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LP를 수집하다보면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구하고 싶은 음반이 있어도 상태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상태가 좋은 음반은 대부분 고가에 거래되기 때문에 선뜻 지갑을 열기가 부담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비교적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고 저렴한 음반을 구매하자니 재킷에 스티커가 붙어있고 가장자리에 테이핑이 된 음반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럴 경우 다른 음반과 함께 꽂아 놓으면 옆 음반에 붙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고, 그걸 방지하려 비닐에 끼워넣으면 비닐과 붙어버려 낭패를 보기 일쑤다. 당연히 음반을 들을 마음도 생기지 않고...
때문에 테이핑은 어떻게 해서든 제거하는 게 좋다. 하지만 재킷의 상태에 따라 완전히 테이프가 붙어버린 경우도 있으니, 이렇게 소개하는 방법이 능사는 아니다. 코팅이 되어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으로 테이핑을 제거해야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포기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절대 무리한 힘을 가하지 않는"것이고 "살점이 떨어지지 않게" 제거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전에 들어가보자. 노고지리의 1992년 음반이다. 위, 아래 그리고 옆면에 테이핑이 되어있고 견출지보다도 훨씬 큰 비디오테이프용 스티커거 붙어있다. 언뜻 봐도 들을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우선 끄트머리를 라이터(혹은 헤어드라이어)로 가열해서 접착성분을 녹인다. 테이프를 녹이는 게 아니고 테이프와 재킷 사이의 접착성분을 녹이는 과정이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리고 일정한 힘으로 테이프를 제거해 나간다. 절대 무리한 힘을 가하지 말고, 중간에 걸리면 다시 접착성분을 녹이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렇게 완전하게 테이핑을 제거한 모습이다. 깨끗하게 보이지만 녹은 접착성분때문에 끈끈이가 남아있다.
또 테이프가 붙어있던 끝부분에는 먼지와 때가 딱딱하게 굳어있다. 이제 이 딱딱한 흔적을 제거하자.
휘발유를 붓고 칫솔로 문지른다. 주의할 점은 휘발유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붓지 말고 조금씩 조금씩 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자칫 휘발유가 재킷의 종이에 스며서 얼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칫솔로 문지르며 어느정도 끈끈이가 제거 됐으면 부드러운 천으로 잘 닦아낸다.
칫솔만으로 제거되지 않은 딱딱한 흔적은 손톱 혹은 비슷한 도구로 살살 긁어낸다.
어느정도 제거되었다 생각되면 다시 무수알코올을 묻힌 천으로 깨끗이 닦아낸다.
이렇게 테이핑이 완전히 제거된 모습이다. 이젠 견출지 스티거가 남았다.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서 스티커를 불린다. 물론 스티커도 코팅이 되어있기 때문에 잘 붓지 않지만 어쨌든 물을 뿌리고 조금 기다린다. 가능하면 원래 재킷에는 물이 많이 묻지 않도록...
손톱, 손가락 바닥, 혹은 날카롭지 않은 기구를 사용해 물에 불은 스티커를 제거한다. 주의할 점은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무리한 힘을 가하지 말아야한다는 점이다. 설명하긴 좀 힘들지만 맨 아래에 접착제가 묻어있는 막(?)은 남겨놓고 긁어낸다.
물에 불은 종이가 떨어져 나가고 남은 모습이다.
이제 스티커의 마지막 남은 막에 휘발유를 붓고 흡수되기를 기다렸다가...
이렇게 다시 접착성분을 긁어낸다. 재킷의 종류에 따라 손가락으로 살살 밀면 한꺼번에 쭈욱 벗겨지는 경우도 있는데, 오늘의 실습(?) 음반 재킷은 그렇질 않아 조심스레 긁어냈다.
테이핑과 스티커를 모두 제거한 모습이다. 이제 알코올과 휘발유 성분이 충분히 마르길 기다렸다가 보관용 비닐에 넣으면 된다.
참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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