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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EXTERNAL CONTRIBUTIONS

KINO [Pictures]

by coner 2007. 12. 13.
Kino (2005)

멜로디와 화음을 강조한 대중 친화적 프로그레시브락 그룹
KINO [Pictures]

락계에 또 하나의 걸출한 프로젝트 그룹이 탄생했다. 1980년대에 아시아(Asia)가 있었다면, 1990년대에는 모르떼 마카브레(Morte Macabre)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2000년대에는 키노가 있다.

자신의 예술적인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했던 잇 바이츠의 키보디스트 존 벡(John Beck)은 존 웨튼(John Wetton)의 일본 공연에서 알게된 존 미첼(John Mitchell)과 자신의 뜻이 비슷함을 알게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된다. 아레나(Arena)에서 기타와 보컬을 담당했던 존 미첼과의 만남 이후 예전 포큐파인 트리(Porcupine Tree) 출신의 드러머 크리스 메이틀랜드(Chris Maitland)와 마릴리온(Marillion)에서 활동했던 베이스 주자 피트 트레와바스(Pete Trewavas)가 가입한 것은 이들의 소속 레이블 대표의 중매 덕분이었다. 그리고 보다 강력한 프로그레시브락 사운드를 원하던 그들은 단발성의 프로젝트가 아닌 키노라는 그룹으로의 보다 구체적인 활동을 계획했다.

“우리 모두는 키노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서 활동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최상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아주 중요한 결정이었죠. 키노는 분명히 미래가 있는 밴드라고 생각합니다.”

풍성한 보컬의 하모니, 불협이지만 밴드의 음악에 부담이 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의 화음, 신선하고 기분 좋은 사운드 등 그룹이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을 위해 이들이 떠올린 그룹들은 아시아에서부터 퀸(Queen)이나 예스(Yes), 제네시스(Genesis)와 같은 그룹들이었다. 이들 선조들의 소중한 유산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받아들여 더욱 진보적이고 호소력있는 음악을 창출해낸 것이다.

이들의 사운드 메이킹에 핵이 되는 요소는 바로 멜로디다. 마치 물이 흐르는 듯 유려하게 진행되는 멜로디 라인은 ‘프로그레시브락은 어려운 것’이라는 세평을 불식시키고, 누구나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냈다. 이는 1970년대의, 세상과 동떨어져 지나치게 현학적이었던 진보음악도 아니고, 소위 네오 프로그레시브라 불리는 1980년대 중반 이후 프로그레시브락 뮤지션들의 다소 허황스런 자구책과는 거리가 있는 새로운 접근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음악을 통해 보여지는 세상은 과거와 현재는 물론, 혁신과 향수가 공존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사운드가 청자들의 기호에만 타협한 나약한 결과물이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몇 곡을 제외하고는 평균 5분대 이상의 러닝타임을 가지고있는 점이나 진행의 핵심부에서 도출되는 파격적인 연주파트는 이들에 대한 기대치를 오히려 초월한다.

1990년대 말에도 여러 형태의 프로젝트 그룹이 등장했다. 익스플로러스 클럽이나, 키노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는 트랜스어틀란틱과 같은 그룹이 바로 그들이다. 하지만 키노가 그들과 다른 점은 참여한 수많은 뮤지션들을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웠던 단발형 프로젝트 그룹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야기처럼 ‘미래가 있는 밴드’이기 때문이다. 이미 음반을 발매하기 이전 TV프로그램인 ‘WDR Rockpalast’에 얼굴을 내 민 점이나, 현재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유럽 투어는 그룹의 계속된 활동에 대한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사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프로그레시브락 그룹들은 많다. 하지만, 이들이 그다지 많이 소개가 되지 않는 이유는 그들만의 세계 안에 살면서 화려한 음의 세계에만 현혹되어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음악을 구상하거나, 초인적인 연주에만 몰두하여 일반 대중들과의 연결고리를 스스로 끊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신들만의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것이다. 키노의 새로운 음반이 물론 이러한 씬을 변화시킬 만한 커다란 힘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중들의 기호를 감지하면서도 자신들의 할 말은 하는, 융통성과 고집이 공존한다는 점은 무척이나 고무적이다. ‘희대의 명반’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붙이기에는 어색할지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늘 주위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음반임에는 틀림없다. (월간 핫뮤직 2005년 5월호)

Pictures (2005) 해외발매 InsideOut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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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크림슨(King Crimson)에 영향받은 심포닉 그룹들이 즐겨하는 마이너 계열의 기타 인트로로 시작되지만, 정작 음악이 시작되면 UK나 아시아와 같이 뉴웨이브에 영향 받은 밴드 스타일의 진행으로 바뀐다. 각자의 그룹에서 연마한 연주의 기량들은 충분히 안정적이며 첫 곡인 ‘Loser's Day Parade’의 급작스런 브레이크에 의한 페이스의 변화는 제네시스(Genesis)를 연상시킨다. ‘Letting Go’와 ‘All You See’는 그룹의 컬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표곡으로 팝퓰러한 멜로디에 동반된 수려한 화음은 이런 계열에 익숙하지 않은 청자들이라도 단번에 흡수할 수 있는 흡인력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심포닉 락을 좋아하는 매니아라면 두 손을 들고 환영할 만한 음반이고, 특히나 아시아의 팬이라면 놓치지 말고 한번쯤 꼭 들어봐야 할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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