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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PRIVATE LIFE/PRIVATE LIFE

시나위의 서커스, 그리고 아빠.

며칠 전, 브이홀에서 열렸던 Brothers In Rock 세번째 김바다와 H2O의 공연. 전체적으로 만족스런 공연이었다. 김바다는 최근 발표한 솔로 음반 수록곡은 물론, 나비효과와 시나위시절의 레퍼토리까지 선곡해, 객석을 뜨겁게 달궜다. 그 가운데 시나위의 '서커스'. 재결성 시나위의 명곡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남다른 기억이 있는 곡이다.

 

1997년 천리안 음악동호회 두레마을에 올렸던 글이다.

 

▶ 번 호 : 528/1101 

▶ 등록자 : CONER 

▶ 등록일 : 97년 07월 10일 22:23 

▶ 제 목 : 아빠...

 

아빠의 얼굴을 그렇게 가까이서 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아빠 손을 그렇게 꼭 쥐어본 적도 국민학교 다닐 때 이후엔 없었죠.

철이 든 뒤로 기억나는 건 거의 아빠의 뒷모습 이었어요.

어딜 가시던지 항상 저희 앞에 계셨으니까요.

 

아빠가 그렇게 괴로워하시는 모습은 처음 봤어요.

그렇게 불덩이처럼 열이 올라서 숨을 몰아쉬는 모습도 그렇구요.

처음 그런 모습을 보여 주시는 게 쑥스러우셨는지...

아빤 그렇게도 꼭 잡았던 저희들의 손을 뿌리치고는,

중환자실에서 혼자 반듯하게 누워 계세요.

 

아빤 아빠만 계속해서 편한 곳으로 가려고 하시네요.

아빠 말씀은 항상 잘 들으려고 노력했는데...

이제 생각 나는 건 왜 아빠 속 썩여드린 거 밖엔 없는거죠?

 

아빤 집에 들어오면서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할 누군가가 없는 것이 얼마나 허전한지,

아빠 없는 그 흔들의자에 앉아서 저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실꺼에요...

이틀에 한 번씩 돌아와 누워보는 혼자뿐인 밤을 또 보내야 하는 마음도.

 

이런 얘기 쓰고 있는 거 엄마한텐 말 하지 마세요.

엄마 앞에선 맘대로 울지도 못해요.

눈물때매 흐려져 보이는 엄마 모습이 왜 그렇게 조그맣게 보이는지...

일부러 감정을 억누르시는 엄마 모습이 왜 더 애처롭게 보이는지...

 

집안에 이런 일이 생기면 아빠한테 물어봐야 는데...

아빠한테 물어 보고 싶은데...

아빤 오늘도 대답이 없어요...

 

대전에서 명하.

 

 

이 글을 올리고 정확히 일주일 뒤, 아빠가 그렇게 힘들어하던 호흡 보조장치가 아빠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그 일주일 동안, 가족들이 번갈아가며 응급실과 일반병실, 중환자실을 오가며 밤을 샜다. 병원과 집은 병실에서부터 따져도 15분이나 20분 정도만 걸어가면 도착하는 가까운 거리였다. 마침 그 때 내 MDP에는 시나위의 음반을 녹음한 MD가 들어있었고, 병원을 오가며 계속해서 들었던 노래가 바로 '서커스'였다.

 

...

널 힘들게 만드는 모든 것이 

너에게만 있다고 생각지마 

누구에게나 쉽게 벗어날 수가 없는 

그런 고통과 아픔이 가까이 있는거야

 

포기하려 도망가려 하지마 

너에게도 기회는 있는거야 

세상의 끝에서 너에게 손짓하는 

절망의 늪을 떠나서 꿈의 미래속으로

...

 

상황이 같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계속해서 나에게 힘을 줬던 곡. 암튼 그 때 너무 많이 들었던 탓인지 이 노래만 들으면 아빠가 생각난다. 그리고, 장례를 치른지 얼마 되지 않아서 TV를 틀었는데, 마침 시나위의 공연이 나오고 있었다. 그 때 녹화한 비디오 테이프는 아직 가지고 있다. 물론 서울에서도 공연을 했지만, 지방공연에 대전도 들어있었다. 당시 난 작은형의 카메라를 빌려 공연사진을 찍은 데 흥미를 가지고 있었고, 그 전 부터 그런 취미가 있던 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아래는 그 친구가 서울과 대전공연에서 찍은 사진과 내가 대전공연에서 찍은 사진이 섞여있다. 물론 내 사진은 오른쪽 아래 흰띠 두른 사진 몇장 밖에 없다. 

 

지금, 나는 음악에 대한 글을 쓰는 글쟁이가 되었고, 그 친구는 공연이나 뮤지션의 사진을 찍은 전문 포토그래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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