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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EXTERNAL CONTRIBUTIONS

VANDEN PLAS [Christ 0]

Vanden Plas (2006)

4년 만에 공개하는 밴드 최고의 걸작 앨범

VANDEN PLAS [Christ 0]

명실공히 독일을 대표하는 프로그레시브메틀 밴드 반덴 플라스의 신보가 발표되었다. 4년 만에 공개된 [Christ 0]는 지난 2002년 발표한 장대한 서사시 [Beyond Daylight]와 연계된 작품으로, 향후 프로그레시브메틀씬의 전개에 있어서 하나의 교과서로 군림할만한 모든 요소를 담고있다.

언젠가 핫뮤직이 드림 씨어터의 마이크 포트노이와 가졌던 인터뷰에서 관심 있는 후배 밴드로 이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관심의 대상이 된 그룹. 사실 반덴 플라스의 음반이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 것은 2000년에 발표한 라이브 음반을 통해서였다. 1980년대 후반 스테판 릴(Stephan Lill; 기타), 안드레아스 릴(Andreas Lill; 드럼) 형제를 주축으로 토르스텐 라이케르트(Torsten Reichert; 베이스), 앤디 쿤쯔(Andy Kuntz; 보컬), 군터 베르노(Gunter Werno; 키보드)로 결성되어 1990년에 데뷔앨범을 발표, 일약 유럽을 대표하는 프로그레시브메틀 밴드로 성장한 그룹의 이력을 생각한다면 너무나도 늦은 국내 정식 상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발표한 [Christ 0]는 정식 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음반이다. 16년간 5장의 디스코그래피는 무척이나 적은 수량이다. 물론 이는 창작력이나 아이디어의 문제가 아니라, 한 장 한 장의 완성도에 기울인 멤버들의 정성 때문일 것이다.

지난 음반과 4년이라는 시간의 공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보컬리스트 앤디 쿤쯔의 솔로음반 [Abydos]가 2004년에 발매된 사실을 상기한다면, 지난 시간들이 밴드에 있어서 그저 휴식의 시간만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앤디 쿤쯔는 1980년대 초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록키 호러 픽처 쇼’, ‘에비타’와 같은 뮤지컬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고, [Abydos]는 그러한 경험들을 구체화시킨 뮤지컬 음반이었다. 음반에서의 세션과 함께 많은 극장에서의 공연 역시도 반덴 플라스의 멤버들이 담당했는데, 새로운 음반 [Christ 0]의 아이디어 역시도 그러한 공연들에서 비롯되었으니 음반을 발매하기 2년 전에 이미 신보의 밑그림은 그려져 있던 셈이다.

“물론 새로운 음반에 등장하는 대규모 오케스트라는 저희들의 지난 뮤지컬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강력한 기타와 품위 있는 편곡, 인상적인 멜로디라는 반덴 플라스의 트레이드마크를 살리면서 발라드는 더욱 감동적으로, 오케스트라 편곡은 더욱 완벽하게, 또 구성은 더욱 화려하게 만들었죠. 침체에 빠지지 않고, 전형적인 사운드에서 오히려 더욱 진보한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했습니다.”

40인조의 합창단이 동원된 타이틀 트랙 ‘Christ 0’에서부터 웅장하고 강력한 사운드는 청자를 압도하기 시작하여, 엔드류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Gethsemane’로 처연하게 마치는 순간까지 70분이 가까운 러닝타임이 지나는 동안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정박과 변박을 계속해서 넘나들지만, 서정적이며 인상적인 멜로디라인을 새겨 넣는 방법은 여전하다. 하지만, 중동풍의 멜로디라인을 가진 ‘Somewhere Alone In The Dark’건 서정적인 ‘Lost In Silence’건 간에 곡 마다에 확실한 훅을 지니고 있다. 평균 6분이 넘는 수록곡들의 러닝타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 곡이 베스트트랙과도 같이 어느 한 곡 뒤쳐짐이 없이 충실한 완성도를 지니고 있으며, 도입부의 합창단은 심포닉 성향을 가진 곡의 요소 요소에 배치되어 그 구성력에 있어서 전작과의 차별성을 두고 있다.

사실 그동안 드림 씨어터가 만들어놓은 사운드에 현혹되어, 얼마나 많은 밴드들이 수많은 음표들과 박자를 낭비해 왔는지. 물론, 한 장르의 ‘전형’을 제시한 드림 씨어터기에 반덴 플라스의 사운드에서 역시도 그들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워버릴 수는 없겠지만, 이번 신보는 그 수많은 드림 씨어터의 아류들이 발표했던 쓰레기 같은 음반들과는 그 격을 달리한다. 자신들이 발표한 음반들 가운데에서 최고작임에는 두말할 필요도 없고, 여타 프로그레시브메틀 밴드들이 이후 발매할 음반들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걸작음반이다. (월간 핫뮤직 200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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