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국내 락밴드, 특히 캠퍼스 락밴드들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영11이라는 프로그램의 영향이 제일 컸던 것 같다. 당시 서울 MBC의 채널이 11번이었던 까닭에 젊은 방송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영11(대전 MBC의 채널은 8번이었다). 국민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한 1~2학년 때 까지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쨌든 거의 빼놓지 않고 열심이 보고, 그저 보는 것도 모자라 캠퍼스 밴드들이 출연하면 녹음기를 TV에 대고 녹음해 테이프가 늘어질 때 까지 듣곤 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송골매는 거의 고정으로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그 외에도 작은 거인, 마그마, 라이너스 등 당시 대학가요제와 같은 캠퍼스 송 페스티벌 출신의 밴드들에서 동서남북과 같은 독특한 사운드의 밴드들까지... 브라운관에 가득찬 멋진 그들을 보며 "나도 나중에 대학에 가면 저들 처럼 꼭 밴드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가지게 되었다. 물론, 현실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어쨌든 영11은 지금 생각하면 락의 불모지였던 국내 공중파 방송에 있어서 참 단비와도 같은 프로그램이었다는 생각이다.
또 이택림과 임예진이 잔행했던 영11은 캠퍼스 밴드와 함께 개그맨들의 등용문이었다. 고정출연했던 서세원은 이 방송을 통해 커다란 인기를 모았고, 그 외에도 이홍렬, 이경규, 김명덕, 이원승, 박세민 등 수많은 개그맨들이 영11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TV에 녹음기를 대고 숨죽여가며 녹음했던 테이프에는 이러한 개그맨들의 재담들도 함께 녹음했다.
오래 되어 먼지 묻은 테이프를 꺼내, 그 시절로 돌아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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