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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PRIVATE LIFE/PRIVATE LIFE

제자리에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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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부터 우린, 부모님들께나 또 다른 어른들 한테서 제자리에 놓지 않은 물건들에 대해서 꾸중을 듣기 십상이었다.

제자리에 있다는 것...
그건 정말 중요한 일 같다.
어쩌다 마음먹고 들어 보려던 음반 한장도 제자리에 꽂혀있지 않으면, 제대로 듣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음악을 듣게 된다.

오늘은...
새장 속에 새가 없다.

아침에 운동 시키려 밖에 꺼내 놓은 새가,
전화벨 소리에 놀라서, 날아올라 베란다와 거실 사이의 유리창에 자기 몸과 꼭 같은 자국을 선명하게 남기고, 거실 바닥으로 떨어져 옴싹달싹 못하고 엎어져 있었다.

엄마는 새를 두손으로 감싸안고, 새가 죽은거 같다며 화장실에 있던 나를 재촉 했다.

울지도 못하고, 평소처럼 손가락을 가져다 대도 장난을 치지도 못하고, 날개를 퍼득이지도 못하고,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하루종일... 그 생각에 머리를 어지럽히다가...
퇴근 하자 마자, 동물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다리가 다치진 않았고, 며칠 기다리면 나을 것이라는 그나마 반가운 소식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아침과는 다르게, 과자도 받아서 먹고 손가락을 갖다대면 장난도 치곤 한다.

하지만,
새는 지금 자기의 자리에 없다.
새장에 지금 들어가면, 다리를 가눌 수 없어서 새장 바닥의 철망에 다리가 빠져서 옴싹 달싹 못하게 되기 때문에, 그냥 거실 바닥에 내려 놓았다.

중심을 못잡고 기우뚱 거리는 모습,
아침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곤두세운 깃털.

빨리 자기의 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어서 그 전과 같이 이름을 부르면 고개를 흔들고,
밖에서 들어오면, 예쁜 소리로 울어주고...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이...
아픈 모습은 정말 보기 싫은 일이다....



"... 그 모습들. 우리의 기억속에
그냥 그대로 남아있게 해..." (너무 아쉬워 하지마 / 어떤날)


대전에서 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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