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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라와 카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다. 음악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음악을 들을 때마다, 그 음악 속에 묻어있는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군 생활을 하던 곳은 그래도, 나름대로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곳에 속한다. 일단 내무반 생활을 하지 않고, 자신이 근무하는 곳에서 잠을 자는 직감 생활을 하는 곳이었는데, 그곳 2층으로 몇 명의 대기병이 온 적이 있었다. 막 훈련을 마친 그들이 대기병으로 온 이유는, 그들이 미술 특기병들이었기 때문에 당시 부대에 있을 어떤 행사를 위해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였다. 난, 일과 후에 특별히 할 일도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감독관이 없을 틈을 타서 그들에게 자주 놀러가곤 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군에 있을 때 물론 육체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도 많겠지만, 좋..
8월호 편집후기 가운데서... 시애틀에 사는 희가 잠시 귀국한 틈을 타서 극적인(?) 상봉을 했다. 만나서 곰곰이 따져보니, 근 20년이 된 것 같다. 짧은 시간이지만, 마치 2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은 존재하지 않았던 듯 풀어놓던 이야기 보따리는 이내 우릴 풋풋한 대학시절로 옮겨놓았다. 계속해서 나누던 즐거운 이야기들로 우리 테이블에선 웃음소리가 끊어지질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눈꺼풀은 뜨거워지고 가슴은 답답해왔다. 희는 귀국하며 손목시계 한 개를 선물로 사 가지고 왔다. 노티카에서 나온 크로노스 시계. 뜻하지 않은 선물은 코너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난 전혀 준비한 것이 없었는데... 게다가 희가 건네준 시계는 내 주변의 사람들이라면 내가 직접 샀다고 해도 그대로 믿을 만큼 내가 좋아하는 색깔과 모양이다. 시간을 볼 때마다 짧은 해후가..
‘2’에 관한 몇 가지 에피소드 “두시 어떠세요?” 인터뷰를 하다보면 언제나 시간약속을 하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약속을 하는 시간은 늘 오후 두시다. 물론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일종의 습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습관이 시작된 것은 고등학교시절부터다. 정숙이라는 친구를 알게 되어 처음으로 약속시간을 잡게 되었는데, 도무지 시간약속을 몇 시에 해야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마침 작은형에게 물어보니 두시가 적당하다고 했다. 점심시간이 지난 이후의 시간이니, 점심값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낮 시간이니 만나자마자 다른 곳으로 이동할 필요도 없이 경제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절호의 시간이라는 설명이었다. 이후로는 정숙이를 만날 때는 물론이고, 나의 낮 시간 약속은 무조건 두시로 굳어졌다. 또, 그 친구를 만나며 처음 드나들게 된..
‘카세트 테이프’ 녹음하기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를 이끌어 가는 주된 테마는 바로 ‘Best 5’다. 물론 영화는 전체적으로 주인공으로 나오는 존 큐잭이 멀어졌던 자신의 애인과 다시 친해지기까지의 이야기지만, 그 외에도 그는 생활의 모든 것은 ‘Best 5’와 연관지어 생각한다. 또 배경으로 나오는 중고 음반샵과 함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 영화를 볼 때 가장 눈길을 끄는 장면은 바로 자신의 ‘Best 5’를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하는 주인공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요즈음은 친한 친구에게 음악선물을 할 때 인터넷 접속을 해서 휴대전화를 통해 보내거나, mp3 파일을 직접 이메일로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때 카세트 테이프 대신 CD에 자신의 베스트 음악을 담아 선물해 주기도 했지만, 이제 그것도 ‘예전의 풍습’이 되어버린..
