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렸다. ㅠ
2014년 3월 16일에 시작해서 2016년 2월 28일, 바로 오늘 마지막 방송이 송출됐다. 거의 2년 동안 했던 방송이고, 꼭지명은 '명하극장'이었다가, 'Rock World'로 한차례 바뀌었다. 시간대의 변동도 있었고... 꼭지명이 바뀐 이유는 아마 원래 계획과는 달리 내 선곡이 록 위주였기 때문일거라고 생각된다. 사실 현준이와의 방송 인연은 '라디오 가가'전에 부활의 채제민씨가 진행했던 '도깨비 라디오'로 시작했다. 물론 이 방송의 PD는 지금은 경인방송을 떠난 임지성 PD였지만, 프로그램을 기획한 건 현준이었고... 결국 임PD가 회사를 떠난 이후엔 현준이가 PD를 맡기도 했다. 도깨비 라디오는 2012년 4월 부터 이듬해 4월까지 꼭 1년을 끌고 갔던 방송이었고, 프로그램 자체가 없어지며 하차했던 방송.
사실 게스트로 출연하는 방송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선곡에 있어서 얼마나 전문적인 음악을 틀 것이며, 또 얼마나 대중적인 음악을 틀 것인가 하는... 처음 게스트로 출연할 땐 그냥 내가 좋아하는 곡이면 청취자들은 모두 좋아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또 그에 못지 않게 "나는 이런 음악을 듣는다"는 자랑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방송 게스트로 고정출연 한 건 1987년의 일이다. 당시 대전 MBC-FM '권희정의 팝스 퍼레이드'. 생방송이어서 당시 방송을 녹음한 테이프는 없고, 대신 당시 원고는 아직 몇 개 가지고 있다.
평일 저녁 즈음에 나갔던 방송. 스티브 모스와 캔의 곡이 선곡됐다. 나라도 채널을 돌렸을 것 같다;;; 대중적인 부분과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 선곡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에 대해선 졸업할 무렵 일일 디제이로 참여했던 '전영혁의 음악세계' 선곡을 하며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전에 한 차례 찾아갔을 때 댁에 찾아가 하룻밤을 신세지며 나눴던 얘기들도 떠오르고 해서다. 물론, 대전교통방송에 유길이형이 PD를 맡았던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갈 땐 다른 얘기를 들었다.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를 두는 이유는 그 프로그램이 틀지 못하는 음악을 자유롭게 선곡하라는 의미라고. 하지만 결국 그 자유로운 선곡은 영영 하지 못할 것 같다.
오늘 방송됐던 마지막 선곡 리스트다. 언제나 게스트를 맡으면 마지막을 위해 남겨놓는 노래들이 몇 곡 있다. 이번에도 대부분 그런 곡을 선곡했다.
- Klaatu - [Sir Army Suit 1978] Dear Christine
- Camel - [I Can See Your House From Here 1979] Hymn to Her
- Manfred Mann's Earth Band - [Chance 1980] For You
- Mike Oldfield - [Tubular Bells III 1998] Man In The Rain
- Strawbs - [Deep Cuts 1976] So Close and Yet So Far Away
- Sky - [The Great Balloon Race 1985] Night Sky
- Kayak - [Periscope Life 1980] Sad To Say Farewell
도깨비 라디오의 마지막 선곡과 비교해본다면 많이 부드러워진 것 같지만, 오히려 이번 선곡이 더 숨어있는 곡이었던 같다. 참고로 도깨비 라디오의 마지막 선곡표는
- Genesis - The Musical Box
- Renaissance - Ocean Gypsy
- Strawbs - Autumn
- King Crimson - Starless
였다. 물론 정답은 없을 거다. 그냥 이렇게 하나씩 둘씩 알아갈 뿐. 나 역시도 마지막엔 언제나 "다음에는..."이라는 생각을 하며 여러 구상을 하지만, 막상 닥치게 되면 그냥 시간에 밀려 하고 싶었던 많은 것들을 결국 하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 습관처럼 이번에도 방송 끝자락에 묻어있다.
여하튼 2년 동안의 길다면 길고 짧았다면 짧은 경험을 끝냈다. 다음엔 또 어떤 일들이 가슴 뛰게 만들까. 다시 "다음에는..."이라는 생각을 하며 여러 구상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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