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캐시의 음악과 사랑, ‘앙코르’

컨트리 음악의 저변이 없다시피 한 국내의 여건 때문에 개봉 당시 그다지 커다란 반응을 모으지는 못했지만, 록 마니아라면 빼 놓을 수 없는 영화다. 2005년, 국내에서 ‘앙코르’라는 타이틀로 개봉된 이 영화는 조니 캐시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음악을 통해 성공을 거둘 때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의 제목이 바뀐 이유 가운데는 미국에서 그의 인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에 그가 발표했던 곡의 제목에서 딴 ‘Walk The Line’만으로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조니 캐시라는 뮤지션 자체가 국내에 그다지 많이 소개되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곡 제목이 주는 느낌이 그렇게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못하는 까닭도 있을 것이다. 이야기의 주된 테마는 평생의 반려자였던 준 카터와의 밀고 당기는 사랑이며, 조니 캐시가 그녀를 통해 마약이라는 수렁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열어가게 되는 과정이다.

영화의 주연을 맡은 배우는 조니 캐시 역에 호아킨 피닉스, 그리고 준 카터 역에 리즈 위더스푼이다. 극중에서 조니 캐시는 어린 시절 모든 면에서 뛰어났던 형의 그늘에 언제나 가려있었고 그 형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가족의 눈총을 받는다. 여러모로 조니 캐시의 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와 세상을 떠난 리버 피닉스의 모습이 겹친다. 리즈 위더스푼 역시도 남부 출신이기 때문에 준 카터의 악센트를 특별히 흉내 낼 필요가 없었고, 이미 어린 시절 연극에서 카터 패밀리 일원의 역할을 소화해 냈던 경험도 이번 영화의 배역에 있어서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영화가 아니라 음악적으로 접근해도 무척 흥미롭다. 우선 뮤지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인만큼 극중에서도 연주와 노래를 하는 장면들이 계속 이어지는데, 이 모든 곡들은 배우들이 직접 담당했다. 호아킨 피닉스와 리즈 위더스푼은 배역이 결정된 이후 우선 악기와 노래 연습에 몰두했으며, 영화가 상영되기 이전 O.S.T.를 따로 녹음할 정도로 그 결과는 훌륭했다. 이 외에도 조니 캐시와 함께 그가 소속된 레이블인 선 레코드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인 엘비스 프레슬리, 로이 오비슨, 제리 리 루이스의 곡들도 각각 그 배역을 맡은 연기자들이 노래했고, 이 음원들은 영화의 O.S.T.에 그대로 담겨있다.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폴섬 교도소에서의 공연 장면과, 앞서 이야기한 선 레코드 출신의 슈퍼스타들이 총 출동하는 텍사캐나 라이브 영상 등은 마치 직접 공연장에 함께 하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조니 캐시가 세상을 떠나기 이전 그 준비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도 잘 알려진 이 영화는 결국 2006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남우주연, 편집, 의상, 사운드 믹싱 노미네이트와 2006년 골든 글로브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수상(뮤지컬 코미디 부문)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전미 흥행 수입이 1억1천9백만 달러라는 이야기는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미국인들이 조니 캐시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 발매된 DVD는 두 가지 종류다. 기존 영화에 충실한 1 DVD 버전과, 방대한 서플먼트를 가지고 있는 2 DVD 버전이 있는데, 비교적 저렴한 세일 가격에 만날 수 있는 1 DVD 버전보다는 풍성한 볼거리로 가득한 2 DVD 버전을 권한다. 보너스 격으로 수록된 나머지 한 장의 DVD에서는 우선 ‘Johnny Cash Jukebox: Walk The Line Extended Musical Sequences’라는 메뉴와 만날 수 있다. 말 그대로 영화에 나오는 공연 장면만을 빼서 볼 수 있는 메뉴로, 영화와는 다르게 곡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를 모두 담고 있어서, 마치 뮤직 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영화에서는 짤막하게 수록되었거나 누락되었던 로이 오비슨과 웨일런 제닝스의 공연 장면도 수록되어있다. 이 외에 ‘Ring Of Fire: The Passion Of Johnny And June’, ‘Becoming Cash/Becoming Carter’, ‘Celebrating The Man In Black : The Making Of’라는 소제목으로 나뉜 다큐멘터리들은 각 조니 캐시와 준 카터의 사랑, 호아킨 피닉스와 리즈 위더스푼의 조니 캐시와 준 카터 되기, 영화 제작 과정 다큐멘터리를 담고 있으며,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존 맬린캠프, 키드 락, 멀 해거드, 헨리 롤린스 등이 털어놓는 조니 캐시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멀 해거드와 같은 경우 조니 캐시의 교도소 순회공연을 통해 뮤지션의 길을 택하게 된 회고가 담겨있어 흥미롭다. ‘Cash And His Faith’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면 스킵해도 관계없을 법한 종교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사실 뮤지션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들 가운데 대부분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성공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마약이나 다른 길을 통하여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과정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몇 번씩 보기에 망설여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앙코르가 발표되기 전 해에 나온 레이 찰스에 관한 영화 ‘레이’와 이 영화는 흑과 백의 각각 상반된 뮤지션들의 삶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말이 훈훈한 인간애로 끝나기 때문에, 쌀쌀한 겨울 보기에도 훈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따듯한 영화이며, ‘소장’과 함께 몇 번씩 다시 꺼내 볼만한 영화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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