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상상력은 참 대단하다. '롱기누스의 창'은 알려진 바와 같이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를 찔렀던 창이다. 이 소설은 그 창의 행적을 추적하고 그 창끝에서 나온 DNA를 이용해서 복제 예수를 만들려는 집단과 그것을 저지하려는 교황청의 숨막히는 대결구도를 담고있다. 황우석 교수의 놀라운 발표 때문인지, 연구의 중심부에 한국인 박사가 등장하는 모습도 흥미롭다.
하지만, 아르노 들랄랑드의 다른 소설인 <단테의 신곡 살인>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그의 소설은 어딘지 모르게 클라이맥스로 향할 때 그 긴장감에 있어서 다른 소설들에 비해 아쉬운 부분들이 많다. 이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척 방대한 반면 너무 급하게 그 결말을 오무렸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고, 세밀한 부분에서의 고증이 다소 부족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 책의 중반부에는 적 그리스도에 대한 언급이 나오며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와 AC/DC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음악을 조금이라도 들었던 사람이라면 이들 더욱 사악한 밴드들의 이름을 머릿속에 떠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또 국내판에는 주다스 프리스트의 이름도 '유다스 프리스트'라고 번역이 되어 있다는 점도 아쉬웠다.
소설의 주요 소재인 롱기누스의 창, 사해문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고쳐썼던 명작 에반게리온에도 등장하는 소재들이다. 유튜브에서 찾은 'End Of Evangelion' 가운데 명 장면인 아스카의 마지막 전투씬을 첨부한다. 양산형 에바들에 단신으로 맞서 분전하는 아스카, 하지만 롱기누스의 창에 의해 최후를 맞는 2호기의 모습은 섬뜩하다. 그런 장면에 삽입된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는 보는 이의 허를 찌르며 묘한 감정을 자아내게 만든다. 단, 임산부나 노약자,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클릭을 자제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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