lovin' Every Minute Of It’을 연상시킨다. 앞서 컨트리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지만, 실제 캐리 언더우드(Carrie Underwood) 등 현재 활동하는 많은 젊은 컨트리 뮤지션의 음악을 들으면 상당부분 록과 결합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짤막한 어쿠스틱 소품 ‘Burn’이나 단순한 듯 편안한 ‘Waiting For A Friend’, ‘House On A Hill’은 이러한 영향력을 느낄 수 있는 트랙으로 특히 ‘House On A Hill’의 후반부 장중한 오케스트레이션은 가슴 뭉클하다. 그런가하면 ‘Blame Me’나 ‘Fucked Up The World’처럼 팝과 록을 상당부분 교차시키며 청자를 현혹하는 트랙들은 이제 프리티 레클리스의 가장 커다란 특징 가운데 하나다. 


2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 제작의 과정에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소포모어 징크스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몇 단계 진보한 모습을 보여주며, 이미 먼저 음반이 공개된 영국에서는 인디앨범차트와 록 앨범차트 1위에 올랐다. 고쓰 취향의 외모나 시원스런 음악 스타일에서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이나 헤일스톰(Halestorm)이 언급되곤 했지만, 이제 테일러 맘슨을 롤 모델로 그를 닮아가는 후배들이 등장하리란 점은 자명하다. 말 그대로 점점 ‘록 스타’로 자리 매김을 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앨범이란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에 대해 그녀는 “내가 ‘스타’급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음악을 사랑하고, 그렇기에 이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난 이 인생을 사랑하고, 계속 이렇게 살아갈 것이다.”라며 자신의 장기적인 목표는 끊임없이 더 좋은 노래를 만들고, 투어를 하며, 현재의 노래들이 과거의 것들보다 더 좋게 만드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앞으로 그녀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마지막에 했던 “현재의 노래들이 과거의 것들보다 더 좋게 만드는 것”이란 이야기는 이 음반을 통해 확실하게 증명해 보이고 있다. 그리고 재킷에 그려진 화살표를 따라 굳이 시선을 옮기지 않더라도, 이 음반 활동과 함께 또 어떤 돌출행동이 이어질지 은근히 기대된다는 개인적인 속마음 역시 숨기지 않겠다. 음반 재킷은 물론 지금까지 보여줬던 화려한 전적이 있기에. (20140324)


글 송명하 (파라노이드 편집장)







사실 여기 올린 자켓과 국내 발매반을 비롯한 일반 발매 CD의 자켓은 조금 다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LP를 다시 샀다.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LP에는 위의 자켓 외에도 음반 안에 사진이 몇 장 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