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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EXTERNAL CONTRIBUTIONS

THE PROS AND CONS OF DIGITAL SINGLE

세월이 흐르고,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음악을 듣는 패턴도 변화한다. ‘소니’에서 워크맨을 발명하며 시작된, 이어폰 혹은 헤드폰을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개인적인 음악 감상은 이제 보편화된 문화로 정착되었다. 카세트 테이프에서 CD, MD의 과정을 거치며 소형화된 하드웨어들은 이제 손가락 크기 만한 mp3 플레이어로 대치되었으며 자기 테이프에 수록되었던 아날로그 음원들은 0과 1이라는 디지털 파일의 형태로 변환되어 초고속 통신망을 통해 순식간에 제작자의 컴퓨터에서 소비자의 플레이어로 ‘전송’된다. 이렇듯 새로운 음악 감상의 행태에 있어서 새롭게 관심을 받고있는 매체가 바로 디지털 싱글이다.

뮤지션들은 음반을 발표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디지털 싱글만을 발표하는 이유에 대해서 크게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그 첫 번째는 경제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고, 나머지는 일시적인 현상에 발빠르게 대처하기에 용이하다는 점이다. 먼저 언급한 경제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는 평균 10곡 내외가 수록되는 정규 음반 제작비의 1/10에 해당한다는 단순한 산술적인 계산 이외에도 나머지 9곡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떨쳐버릴 수 있음과 동시에 홍보음반의 제작 및 기타 홍보비의 절감이라는 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제작 단가나 홍보비가 절감됨으로 인해 발표한 곡이 히트하지 않더라도 크게 손해볼 일이 없다는 점은 뮤지션이나 제작자들이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한 미끼가 되기에 충분하다. 또 일시적인 현상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월드컵과 같이 온 국민의 관심사가 집중된 시장을 이용해서 단기간 내에 특수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월드컵 이외에도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혹은 크리스마스 등 특히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행사들과 맞물린 곡들이 많다는 사실. 컴퓨터와 인터넷에 친숙한 세대가 그 주요 소비층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자 그렇다면 이제 뮤지션이나 제작자의 입장이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서 과연 디지털 싱글을 어떻게 봐야하고 어떤 곡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자. 우선 디지털 싱글은 앞서 뮤지션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관점에서 볼 때도 경제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다. 보통 CD 한 장의 가격이 10,000원 내외인 점을 감안할 때 그 1/10이 되지 않는 가격으로 내가 선호하는 곡을 구매할 수 있다. 또 기호에 맞는 한 곡을 위해 10곡이 수록된 CD를 사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 역시도 배제할 수 없는 유혹이 될 수 있다. 또 인터넷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는 까닭에 주변의 친구들에게도 손쉽게 음악선물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뮤지션과 제작자 그리고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싱글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이고 가장 커다란 장점은 바로 경제적인 측면과 그 편이성에 있다. 값싸게 제작할 수 있고, 편리하게 유통할 수 있으며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음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 볼 때 이렇듯 새로운 음원과 유통 형태가 그저 핑크빛 환상과 같이 멋지게 보이지만은 않는 게 사실이다.

처음 에디슨에 의해 휘발성이 있던 ‘음악’이라는 예술이 음반을 통한 ‘기록’으로 옮겨지기 시작하면서 발달한 음반과 플레이어의 역사. 과학은 발달했지만, 원형의 음원은 그 편이성을 이유로 계속해서 손실을 감수해 왔다. 비닐 레코드의 경우 SP에서 LP로 옮겨지는 과정은 한 장의 음반에 더 많은 곡을 수록하기 위해서 턴테이블의 회전 속도를 늦춘 것이었고, 자기 테이프의 경우 릴 테이프에서 카세트 테이프로 옮겨가는 과정은 그 크기를 줄이기 위해 테이프의 폭을 줄인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원본 음원의 손실이라는 결과를 필요로 했다. 음반업계의 혁명으로 불리던 CD의 등장은 아날로그 음원을 디지털로 변환시키면서 인간의 가청 주파수 대역을 벗어나는 음원을 거세한 매체였고, 현재 손쉽게 구할 수 있는 mp3는 바로 CD에 의해 디지털화 된 음원을 크게는 1/10의 크기로 압축한 음원이다. 앞서 아날로그의 과정과 마찬가지로 음원의 손실은 필연적이었다.

그나마 CD에 발매된 적이 있는 음원은 그 원본을 소비자가 구매하는 것이지만, 직접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는 디지털 싱글은 이미 손실된 음원을 구매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기사를 위해 지난 3월말까지 발매된 500여곡의 디지털 싱글 리스트를 받아봤지만,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곡이 거의 없다는 점은 경제성이나 편이성 때문에 잃어버려야 했던 한가지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알려주는 예가 아닐까. 물론 이 이야기가 디지털 싱글이 무조건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과학의 발달과 음악 감상 패턴의 변화가 불러온 당연한 결과가 바로 디지털 싱글이며 mp3플레이어 이외에 휴대폰, PMP 등 다양한 하드웨어가 보급됨에 따라 이러한 추세는 계속해서 발달할 것이다. 하지만, 음악을 ‘산업’이 아니라 ‘예술’의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이러한 디지털 싱글은 어딘가를 위해 거쳐가는 한 단계가 될 수 있을지언정, ‘대안’이 될 수는 없음은 누가 봐도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 아닐까. 예전 인터뷰를 통해 한 뮤지션은 “음악이란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는 소중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과학이 발달하고 일회용이 판을 치는 현실이지만 음악은 0과 1로 이루어진 단순한 숫자의 조합만은 분명 아니다. (월간 쎄씨 200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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