제자리에 있다는 것... 어렸을 때 부터 우린, 부모님들께나 또 다른 어른들 한테서 제자리에 놓지 않은 물건들에 대해서 꾸중을 듣기 십상이었다. 제자리에 있다는 것... 그건 정말 중요한 일 같다. 어쩌다 마음먹고 들어 보려던 음반 한장도 제자리에 꽂혀있지 않으면, 제대로 듣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음악을 듣게 된다. 오늘은... 새장 속에 새가 없다. 아침에 운동 시키려 밖에 꺼내 놓은 새가, 전화벨 소리에 놀라서, 날아올라 베란다와 거실 사이의 유리창에 자기 몸과 꼭 같은 자국을 선명하게 남기고, 거실 바닥으로 떨어져 옴싹달싹 못하고 엎어져 있었다. 엄마는 새를 두손으로 감싸안고, 새가 죽은거 같다며 화장실에 있던 나를 재촉 했다. 울지도 못하고, 평소처럼 손가락을 가져다 대도 장난을 치지도 못하고, 날개를 퍼득이지도 못하고,..
AT.. OK.. ATDT... 요즈음 그냥 컴퓨터만 켜면, 넓은 인터넷의 세상으로 연결이 되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얘기지만... 예전 하이텔이나, 천리안 시절부터 통신을 해 왔던 사람들에겐 친근한 명령어가 바로 제목의 그 명령어일것이다. 집에 오면 컴퓨터를 켜고 '이야기'를 실행시킨 창에서 두드리던 자판들... 밤을 세워가며 하던 채팅에 가끔씩 알 수 없는 문자들이 뜨며 마지막에 씌여지는 'no carrier'라는 단어.. 두어달 정도 전화요금이 밀리면 2~30만원씩을 고스란히 전화국과 통신회사에 갖다 바쳐야 하거나, 전화요금을 아끼기 위해 야간 정액제를 신청해서 밤이 되기만을 기다리던, 어떻게 몇시간씩이나 통화중이냐며 꾸중을 하시던 부모님때문에 신청했던 '통대'신청, 전화가 걸려오면 어김없이 통신이 끊어져 답답했던 그때들... 어..
로보트태권V 나와 같은 세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언젠가 한번쯤은 가슴속에 품어봤을 법한 케릭터 이다. 특히 로보트를 좋아하던 무렵인 국민학교때 등장한 로보트태권브이 첫번째 편은 극장에서만 세번을 봤다. 물론 한 자리에 앉아서 세번 본게 아니고, 개봉관에서는 물론이고, 2류 3류극장에서 다시 보여줄때 모두 빠지지 않고 가서 보았던 만화영화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 다음에는 만화방에 김형배와 차성진이 그린 만화책 로보트태권브이가 등장 했다. 국민학교 시절엔... 지금 주위에 음악을 듣는 동료들이 많이 있듯이, 만화를 보고 함께 만화를 그리던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공책의 앞면과 뒷면, 교과서의 빈 곳들을 모두 모두 빼곡한 태권브이의 그림으로 새카맣게 칠하던 시절... 학교가 파한 후에는 친구들중 어느 한명의 집..
또 하나의 음악사가 문을 닫는다.. 중학교때... 처음으로 음반을 사러 돌아다녔던 곳 들은, 바하악기점, 충남악기점, 제일악기점 이었다. 아시는 분 들은 알고 있는 음악사 들이겠지만, 단색의 소박한 슬리브를 걸치고 호객행위(?)를 하는 소위 빽판을 파는 곳 들이었다. 충남악기점은 지금의 대도악기점 근처에 있었고, 세 곳 중에는 제일 구색이 딸리는 곳이었다. 제일 악기점은 비록 가게는 작지만, 카운터 뒤의 작은 문으로 허리를 있는대로 숙여서 들어가면 빽판만이 진열된 새로운 공간을 만나게 된다. 물론 바하악기점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전 빽판의 메카였다. 단속이 있을때면, 커다란 합판으로 된 막이로 수많은 빽판들을 가리곤 했었다. 제일 악기점은 단속이 있을때면, 빽판들을 집으로 가져다 놓고, 집에 가서 판들을 고르게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