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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EXTERNAL CONTRIBU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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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스트 유병열의 2011년을 기억하라. ‘비와 외로움’이라는 히트곡을 남긴 바람꽃의 기타리스트로, 또 윤도현의 초기 사운드를 구축했던 숨은 공로자로 우린 유병열을 기억해 왔다. 물론 윤도현 밴드를 탈퇴한 후 자신의 밴드 비갠후를 결성해 2002년 데뷔앨범을 발표했지만 그의 이름은 비갠후라는 밴드의 기타리스트로서가 아니라 휘성이나 인순이, 빅마마, 거미 등의 세션 기타리스트로 더 많이 알려졌다. 때문에 앞서 ‘기억해 왔다’는 표현대로 유병열의 음악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시점은 언제나 현재나 미래가 아니라 과거였다. 하지만 그는 과거의 기록에 안주하며 현실 속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주변의 많은 뮤지션과 그 행보를 달리했다. 우선 2009년 시원스런 창법의 걸출한 보컬리스트 김길중을 맞아들이며 자신의 밴드 비갠후를 재정비해 정통 하드록 성향의 정..
국내 심포닉록의 숨겨진 수작, ZINNIA II / 지니아 국내 심포닉록의 숨겨진 수작 ZINNIA II / 지니아 01. 별이 된 후에 02. 자전거 03. Shooting Game 04. 그 겨울... 그리움 05. 고성 06. 저녁 무렵, 어느 작은 마을에서 07. 푸른 달 08. 네가 떠난 바다에서 09. 바다, 도로... 그리고 나 10. 비상을 위하여 1998 / 신촌뮤직 지니아(Zinnia)는 1996년에 활동을 시작해 두 장의 음반을 발표한 후 해산한 밴드로, 그 이름은 ‘Zest IN the New Ideal Architects’의 준말이다. 멤버들은 밴드의 이름에 대해 ‘새롭고 이상적인 창조자들의 열정’을 표현한 단어로 음반, 영상, 게임 등 다중매체를 이용한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종숙(보컬, 그래픽 디자인)과 김도훈(보컬..
비주얼록과 결합한 심포닉메탈, Abyss / 마텐로오페라 비주얼록과 결합한 심포닉메탈 Abyss / 마텐로오페라 01. Independent 02. もう一人の花嫁 03. Frill 04. Coal Tar 05. Double Clutch 06. フタリ 07. Finale 2011 (일본 발매는 2010) / 도프엔터테인먼트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처음 일본의 록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음반을 사 모으기 시작했을 때 가장 소화불량이었던 부분이 마치 코스프레를 한 것 같은 비주얼과 특유의 바이브레이션을 강조한 보컬이었다. 그리고 이는 단지 ‘V-Rock’이라 불리는 비주얼록을 표방한 뮤지션에 국한되는 특징이 아니라 그의 상, 하위 장르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공통분모였기 때문에 일본의 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다른 나라의 음악에 비해 많은 시간이 걸렸다. 만일 ..
월간 토마토 2011년 10월호 벌써 10월호.. 이제 정말 두번만 더 연재하면 올해가 가는구나;;; 송명하의 테마음악 파일 #10 가을, 재즈가 그립다. 글 송명하 (트위터 @MyounghaSong) 그다지 계절의 흐름에 민감하게 살고 있진 않지만, 또 음악과 계절이 그렇게 큰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쨌거나 가을은 음악 듣기에 적당한 계절인 것만은 분명하다. 평소에 그냥 흘려들었을 음악일지언정 알싸한 공기와 함께 살갗 아래로 스며드는 음악은 귀나 머리가 아니라 마음을 자극한다. 어딘가 혼자서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은 계절 가을. 한 낮에 과일나무에 탐스럽게 열린 과일을 수확하는 모습을 보면 한없이 풍요로운 계절이지만, 아침 저녁 쌀쌀한 바람에 나도 몰래 옷깃을 여미게 되는 이중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다. 아침에 세수를 할 때 본..
