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하다가, 컴퓨터가 계속 말썽을 부려서 결국 옆길로 샜다; 예전에 써 놓았던 글들도 이렇게 컴퓨터가 속을 썩일때마다 날려보내고, 이젠 인터넷 상의 공간들에 조금씩 써 놓은 글 밖에는 남지 않은 것 같다. 언제 그런 글들도 잘 찾아서, 블로그에 옮겨둬야겠다. 지금 보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글도 많지만(이라고 쓰고 대부분이라고 읽는다;) 어쨌든 그 당시의 나를 볼 수 있는 글들이니까...
천리안 음악동호회 두레마을에 1994년 2월 올렸던 글이다. 20년 전;;; 마감 교정보다가 다시 읽어보니 보이는 숱한 오타들;;; 일단 눈에 보이는 오타들을 걷어내고... 암튼, 그 때나 지금이나 나에게 큰 변화는 생기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외형이 아니고 마음이;;;
저는 여자에 대해 그렇게 큰 욕심은 없읍니다. 그래서...
저의 여자는 이랬음 좋겠습니다.
* * * * * * * * * *
저의 여자는 이뻤음 좋겠습니다.
저의 여자는 Doors의 ‘When the music's over’를 들으며 음악이 끝날 때 까지 저와 흐느적 거리는 춤을 추다가, 음악이 끝난 뒤엔 수줍게 불을 끌 줄 아는 사람이었음 좋겠습니다.
저의 여자는 하늘의 별이 아름다울 땐 그것을 따달라며, Keith Jarrett의 ‘My Song’을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때를 쓸 줄 아는 사람이었음 좋겠습니다.
저의 여자는 저의 월급날 월급봉투 대신 가지고 들어온 레코드 한 보따리를 보고, 비닐 자켓을 하나씩 풀어주며 어린아이처럼 때 묻지 않은 눈을 똥그랗게 떴음 좋겠습니다.
저의 여자는 내 생일날에 연탄값이 없더라도 연탄대신 촛불 하나를 사서 켜 놓고 말없이 Klaatu의 ‘December Dream’을 틀어 주는 여자였음 좋겠습니다.
저의 여자는 한여름 무척 더운 날에도 부채를 찾기보단 저와 입을 맞춰서 Metallica의 ‘Master of Puppet’을 목이 터져라 불러줄 수 있는 사람이었음 좋겠습니다.
저의 여자는 제가 Velvet Underground와 Nico의 ‘Heroin’을 들을 땐 담배 한까치쯤 같이 할 수 있고, Ash Ra Tempel의 ‘Lights & Darkness’에 취해있을 땐 몰래 숨겨 뒀던 위스키 한잔쯤 꺼내 올 수 있는 사람이었음 좋겠습니다.
저의 여자는 제가 King Crimson의 ‘Island’를 들으며 흐른 눈물을 닦아주기 보다는, 말없이 제 손을 따뜻하게 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이었음 좋겠습니다.
저의 여자는 아이들에게 자장가를 불러주기 보단 Angelo Branduardi의 ‘Ninna Nana’를 들려주고, 힘들어진 세상일을 탓하기 보다는 John Lennon의 ‘Imagine’을 속으로 흥얼거릴 수 있는 사람이었음 좋겠습니다.
저의 여자는 가끔 저와 찾는 노래방에서 김수희의 ‘애모’를 박자와 음정은 틀리더라도 가사만은 정확하게 저를 위해 불러줄 수 있는 여자였음 좋겠습니다.
저의 여자는 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보단 Fausto Learly의 ‘Amore dolce, Amore amaro, Amore mio’틀 틀어주며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를 수 있는 사람이었음 좋겠습니다.
저의 여자는 Grobschunitt의 ‘Sahara’의 시작 부분을 들으며, 우스워서 아무 일도 못하고 가장 큰 소리로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음 좋겠습니다.
저의 여자는 클래식 콘서트를 보러 갈 때엔 가죽점퍼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을 수 있고, Heavy Metal공연이 있을 때엔 정장을 곱게 입을 수도 있는 사람이었음 좋겠습니다.
저의 여자는 제가 비싼 오디오를 사 들고 집에 들어와도, 얼마냐고 묻기 전에 The Enid의 ‘Lovers’를 CD Tray에 올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었음 좋겠습니다.
저의 여자는 John Miles의 ‘Music’을 듣다가 “내가 좋아요? 아님 음악이 더 좋아요?”라는 바보 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음 좋겠습니다.
저의 여자는 50이 다 되어서도 Triumvirat의 ‘I Believe’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사람이었음 좋겠습니다.
저의 여자는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불을 최대한 환히 켜놓고, Omega의 ‘Late night show’를 듣자고 잠에 취한 저를 흔들어 깨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여자는 일요일 날 제가 늦잠을 자더라도 화내기보단, 창문을 활짝 열고, B.J.H의 ‘Galadriel’을 크게 틀어주었음 좋겠습니다.
저의 여자는 11월이 오면 맑은 날이라도 G'n R의 ‘November Rain’을 틀어 놓고 창밖을 내다보며, 비가 왔음 좋겠다고 얘기 할 수 있는 사람이었음 좋겠읍니다.
저의 여자는 혹시 외국에 갈 일이 있더라도, 화장품이나, 귀금속집보단 시골의 외떨어진 레코드 가게엘 가자고 조를 수 있는 사람이었음 좋겠습니다.
저의 여자는 Camel의 ‘Lady Fantasy’를 보면서 그 사람 원숭이 같이 생겼다며 웃기보다는 말없이 돌아서 에드류 레이티머와 함께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여자는 오늘 일찍 들어오라고 얘기하기 보다는, 오늘 저녁엔 오랜만에 Nick Drack의 ‘Northern Sky’를 들으며 함께 하늘을 바라봤음 좋겠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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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위의 모든 말들이 너무 이기적이라면, 그냥 그런 저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었음 좋겠습니다.
그리고....
* * * * * * * * * *
그리고...
저는 이런 저의 여자를 위해 저를 드리겠습니다...
음악과 함께 했던 일요일에 명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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