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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LINER NOTES (DOMESTIC)

송골매 [송골매 4]

황금기를 마감하며, 앞으로 자신들에게 일어날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는 앨범



송골매는 표면적으로 항공대학교의 캠퍼스밴드 활주로와 홍익대의 캠퍼스밴드 블랙 테트라가 결합한 밴드다. 표면적이라고 이야기한 것은 밴드의 구성원들을 살펴볼 때, 당시 캠퍼스 페스티벌에 출전했을 때의 활주로와 블랙 테트라의 멤버들이 주축이 되긴 했지만, 두 밴드의 멤버들만으로 구성된 밴드가 아니라, 송골매라는 이름으로 완전히 재창조된 밴드라는 것을 의미한다. 밴드의 구성원을 잠시 살펴보면, 우선 배철수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항공대의 활주로 출신이지만, 이봉환은 활주로 출신이 아니라 배철수와 중학교와 고등학교 동창사이다. 활주로에서 잠시 함께 활동했던 것은 바로 그러한 때문이다. 물론, 구창모와 김정선은 블랙 테트라 출신이다. 하지만, 오승동과 김상복은 캠퍼스밴드 출신이 아니라, 일반 무대 밴드 출신이다. 어쩌면 송골매가 잠시 활동하던 캠퍼스밴드로서 수명을 다한 것이 아니라, 프로밴드로 롱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캠퍼스밴드가 가지고 있던 풋풋한 멜로디라인과 기성 밴드의 탄탄한 리듬섹션이 만난 시너지 효과였다고도 설명할 수 있다. 또 이 라인업으로 발표된 두 번째 앨범에서 네 번째 음반까지가 바로 송골매에 있어서는 가장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다.

[송골매 4]는 사실 송골매의 붕괴 조짐이 보이는 음반이다. 모노톤으로 채색된 재킷의 분위기는 같은 검은 재킷이지만 은박의 화려한 로고로 등장한 세 번째 앨범과 그 무게감부터 확실히 다르다. 또 재킷 뒷면 흑백으로 처리된 멤버들의 얼굴 역시도 비장하리만치 심각하다. 심지어 김정선의 경우 아예 뒷모습을 담았다. 고감도 필름을 쓴 듯 알갱이가 굵은 사진의 입자도 그러한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또, ‘밴드’라는 측면에서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사실은 참여한 세션 뮤지션들이 많다는 점에서도 눈치 챌 수 있다. 물론 송골매의 곡에서 다른 연주자가 함께한 건 4집 앨범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3집 앨범에서 ‘아가에게’는 위대한 탄생의 베이시스트 김택환이, ‘이젠 눈물을 거두어야죠’에서는 사랑과 평화의 김명곤이 색소폰으로 참여하며 구창모의 의도를 거들었다. 송골매의 네 번째 음반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많은 세션맨들이 참가했다. 그리고 그 세션맨들은 거의 구창모의 곡들에서, 밴드의 역할을 보조하기보다 오히려 곡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 이 곡들의 편곡에는 평소처럼 밴드 자신이 아니라, 박강호라는 전문 편곡자의 존재가 있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박강호 역시 구창모가 영입한 인물이다.

구창모 가입 후 송골매가 이전까지 발표한 음반에서 첫 번째 트랙은 언제나 대중적인 요소가 가장 강한 곡을 위한 자리였다. 이 음반에도 어김없이 ‘난 정말 모르겠네’라는 하이틴 성향의 곡을 담았다. 2집과 3집 머리곡인 ‘어쩌다 마주친 그대’, ‘처음 본 순간’은 어느 정도 예전 블랙 테트라 시절부터 이어지는 펑키(funky)한 요소를 감지할 수 있었지만, ‘난 정말 모르겠네’는 조금 다르다. 시퀀스와도 같이 리듬을 단순화시킨 독특한 뉴웨이브 스타일 편곡은 이전까지 송골매의 음반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요소였다. 물론, 이 앨범에 담긴 다른 곡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작곡에 참여한 김창남이라는 인물의 영향일 것이다. 이 곡 이외에 배철수가 참여한 곡들에 있어서도 보컬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예전 활주로 시절부터 배철수의 보컬은 소위 ‘시조’를 읊는 듯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는 그러한 특징을 가진 곡이 없다. 이는 ‘스무번째 생일’, ‘작은 입술’처럼 이전 음반에 수록되어 사랑 받았던 ‘빗물’이나, ‘그대는 나는’과 같은 슬로우 넘버들에 고무되어 스스로 선택한 방향일 수도 있고, 그의 보컬과 찰떡궁합을 이루었던 이응수/지덕엽/라원주라는 활주로 라인의 송라이팅 체재를 떠나 내부적으로 독립을 꽤한 이유일 수도 있다. 