재발매되는 국내 걸그룹의 효시, 희자매 우리의 예전 음악에 대한 재조명 사업들은 2000년대에 들어서며 의식 있는 소규모 레이블의 노력에 의해서 조금씩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났다. 신중현 사단이 발표했던 많은 명반군에서부터 히 식스의 묻혀있던 걸작들과 같은 초창기 록이나, 김민기, 한대수, 양병집과 그 주변 뮤지션들이 발표한 국내 포크 태동기의 많은 앨범들이 깨끗한 음질로 재발매되며 국내 록과 포크의 진보성을 새롭게 일깨워주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기형적으로 유행한 소위 ‘7080음악’에 대한 기형적인 관심은 우리의 예전 음악에 대해 힘들게 만들어왔던 지형도를 다시 바꿔놓았다. 오랜만에 공연장이나 브라운관에 등장한 뮤지션들은 재발매된 음반에 수록된 진보적 음악보다는 청자들의 추억이나 향수에 기대는 선곡과 편곡으로 함께 출연한 다른 가..
월간 토마토 2011년 9월호.. 이번 달 원고.. 책이 나온 뒤 받아보니, 심하게 잘렸다.. ㅠㅠ 벌써 아홉번째 원고인데도 아직 분량을 잘 못맞추다니;;; 어쨌든 여기엔 잘리기 전의 원본 글을 옮긴다. 다음 원고부터는 좀 더 많은 분량의 음반 리뷰를 실어볼까 하는데, 그 분량을 줄이는 연습이 절실하다... 송명하의 테마음악 파일 #9 음악, 오래전 편지와 같은 글 송명하 (트위터 @MyounghaSong) / 사진제공 에볼루션 뮤직, 칠리 뮤직 오늘도 집에 들어가며 어제와 마찬가지로 비어있는 우편함의 문을 열었다 닫았다. 그나마 어쩌다 들어있는 건 말도 되지 않는 내용이 쓰인 광고 전단지나 자동이체 영수증들 뿐. 우편함을 여는 습관적 버릇에 더 이상 어떤 기대나 설렘이 없어질 만큼 메마른 일상이 쌓여가고 있는 지금, 오래전 펜벗들이 가..
밀린 토마토 원고 모음;;; 게을러서 석달동안 포스팅을 못했다 ㅠㅠ 송명하의 테마음악 파일 #6 음악, 좋아하길 정말 잘했다. 글 송명하 (트위터 @MyounghaSong)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을 통해 우린 언제나 소셜네트워크에 쉽사리 노출되며, 그렇게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을 통해 그물망처럼 엮인 주변의 사람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컴퓨터의 전원을 넣어 ‘로그인’을 하지 않거나,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모두 방전되어 느끼는 불안감은 이러한 지속적 관계에서 고립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작 손을 내밀어 그들과 교감하려할 때 눈앞에 볼 수 있는 건 액정 화면 속 한 치의 오차 없이 가지런한 글씨들이며, 손끝으로 전달되는 것은 언제나 키보드나 터치 패널의 차가운 느낌뿐이다. 예전 우리의 책상 위엔..
월간 토마토 2011년 5월호... 이번엔 국내음반으로 넉장. 하지만, 편집이 달라지는 바람에 권진원씨 리뷰가 잘려나갔다는.. ㅠㅠ 송명하의 테마음악 파일 #5 채움, 넉넉해서 아름다운 음악 글 송명하 (트위터 @MyounghaSong) 우린 오래전에 헤어진 첫사랑을 언제나 마음속에 품고 살긴 하지만, 길에서 우연히 만나도 반가움에 먼저 손 내밀지 못하고 다시금 혼자 멀찍이 숨어 가슴 두근거리며 얼굴 붉힌다. 그땐 왜 그렇게 모든 면에서 서툴렀는지. 이렇게 처음이란 단어는 새로움이라는 설렘도 있지만 언제나 익숙하지 못해 모자란 듯 서툴다. 사계절을 이야기할 때 가장 처음 등장하는 봄 역시도 마찬가지다. 내년 이맘때도 올해와 다름없이 언덕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어김없이 봄이 찾아오겠지만, 봄은 언제나 처음이어서 새롭고 새로운 만큼 우린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