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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PRIVATE LIFE/BOOKSH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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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쿠이 도쿠로의 ‘우행록’ 누쿠이 도쿠로. 이 작가 정말 무섭다. 지난번 의 엄청난 반전 트릭도 놀랍지만, 덤덤하게 전개되는 에서 보이는 인간 심리에 대한 관조는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6명과 나눈 인터뷰 내용이 책의 주요 골자인데, 화자는 등장하지 않고 인터뷰이의 이야기만 담겨있다. 대화체긴 하지만 대화가 아니라 인터뷰이의 이야기다. 나도 인터뷰를 많이 하고 있지만, 인터뷰 할때 내가 생각했던 내용들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있다. 화자의 이야기에는 언제나 ‘자기 방어’와 ‘자기 과시’가 중심이 된다. 결국 모든 대답은 ‘자기 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피살자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자신들의 필터에 의해 걸러진 이야기들. 때문에 인터뷰의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피살자는 ‘사람 좋은’ 캐릭..
아르노 들랄랑드의 ‘롱기누스의 창’ 소설가의 상상력은 참 대단하다. '롱기누스의 창'은 알려진 바와 같이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를 찔렀던 창이다. 이 소설은 그 창의 행적을 추적하고 그 창끝에서 나온 DNA를 이용해서 복제 예수를 만들려는 집단과 그것을 저지하려는 교황청의 숨막히는 대결구도를 담고있다. 황우석 교수의 놀라운 발표 때문인지, 연구의 중심부에 한국인 박사가 등장하는 모습도 흥미롭다.하지만, 아르노 들랄랑드의 다른 소설인 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그의 소설은 어딘지 모르게 클라이맥스로 향할 때 그 긴장감에 있어서 다른 소설들에 비해 아쉬운 부분들이 많다. 이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척 방대한 반면 너무 급하게 그 결말을 오무렸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고, 세밀한 부분에서의 고증이 다소 부족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 ..
에릭 클랩튼 자서전 최근에 번역되어 국내에 소개된 에릭 클랩튼의 자서전이다. 원래는 지난 해 10월 출간되어 순식간에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최근에 번역되어 국내에 소개된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자서전이다. 원래는 지난해 10월 출간되어 순식간에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에릭 클랩튼의 삶은 그다지 평탄치 않았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사생아로 태어나 젊은 나이에 얻었던 ‘Clapton Is God’라는 닉네임과 그에 따르는 어깨의 무게, 친우 뮤지션이었던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의 아내 패티 보이드(Pattie Boyd)와의 관계, 마약중독의 극복과 이어지는 알코올중독에 의한 두 차례의 재활원 생활, 아들인 코너 클랩튼(Conor Clapton)의 사고사... 그야말..
알랭 드 보통의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평소 친분이 있던 출판사 ‘생각의 나무’에 근무하는 지인으로부터 받았던 한 권의 책. 남들은 제목에서부터 무척 호감을 느낀다고 하는데 왠지 나하고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제목인 듯 하고, 그래서인지 읽는데도 무척 많은 시간이 걸렸던 책이다. 호기심이 없는 상태에서 읽어내려가서인지 아니면 너무 오랫동안 읽었던 탓인지... 암튼 기억도 잘 나지 않고... -_-;;; 책의 시작은 주인공이 이사벨이란 한 평범한 사람의 전기를 쓰는 것처럼 시작된다. 전기를 쓰기 위해 그녀의 가족을 알아가고, 그녀의 습성을 알아가고... 하지만 그러한 주인공의 행동이 정말 전기를 쓰는 것이 아니고, 한 여인을 사랑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마치 어린 왕자>에 나오는 ‘길들여지는 과정’과..
신경숙의 ‘리진’ 지난 번 이 소설을 언급하며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적성에 잘 맞지 않아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완전히 취소다. 처음에나 조금 적응하기 어려웠지, 어느 정도 읽고나니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읽어내려가게 되었다. 그리고 소설이 하고싶었던 이야기 역시 처음으로 프랑스 땅을 밟은 조선의 궁중 무희 리진과 프랑스 외교관 콜랭 드 프랑시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리진의 시선으로 바라본 명성황후에 대한 내용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리진의 시선이란 바로 작가 신경숙의 시선, 즉 신경숙의 시선으로 본 명성황후에 대한 이야기라는 얘기다. 사실, 지금이나 명성황후라는 단어를 어렵지않게 사용하지 학교에 다닐 때는 무척이나 생경한 단어였다. 분명히 국사 시간에 ‘민비..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 평소 TV를 즐겨 보지 않고, 더군다나 계속해서 다음 스토리를 기다려야 하는 것은 적성에 맞지 않기때문에 지금까지 본 TV 드라마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데, 요즘 항상 빼놓지 않고는 아니지만 한 번씩 보는 드라마가 하나 생겼는데 바로 MBC-TV의 ‘이산’이다. 조선 후기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던 정조대왕의 일대기가 그려지는 ‘이산’에는 그 주된 이야기 이외에 마치 ‘대장금’에서 나왔던 내의원 이야기처럼 도화서라는 다소 생소한 기관이 눈길을 모은다. 도화서의 역할은 궁중에서 필요한 모든 그림을 그리는 것 이외에, 카메라가 없던 당시 행사를 스케치하는 소임도 담당했다. 드라마의 표현을 빌면 조선시대 중정원의 한 기관이랄까... ‘뿌리 깊은 나무’의 그 숨 막히는 전개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정명의 ‘바람..
토니 파슨스의 ‘존 레넌을 찾아서’ 영국을 대표하는 음악지 NME(New Musical Express)에서 기자생활을 했던 토니 파슨스가 쓴 소설이다. 자신이 겪어왔던 이야기들을 소재로 삼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무척 공감가는 내용이 많아 쉬지 않고 읽어 내려갔던. 시시콜콜 내용을 밝히기는 뭣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페이퍼라는 음악지 기자 세명 (레이, 레온, 테리)가 엘비스 프레슬리가 세상을 떠난 1977년 8월 16일 밤 겪는 좌충우돌 상황들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레이의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는 존 레넌과의 인터뷰를 우리나라 제목으로 할 게 아니라, 원 제목인 'Stories We Could Tell'를 살리는 편이 책의 이해를 돕는 데 더욱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세명의 주인공은 각각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
‘뇌’를 쓰는 동안 도움이 되었다는 음악들... 병원에서 퇴원하고, 회사를 한달 정도 쉬게 되어... 요즘은 그동안 읽지 못했던 소설책을 읽는 시간이 늘어났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도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는데, 그 독특한 소재 때문인지 다른 책에 비해 읽는 시간이 곱절로 걸렸다. 마치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처럼 두 이야기가 서로 대위적으로 진행하다가 결국 마지막에 합쳐진다는 점도 책을 읽다가 몇번이나 앞 페이지로 다시 돌아가게 만든다.  어쨌든 풍부한 과학적 지식과 적당한 SF적 요소, 또 추리소설의 긴박함(셜록 홈즈라는 별명을 가진 이지도르의 이름 역시 모리스 르블랑의 기암성>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라는 점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듯)이 한데 어우러진 소설이었다. 특히 작가는 책의 마지막 부분 감사의 말을 통해 책을 쓰는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