전작의 ‘한줄기 빛’에서 전형적인 하드록 성향의 작곡을 선보였던 배철수는 로커빌리 스타일의 ‘내 마음의 동화’로 다양화를 꾀했고, 음반에서 가장 헤비하고 직선적인 트랙 ‘우리의 땅’은 김정선이 작곡하고 이봉환이 노래를 담당했다. 김정선은 이 곡 이외에도 ‘당신의 이름’과 ‘사랑하고 싶어라’의 작곡과 노래를 맡아, 자신의 입지를 송골매 내에서 더욱 확고히 했다. 음반에서 주목해야할 트랙은 구창모가 송골매의 음반에 마지막으로 참여한 ‘사슴’과 ‘고향 가는 꿈’이다. ‘사슴’은 이 음반에 수록되지 않고, 구창모의 음반에 수록되었다손 치더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만큼 밴드와 무관한 솔로 성향의 곡으로, 간주부분의 바이올린 연주는 김동석이 참여했다. ‘고향 가는 꿈’은 러닝 타임이 조금 더 길었으면 하고 느껴질 정도로 대곡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 간주부분의 김정선의 기타 애드리브와, 후주부분 세션으로 참여한 한정호의 키보드 연주가 불을 뿜는 곡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송골매의 음악적 진일보를 일궈낸 곡이다. 결국 이러한 구창모의 음악적 욕심이 결국 그가 밴드에서 이탈해 홀로서기를 결심하게 된 촉매가 되었겠지만 말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송골매는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안정적이었던 밴드의 라인업에 변화를 가져온다. 구창모가 솔로로 독립한 것이다. 앨범에 적힌 송골매 4집의 발매일은 1984년 9월 5일인데, 같은 해 11월 6일 <동아일보>는 “독자적인 활동으로 폭넓은 음악성을 추구하기 위해 5년간 함께 지냈던 친구들과 헤어지기로 했다.”는 구창모의 인터뷰와 함께 앞으로는 젊은 층의 노래와 함께 기성세대도 좋아할 다양한 노래를 발표하겠다며 이듬해 1월쯤 신곡을 발표할 계획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또 11월 27일 <경향신문>은 구창모가 4개월 전부터 솔로 가수로 활동하고 싶다는 뜻을 비쳤고 멤버들 모두가 그의 뜻을 받아들였다는 이야기와 함께 배철수가 송골매의 새 이미지 구축에 여념이 없다며 “그룹에 변화가 생기면 팬들은 곧 불화를 연상하지만 이번 구창모의 이탈은 자연스러운 결정 이었다”는 인터뷰를 실었다. 이미 앨범 발매 이전부터 구창모의 독립은 결정되었던 것이다. 때문에 변신을 시도하며 밴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단행했던 4집 앨범 수록곡에서의 실험들은 제대로 무대에 오르지 못한 채 지워졌다.

송골매 탈퇴 후 구창모는 ‘희나리’,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등의 히트곡을 연이어 발표하며 국민가수의 대열에 발을 맞췄다. 남은 송골매는 배철수 중심 체제로 변모하여 ‘하늘나라 우리 님’으로 잠시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대대적인 멤버교체를 단행하며 그룹 내의 쇄신을 꽤한다. 개혁의 희생양이 된 김상복과 오승동은 새로운 멤버들과 신을 결성하여 맞불을 당겼지만,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이 앨범은 송골매의 황금기를 마감하며, 앞으로 그들에게 일어날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는 앨범이었던 것이다. (20221018)

글 송명하 (파라노이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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