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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PRIVATE LIFE/PRIVATE LIFE

그 날 이후..

어제 오랜만에 홍대 근처로 나갔더니, 만나는 사람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며 한마디씩 한다. 그들이 들었다는 나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말이라는 게 참 희한해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지며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발전(?)해 나간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이러다가는 나조차도 도대체 어떤 게 사실인지 혼돈을 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간단하게나마 2007년 10월 30일에서 31일 아침까지 벌어졌던 이야기들을 간추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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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쪽에서 일이 있는 날이라서, 사무실에 들르지 않고 바로 홍대 부근으로 나갔다. 원래 사장님을 오후에 그쪽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권기자 그리고 영애도 저녁에 만나기로 되어있었고, 지구레코드의 송권철 팀장과는 저녁 약속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다른 일 때문에 못만나게 되고 에볼루션뮤직에 들렀다가, 권기자와 함께 송팀장을 만나 삼겹살집에 갔고 뒤늦게 영애가 합류했다. 송팀장과는 그때 재발매된 한영애의 데뷔앨범에 대한 이야기와 예전 지구레코드의 서브레이블인 헤드뱅어에 대한 이야기, 또 로드러너 레이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순식간에 소주 몇 병을 비웠다. 예전 핫뮤직에서 근무했던 홍재억 기자도 불렀지만 그 날 갑자기 일이 생겨서 나오질 못했다.

시계를 보니 딱 10시 30분에 있는 KTX 막차를 놓친 시간이라서 황급히 택시를 타고 강남 터미널로 향했다. 가는 길에 영애를 내려주고 탔던 버스는 11시 5분 차. 차를 타자마자 잠을 청했다. 그리고 대전에 도착하기 약 30분쯤 전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 눈을 떴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이상한 답답함과 통증. 잠을 청하기 위해 한껏 기울였던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가 누웠다하기를 수 차례, 문 바로 뒷자리여서 잠시 운전기사에게 이야기를 해 볼까 생각하기도 했고,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몰라서 119에 전화를 해 볼까하고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다가 놓친 것도 아마 그때였던 것 같다. 다른 곳으로 신경을 돌려볼까 하고 이어폰을 끼고 가지고 있던 MD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그때 녹음해서 가지고 있던 음악은 지나트라의 앨범. 'There She Was'가 흘러 나왔지만 전혀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여하튼 대전에 도착할 때까지 약 30분간 했던 생각은 "채했구나"라는 생각으로 터미널 편의점에서 사먹었던 김밥 한 줄을 떠올렸다. 특히 지금까지 한번도 채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미 들어왔던 귀동냥에 의한 채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증세와 그때 나의 상황이 무척 닮아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길게만 느껴졌던 시간이 지나, 대전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화단 한쪽 구석으로 가 목젖을 건드려 속에 있던 모든 걸 토해냈다. 하지만 가슴속의 기분 나쁜 통증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택시 정류장 근처 벤치에 잠시 누웠다가, 어쨌든 빨리 집에 가서 잠을 청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에 돌아왔다. 내 얼굴에서 이상한 낌새를 차린 엄마는 어디가 좋지 않냐고 물어봤다. 내가 대수롭지 않게 그냥 채한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자, 엄마는 상비약으로 가지고 있던 환약 몇 알을 집어주셨다. 그리고, 잠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오히려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계속해서 채한 걸로만 알고 있던 나는 인터넷 지식 검색 사이트를 통해 채한 경우 어떻게 해야할 지를 찾아보고 바늘을 소독해 몇 번이나 엄지손가락을 찔러 피를 냈다. 하지만, 답변의 내용들과는 달리 손가락에서 나오는 피는 이상하게도 검은 색이 아닌 붉은 색이었다. 역시 답변 내용을 보고 화장실에 가서 몇 번이나 토하려고 했지만 이미 터미널에서 토한 적이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은 집에 도착하고 엄마가 줬던 환약 색깔의 액체 뿐이었다.

한 숨도 자지 못한 그 날 밤은 정말 길었다. 너무 아파서 누워서도 계속 혼자말로 아프다는 얘기를 반복했고, 방을 따듯하게 해 볼까 하는 마음에 나가서 보일러의 스위치도 몇 번이나 넣었다 뺐다. 그리고는 아침이 되자마자 예전 같은 동네에 살던 희석이형이 하는 한의원에 가서 정식으로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7시쯤 되었나, 다시 걱정 어린 눈빛으로 엄마가 방에 들어왔고 전혀 차도가 없는 모습을 보시곤 전기 방석을 내 주셨다. 어쨌든 아픈 쪽에 따듯하게 대 주고 있다가 9시가 되면 병원에 빨리 가보라고...

한의원말고 병원에 가보라는 엄마의 이야기를 뒤로하고 택시를 타고 부사동에 있는 희석이형의 한의원에 갔다. 오랜만에 보는 희석이형은 내 얼굴색을 보며 건강이 무척 좋지 않다며 여러 가지 문진을 하다가, "너는 지금 여기 올 게 아니라,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야겠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심근경색인 것 같은데, 응급실로 가지 않고 순서를 기다리면 늦을 지도 모르니 꼭 응급실로 가야해. 혼자 병원을 찾아간다는 게 내키진 않겠지만, 정말 심근경색이라면 빨리 치료할 수 있을 테고, 그렇지 않다면 안심을 할 수 있으니까 꼭 종합병원으로 가라."고 이야기하며 심장박동을 도와주는 약 한 개를 씹어먹게 했다.

정말 내키지는 않아 망설였지만, 어쨌든 그때까지도 계속해서 통증이 계속되었기 때문에 다시 택시를 타고 성모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그리고 몇 가지 기본적인 검사를 하던 의사들의 행동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연락 받은 큰형의 모습이 보였다. 뒤늦게 큰형에게 연락 받은 엄마의 걱정 어린 얼굴을 침대에 누워서 봐야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의사에게 했던 "나는 내 발로 걸어 들어왔는데 순식간에 중환자가 되다니 너무 억울하다"는 나의 하소연에 의사는 "당신은 두시간만 늦었으면 수술 성공 확률도 반 밖에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꾸지람을 했다. 결국 내 침대는 수술을 기다리는 다른 많은 사람들을 재치고 먼저 수술실로 행했다.

그리고 성모병원에서 나오기까지는 꼭 일주일이 걸렸다.

2007/11/06 - [추억에 관한../지극히 개인적인..] - 괴로웠던 시간 역시도 추억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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