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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LINER NOTES (OVERSEAS)

Bon Jovi [This House is Not for Sale]

20년이 넘어 다시 5인조 밴드가 된 본 조비의 13번째 공식 스튜디오 앨범

 

2014년 11월 18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존 본 조비(Jon Bon Jovi)는 본 조비(Bon Jovi)가 새로운 음반을 위한 곡 작업에 들어갔으며, 리치 샘보라(Richie Sambora)가 밴드를 떠났음을 언급했다. 그리고 리치가 돌아온다면 언제라도 밴드와 함께할 수 있도록 문은 열어놓았지만, 존의 생각엔 불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2015년 8월 21일 본 조비는 팬 서비스 EP [Burning Bridges]를 발표했다. 이전에 만들었지만 미완성으로 남겨져 있던 곡, 완성은 되었지만 발표되지 않았던 곡 그리고 신곡을 모은 음반이었다. 밴드 스스로 ‘팬 앨범(Fan Album)’이라 명명한 것은 밴드 스스로 이번에 발매되는 정규앨범 [This House is Not for Sale]에 앞서 공개하는 ‘맛배기’라는 의미일 것이고, 밴드 본 조비로서는 리치 샘보라 없이 처음 갖는 투어를 앞두고 있었다는 점 역시도 고려 대상이었을 것이다. 본 조비가 향후 밴드가 나아갈 방향을 관객들에게 미리 제시하기 위해선 새로운 곡 레코딩을 통한 밴드의 결속과 정규앨범에 대한 복선이 필요했을 테니 말이다.

[Burning Bridges] 발표 이후, 이미 존 본 조비가 “최근의 것이지만 이후의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반가움과 실망은 교차했다. 본 조비의 신곡이라는 반가움만큼, 리치 샘보라의 공백에 대한 실망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EP가 발매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5년 9월 22일,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는 1995년 이후 20년 만에 본 조비의 내한공연이 열렸다. 내한공연에서도 국내 본 조비 팬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이유는 물론 앞서 이야기한 리치 샘보라에 대한 것이었다. 많은 팬들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본 조비의 내한공연은 이전 공연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존 본 조비는 좋지 않은 성대 상태에도 불구하고 시종 웃는 얼굴로 무대를 누비며 진정으로 공연을 즐기는 게 어떤 것인지를 보여줬고, 티코 토레스(Tico Torres)나 데이빗 브라이언(David Bryan) 등 원년 멤버 모두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리치 샘보라의 부재가 본 조비라는 관록의 밴드의 공연에 있어서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내한공연 당시 리치의 자리에 서있던 기타리스트는 필 엑스(Phil X)다.

필 엑스는 릭 에메트(Rick Emmet)가 빠진 트라이엄프(Triumph)에 참여해 [Edge Of Excess](1993)를 발표하고 잠시 활동했던 기타리스트다. 트라이엄프 이외에 자신이 결성한 밴드에서의 활동도 있지만 주로 세션을 담당하며 한 밴드에 속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가 세션으로 참여한 음반은 타미 리(Tommy Lee)의 메써드 오브 메이햄(Method Of Mayham), 롭 좀비(Rob Zombie), 앨리스 쿠퍼(Alice Cooper), 헤일스톰(Halestorm)과 같은 강성의 밴드도 있지만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에서 애덤 램버트(Adam Lambert)와 같은 다소 의외의 뮤지션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어쩌면 이렇게 그가 쌓아온 다양한 음악적 경험들이 본 조비라는 밴드가 선택할 최적의 카드가 되었을 수도 있다. 내한공연에서 전임자인 리치 샘보라의 영역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그의 연주는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기 충분한 것이었다. 필 엑스는 리치 샘보라가 공식적으로 밴드를 떠나기 전이었던 2011년부터 몇 차례 투어 멤버로 본 조비와는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물론 리치 샘보라가 본 조비라는 밴드에서 차지했던 부분은 단순히 1/4을 넘어선다. 그의 이탈은 한 명의 기타리스트가 빠져나가는 것 뿐 아니고 밴드의 색깔을 규정지었던 탁월한 송 라이터 가운데 한 명이 없어짐을 의미한다. [Burning Bridges]에 담긴 ‘Saturday Night Gave Me Sunday Morning’이 미끈하게 잘 빠진 곡이긴 했지만, 리치 샘보라가 작곡에 참여한 본 조비의 마지막 곡이 될 상황이었다. 게다가 [Burning Bridges]에서는 [Slippery When Wet](1986)부터 꾸준하게 작곡 크레디트에 올려왔던 데스몬드 차일드(Desmond Child)의 이름도 빠졌다. 신보 발매 소식을 듣고 본 조비 음악의 변화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지 않은 사람을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2015년 9월 30일 존 본 조비는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앨범 의 타이틀이 [This House is Not for Sale]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고, 2016년 3월 내슈빌 공연에서 음반의 녹음이 모두 끝나고 믹싱에 들어갔으며 가을에 발매될 계획이라는 발표를 했다.

[This House is Not for Sale]은 본 조비의 13번째 공식 스튜디오 앨범이다. 원년 기타리스트 리치 샘보라 없이 발매되는 첫 번째 앨범이며, 기타리스트 필 엑스와 베이시스트 휴 맥도널드(Hugh McDonald)가 정식 멤버로 참여한 첫 번째 앨범이다. 휴 맥도널드는 원년 베이시스트 알렉 존 서치(Alec John Such)가 밴드를 떠난 1994년부터 비공식 멤버로 활동해왔다. 2015년, 음반 타이틀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인터뷰에서 존 본 조비는 이번 앨범이 “정말로 처음으로 돌아간” 음반이 될 것임을 언급했다. 외형적으로 본다면 멤버 구성 볼 때 [Keep the Faith](1992) 이후 처음으로 시작할 당시의 5인조 공식 라인업을 갖춘 셈이다. 줄곧 함께 활동해왔지만 이제 와서야 정식 멤버로서 음반에 크레디트를 올린 휴 맥도널드의 경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This House is Not for Sale]의 녹음은 대부분 아바타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졌다. 아바타 스튜디오는 존 본 조비의 삼촌 토니 본 지오비(Tony Bongiovi)가 세우고 수많은 명반을 녹음했던 곳이자, 1984년 발매된 본 조비의 셀프타이틀 데뷔앨범이 녹음된 곳이다. 

음반을 트레이에 걸고 첫 트랙으로 흐르는 ‘This House is Not for Sale’로 우린 다시 다섯이 된 본 조비를 처음 만날 수 있다. 비록 데뷔앨범이 나올 당시는 아니지만 [Have a Nice Day](2005), [Lost Highway](2007)처럼 음반의 타이틀이 곧 오프닝트랙인 곡들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가사에 있어서도 음반의 재킷에 찍힌 것과 같은 집이 묘사되며 멤버들은 계속해서 “Coming Home”을 외친다. 다소 을씨년스럽게 보이긴 하지만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본 조비는 스스로의 힘으로 집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집은 결코 팔수가 없는 것이다. 2013년 이후 본 조비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고 존 본 조비는 그 때문에 한동안 음악을 만들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상황들이 이번 음반의 소재가 되었고, 음반의 수록곡들은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가 되었다.

청자의 발 박자를 유도하는 전형적인 업비트의 ‘Living With the Ghost’, ‘Knockout’ 혹은 ‘God Bless This Mess’. 밴드 내부는 물론 레이블을 비롯한 음악 산업의 틈새에서 힘들어했던 본 조비가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고맙다. ‘Labor of Love’에서 존은 수십년간 이어오는 그를 지탱시켜주는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해 노래한다. 유튜브를 통해 선공개되어 친숙한 ‘Born Again Tomorrow’까지 이르면 앞서 언급했던 본 조비의 음악적 변화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Scars on This Guitar’나 ‘Reunion’에서 살짝 묻어나는 컨트리의 느낌 역시 2000년대 중반 이후 발표됐던 본 조비의 음반 수록곡과 같은 흐름이다. 음반은 ‘Come On Up To Our House’로 마무리된다. 존은 음반이 ‘나’로 시작해서 ‘우리’로 끝날 때 완벽하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실제로 [This House is Not for Sale]를 만드는 동안 밴드 멤버들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많은 시간을 함께 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유대가 위기를 호기로 만드는 화학작용을 만들었음은 음반 구석구석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This House is Not for Sale]은 일반반과 디럭스버전 두 가지 음반으로 공개된다. 디럭스버전에는 지난해 발매된 EP [Burning Bridges] 수록곡인 ‘We Don't Run’을 비롯한 다섯곡의 보너스트랙이 담겼다. 정규 트랙리스트에 담기지 않고 보너스트랙으로 빠진 이유는 곡의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고, 밴드와 존 본 조비 자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전체 수록곡의 정서에서 비켜난 소재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 보인다. 기존에 들어왔던 본 조비의 곡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새로운 멤버와 함께 하는 조금은 색다른 시도도 들어있어 이어질 밴드의 활동에 대해 기대를 갖게 만드는 트랙들이다.

화석이 되지 않고 꾸준하게 신곡을 발표며 계속되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본 조비의 신보. 밴드로서는 가장 큰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물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했던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멤버들의 결속력을 강화시켰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고, 이제는 외부의 시련이 밴드를 흔들 수 없을 만큼 본 조비라는 밴드가 관록 속에 굳건해졌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그리고 앞서 본 조비가 이야기했던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단순히 데뷔 당시의 사운드로 돌아간다는 게 아니고, 완전히 새로운 출발이라는 이야기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 30년 이상 가꿔온 그들의 집에서 날아온 초대장. 자, 그들의 집에 찾아가 함께 ‘우리’가 될 준비가 되었는가. (20161020)

글 송명하 (파라노이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